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는 아이디어 담는 창작자 노트

수업을 들을 때, 컨퍼런스에 참여했을 때, 책 속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종이와 펜 대신 꺼내는 물건이 있다. 스마트폰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메모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조지 페츠닉 피프티쓰리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형태가 바뀌고 있다”라며 “페이퍼3.0이 아이디어를 더 쉽게 기록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퍼3.0‘은 어떤 모습이며 피프티쓰리는 현재 어떤 철학을 추구하고 있을까. 조지 페츠닉 CEO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페이퍼의 경쟁자는 ‘포스트잇’

조지 페츠닉 피프티쓰리 CEO는 9월17일 한국을 방문했다. 페이퍼 사용자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페이퍼3.0의 출시를 알리기 위해서다. 페이퍼3.0은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조지 페츠닉 CEO는 “아시아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이고 한국은 특히 모바일 앱과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나라다”라며 “실제로 페이퍼3.0 다운로드 비율을 보면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4번째로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페이퍼는 메모 및 스케치 앱으로 알려져 있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그림판처럼 생겼지만, 속은 더 알차다. 피프티 페츠닉 CEO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싶은 모두를 위해 만들었다”라며 “디자이너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실제 사용자도 다양한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설명했다. 페이퍼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예술’이 아니라 ‘생산성’ 범주에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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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서 페이퍼를 사용한 예(사진 : 페이퍼 동영상)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도구는 많다. 스마트폰에는 항상 기본 메모장이 설치돼 있고, 그동안 수많은 메모 앱이 출시됐다. 생산성 도구로는 ‘마이크로스프트(MS) 오피스’도 존재한다. 페이퍼는 이러한 앱들을 대체하고 싶은 것일까? 현재 페이퍼의 경쟁 제품은 무엇일까? 조지 페츠닉 CEO는 “기존에 있던 생산성 도구와는 추구 방향이 다르다”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범주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경쟁자는 포스트잇, 종이노트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잇, 종이노트 관련 시장은 굉장히 커요. 수십억 달러 규모죠. 언젠가 페이퍼가 이러한 포스트잇을 대체할 거라고 봅니다. 프리젠테이션 도구와 페이퍼는 조금 달라요. 예를 들어 저는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각 슬라이드 안에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고, ‘공유’기능을 이용해 동료에게 보냈어요. 동료는 피드백을 빨리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저는 발표 자료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었죠. 프리젠테이션 도구들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끝나지만, 페이퍼는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어요. 노트 관련 앱들은 글이 많고 시각화하기 힘들어요. 피프티쓰리는 앞으로 시각화해서 아이디어를 정리해주는 도구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중 86%가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둔다’라는 결과도 있었어요. 그만틈 사진은 현재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요. 페이퍼는 이러한 시각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

실제로 이번 페이퍼3.0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 위에 바로 메모를 하는 기능이다. 이용자는 사진을 찍고 난 뒤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강조할 수 있다. 여러 메모들은 줌인·줌아웃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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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시된 ‘페이퍼3.0′. 페이퍼는 과거에는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사진 : 페이퍼 앱스토어)

“디자인과 기술 동시에 고민해”

피프티쓰리는 2011년 MS 출신 개발자와 디자이너 4명이 모여 만든 회사다. 설립자들은 MS에서 근무할 당시 엑스박스, 키넥트, 오피스 등을 개발했다고 한다. 조지 페츠닉 CEO는 “많은 기술이 ‘소비(Consumption)’에 국한된 걸 느꼈다”라며 “‘창작(Creation)’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 싶어 회사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이자 로고에 담긴 ‘53’은 팔을 쭉 뻗었을 때 길이가 평균 53cm라는 데서 가져왔다. 아이디어는 머리에서 나오고, 가슴으로 느끼고, 결국엔 손으로 구현된다. 피프티쓰리 창업자들은 손을 뻗은 53cm 안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페이퍼 아이패드 앱 사용자는 현재 1500만명에 이른다. 페이퍼는 출시 당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올해의 아이패드 앱’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애플 디자인 어워드, 미국산업디자인협외, 에디슨 어워드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지 페트릭 CEO는 “처음 회사를 만들 때는 페이퍼가 성공할 걸 예상 못했다”라고 말했다.

“초창기엔 저희가 수채화를 표현하는 기능에 집중했어요. 그러자 투자자가 ‘왜 수채화같은 기능에 집중하느냐, 차라리 파워포인트 파일로 추출하는 기능에 투자하라’라고 조언하더군요. 우리는 안 된다고 했어요. 우리는 스케치, 드로잉, 컬러링 등을 담은 최고의 도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일반적이지 않은 앱이었요. 그럼에도 저희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에 이미 전문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기술이 있었지만, 매우 작은 시장이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기술을 이용할지 예상 못했지만, 결국 출시 직후 많이 사람이 페이퍼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죠.”

