블랙베리의 실체에 대한 호기심

블랙베리 볼드 9700을 질렀습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어? 휴대폰을 또?' 하는 반응 이실겁니다. 예, 저는 아이폰도 쓰고 있고 디자이어도 쓰고 있고 모토로이도 쓰고 있으며 심지어 갤럭시S도 주문 해 놓은 상태 입니다.

그런데, 왜 블랙베리를 또 샀을까요? 그건.. 순전 얼리어답터적 호기심 에서 였습니다.

어느날.. 블랙베리 유저를 만났습니다. 요즘 아이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소위 잘 빠진 휴대폰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제가 느끼는 블랙베리는 어딘지 모르게 B급 휴대폰 정도로 보였거든요. 그에게 물었습니다. '블랙베리 왜 쓰세요?' 그러자 그는 '블랙베리니까요.' 라고 답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블랙베리 커뮤니티등에서 블랙베리에 대한 글들을 찾아본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의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도' 열광적이었기 때문이었죠. 미국내 점유율도 그렇고.. 대체 블랙베리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하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 '질러서 써보자'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가격은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지만(출고가 기준 90만원대로 아이폰보다 더 비싸더라구요.) 디자인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왠지 '잘나가는 도시남자' 같은 느낌이 나는.. CEO feel 이라고 할까요.
볼드 9000에 비해 볼드 9700에 오면서 사이즈가 상당히 작아져서 키보드는 아직 적응이 잘 안됩니다. 물론 꽤 빠르게 치긴 하지만 예전 블랙잭 혹은 미라지를 쓸 때 만큼 속도감 있는 타이핑은 아직 잘 안되고 있어요. 제 손이 꽤 작은 편인데도 제품 자체가 양손으로 잡고 타이핑을 하기엔 너무 작게 느껴 지더라구요. 적응이 되면 좀 좋아질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블랙베리의 진정한 매력은 '메일' 혹은 '메세징' 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뒤에는 'BIS(Blackberry Internet Service)' 라는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블랙베리의 제대로된 기능들을 사용 하려면 이 서비스에 반드시 가입 해야 합니다. 그래야 메일 푸쉬등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요금제가 SKT기준 12,000원 입니다. 저같은 경우 다른 휴대폰들이 몇대 더 있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제를 월 45,000원 짜리 요금제에 가입 했는데 거기에 12,000원을 추가해야 하니 기본 요금이 57,000원이 되는 셈 입니다. 어이가 없는거죠. 이게 대체 뭐길래.. 메일 푸쉬 기능을 월 12,000원 씩이나 주고 사용해야 하는지. BIS의 실체가 더 궁금해 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이거 꽤 매력적이긴 하더라구요. E-Mail Push 기능의 원조격 이라고 할까요. 메일이 오거나 메세지가 오면 푸쉬로 재깍재깍 잘 알려주는데요, 이 푸쉬노티에 여러가지가 포함 됩니다.

SNS(Twitter, Faceback등)에서 새 글이나 댓글등이 올라오는 것도 Push로 알려주고, What's App등의 기본 메세징이 아닌 메세징 관련 앱들에서 오는 메세지도 Push로 알려주고.. 또 블랙베리는 기기별로 고유한 PIN넘버 라는 것이 있어서 그 핀넘버를 통해 블랙베리 사용자끼리 메신저 개념으로 쓸 수 있는 'BlackBerry Messenger' 기능도 제공하는데요, 여기서 오는 메세지들도 푸쉬로 알려 줍니다. 물론 MSN, ICQ, Yahoo Messenger, AOL등 여러종류의 메신저도 지원하며 해당 메신저에서 오는 메세지들도 Push로 알려 줍니다.

즉, OS자체에 하나의 메세지 큐 같은 것이 있어서 모든 메일, 메신저, SNS, 메세징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액션을 통합적으로, Push를 통해 알려주는 리스트가 있어서 나에게 도착한 모든 메세지를 하나의 목록에서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져 있더라구요.

그런데.. Push Mail 같은 기능이나 메신저 푸쉬 노티등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들도 제공 하잖아요? 블랙베리를 사용해 보면서 아이폰의 메세징등의 컨셉을 블랙베리에서 많이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쉬노티도 블랙베리보다 약간 못하다고는 하지만,이미 구현 되고 있고 블랙베리의 장점이라는 강력한 멀티태스킹 부분 역시 iOS4나 프로요등에서 돌아가는 멀티태스킹을 생각하면 그역시 블랙베리만의 장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블랙베리도 앱스토어등을 오픈하긴 했지만 현재 국내에서 결제가 되지 않아 크랙베리등 외부 마켓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하드웨어 자체의 제약이 심해 구현할 수 있는 앱의 범위가 적어 다양한 앱이 나오지 않는 부분들.. 그 외에도 웹브라우징 편의성, 멀티미디어 기능등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들과 비교하기엔 상당부분 무리가 있는 제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요금을 월 12,000원 더 내야하고 출고가는더 비싸다면 말 다했죠.)

분명, 블랙베리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자꾸 손이 가고.. 디자인도 왠지 남성의 로망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안정적인 푸쉬 기능.. 아이폰만 나오지 않았다면 윈모같은 제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이고 편리해서, 한 시대를 풍미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디바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누군가는 블랙베리를 '벤츠, BMW등 독일차들이 난무하는 상황에 머스탱 같은 제품이 바로 블랙베리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블랙베리 자체의 매력으로 매니아층은 계속해서 블랙베리를 사용 하겠지만 대중은 화려한 외형과 다양한 편의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들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 합니다.

누군가 블랙베리를 사야하냐 아이폰을 사야하냐 라고 묻는다면, 질문자 성향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블랙베리는 충분히 멋진 제품이다. 하지만 나라면 아이폰을 구입하겠다.' 라고 대답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약 100여만원을 투자해서 해결한 호기심의 결말 이었습니다. 후회할 법도 한 삽질 이었지만, 블랙베리는 제게 많은 새로운 시각과 다른 형태의 경험을 남겨 주었기 때문에 그래도 해봄직한 삽질 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 해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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