페이퍼의 첫 버전은 11개월 정도 투자해서 만들었다. 당시 업계서는 페이퍼 기술력에 대해서도 많이 회자됐다. 터치감이나 그림을 표현하는 기능이 이전 기술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조지 페츠닉 CEO는 “초기에는 연속 제스처를 표현하기 위해 엔진도 새로 만들고 모델링에 많이 투자했다”라며 “현재는 통계를 잘 다룰 수 있는 과학총괄자(Head of Science)도 섭외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페이퍼가 공개한 ‘씽크’라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이나 직사각형을 대충그려도 페이퍼가 자동으로 교정해준다.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그래픽 알고리즘이나 통계를 전공한 전문가도 3명 영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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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페츠닉 피프티쓰리 공동설립자 및 최고경영자

4명으로 시작한 피프티쓰리의 현재 직원은 58명이다. 피프티쓰리는 인재를 채용할 때 2가지 원칙을 지킨다. 우선, 여러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개발자라면 기술 외에 음악, 와인, 스포츠 등 어떤 것이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 조지 페츠닉 CEO는 “그러한 인재가 여러가지 일을 융합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지 페츠닉 CEO 자신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그 외에도 경제학을 공부하고, 제품 디자인, 현대무용을 배웠다고 한다. 음악에서 관심이 많고,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두 번째 원칙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는 일대일 비율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피프티쓰리에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협업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자는 18명, 디자이너는 15명이다. 피프티쓰리에 있는 디자이너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고, 개발자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다. 가령 홍보 동영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개발자라고 한다.

“피프티쓰리는 ‘사람을 위한 기술’을 만들려고 해요. 이때 사람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은 아주 높죠. 매일 이용하는 앱이라면 아름답게 만들고 이용하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인이랑 엔지니어의 수준을 함께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주된 수익원은 ‘펜슬’

피프티쓰리는 설립 초기에는 앱의 일부 기능을 유료로 제공해 수익을 얻었다. 현재는 페이퍼 앱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100% 무료다. 대신 ‘펜슬‘이라는 스마트 기기 전용 펜을 판매해 수익을 도모하고 있다.

“앱을 무료로 변경한 이유는 2가지예요. 우선은 더 많은 사람이 페이퍼를 이용하길 바랐습니다. 특히 교육기관이랑 기업 고객들이 이용했으면 했죠. 교육기관이나 기업고객은 중앙에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데요. 앱내부구매 구조는 관리하기 쉽지 않아서 선호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로 ‘펜슬’이 큰 성공을 거뒀어요. 굳이 소프트웨어와 펜슬 2가지를 유료로 제공하지 않아도 됐어요. 현재 펜슬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피프티쓰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어요. 나중에 새로운 수익 구조를 추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2012년만 해도 스마트기기 펜은 보편화되지 않았다. 특히 2012년에 나온 스마트기기 펜에는 버튼이 여러개 있고, 사용법도 어렵고, 기계처럼 보였다. 조지 페츠닉 CEO는 “피프티쓰리는 마치 연필처럼 따뜻하고 버튼이 없는 익숙한 펜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펜슬은 실제 연필과 비슷한 무게이며 뒤에 지우개가 달린 것처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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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연필 활용 예(사진:페이퍼 홈페이지)

최근 IT업계에서 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 어도비, 와콤에 최근에 애플까지 스마트기기 펜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펜 기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셀카봉을 보세요.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죠. 스마트폰 액서서리는 특정 기능을 조절하는 데 유익해요. 스마트기기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싶은 사용자가 있다면 점점 펜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글자를 입력할 때 키보드를 이용하면 더 빨리 쓸 수 있는 것처럼요. 스크린에 아이디어를 더 빨리 쓰고 고치기에 펜이 좋은 역할을 하거든요. 피프티쓰리 펜슬의 장점은, 일단 접근성이 좋습니다. 여러 펜슬 SDK가 있어서 소프트웨어와 앱에서 사용할 수 있고요. 가격도 49달러로 경쟁 제품보다 저렴한 편이에요. 애플 펜슬은 최신버전 제품에만 이용할 수 있자만 피프티쓰리 제품은 과거 운영체제와 새로운 운영체제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어요.”

요즘 관심사, ‘협업’과 ‘플랫폼’

피프티쓰리는 해마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13년엔 펜슬 하드웨어를 공개했고, 2014년에는 여러 사람과 페이퍼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믹스‘를 출시했다. 2015년에는 그래프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는 ‘씽크’를 내놓았다. 현재 피프티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조지 페트닉 CEO는 “협업 관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학교에서는 남의 작품을 보면 안 됐어요. 남의 작품을 보는 것은 커닝하는 것과 같았죠. 다시말해 무엇인가 만들때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고민해야 했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죠. 또 다른 점은 20년 전만 해도 엑셀, 파워포인트같은 결과물은 ‘프린트’에서 끝났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아이디어의 결과물이 ‘사람’으로 끝나고 서로 연결되고 있어요. 그래서 공유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 때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그게 피프티쓰리가 공유 기능에 집중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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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페츠닉 피프티쓰리 CEO

또다른 관심사는 ‘플랫폼’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관련 인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조지 페트닉 CEO는 “꼭 아이패드 앱만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아이패드 앱을 줄여서 아이폰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패드는 스케치하는 데 좋고, 아이폰은 문자와 이미지를 보기 좋은 기기거든요. 그러다보니 각 기기에 맞는 기능과 디자인을 보여주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이제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면 더 많은 한국 사용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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