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편견을 극복하는 ‘에이블테크’ 스타트업 6곳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이 있다. 적절하지 않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며, 무조건적 배려의 대상 또한 아니다. 장애인이 사회의 수많은 부분에서 직면하는 것은 사회의 편견이며, 다수의 비장애인만을 위한 설계가 만드는 접근성의 부족이다. 극복해야 하는 대상은 편견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좀 더 보편적인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야를 에이블테크 혹은 보조과학기술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월12일 디캠프와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에이블테크 디파티에서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6개의 에이블테크 스타트업을 만났다.

이날 디캠프와 함께 행사를 주최한 정선애 서울시NPO지원센터 센터장은 “에이블테크라는 단어, 처음 봤을 때 신기한 조합이라 생각했다”면서 “달라보이지만 같은 뜻을 향해가는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가 나는 좋은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쉐어타이핑 서비스(사진=디캠프)

눈으로 듣는 ‘쉐어타이핑’, AUD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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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사회참여를 위한 비영리법인 AUD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쉐어타이핑’ 앱은 학교, 교회, 포럼 그리고 세미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를 실시간 자막으로 제공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예를 들어 강연이 진행되고 있으면 발표자의 말을 스마트폰 또는 스크린을 통해서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른바 ‘문자통역’이다.

문자통역의 방법은 두 가지다. 실시간 문자통역사가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특별히 고안된 키보드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쓰는 방법과 SK C&C의 에이브릴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기계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쓰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문자통역사는 활동 숫자도 적고 활동 지역도 서울에 국한돼 있다. 통역을 할 수 있는 시공간적 한계도 명확하다. 박원진 AUD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목소리 데이터 수집이 완료되면 문자통역사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문자통역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UD 사회적협동조합은 SK C&C와 함께 ‘행복한소리드림(행소)’ 사회공헌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행소 앱을 통해 주어진 대본을 읽고 녹음해 자신의 목소리를 기부하면, 인공지능 에이브릴은 이를 학습한다. 목소리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 문자통역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

쉐어타이핑은 내년 1월께 인공지능 문자통역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를 만든 박 대표 역시 청력도 100데시벨의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장애라는 관점을 바꿨으면 좋겠다”면서 “청각장애인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다. 잘 보는 청각장애를 위해 장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바꿔 나가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토도웍스

기존 휠체어에 배터리를 달았다, 토도웍스

전동휠체어는 비싸고 무겁다. 집 근처를 다닐 땐 괜찮지만 멀리 나가야 할 때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토도웍스는 수동휠체어를 전동처럼 조종할 수 있는 ‘토도 드라이브’를 개발했다. 토도 드라이브는 원래 사용하던 휠체어에 자연스럽게 부착할 수 있는 간단한 키트 제품이다. 무게 4.5kg짜리 키트를 휠체어에 장착하면 마치 전동휠체어처럼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면서 좀더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다.

정성환 토도웍스 COO는 “보통 휠체어 타는 아이들은 부모님 중에서도 어머님들이 100% 돌보게 되는데 어머님들이 들 수 있는 한계 무게가 18kg 정도더라”라며 “휠체어 무게가 12kg 정도라 제품 전체 무게를 5kg 미만으로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도웍스는 향후 휠체어를 넘어 토도스탠딩, 워커, 휠, 에이디, 오토까지 만들 예정이다.

정성환 COO는 “궁극적으로는 무선조정 넘어서 자율주행까지 가는 로드맵을 가지고 시작했다”면서 “실내 GPS와 연동하면 공항 및 병원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홍윤의 무의 협동조합이사장, 정성환 토도웍스 본부장, 박힘찬 설리번 대표, 강내영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 대표, 송덕진 위에이블 대표, 박원진 AUD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디캠프)

콘텐츠의 힘을 믿다, 무의(MUUI)

무의협동조합은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소셜벤처로,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홍윤희 무의 협동조합 이사의 딸 유지민 씨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비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쉽게 타고 다니지만 장애인은 계단 앞에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휠체어 바퀴를 멈추게 된다. 장애인콜택시는 부르면 2시간은 기다려야 온다. 홍윤희 이사는 2015년 말 카카오 스토리펀딩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무의에 합류하게 됐다.

무의는 교통약자용 지도를 제작하고, 시민의식 고취를 위해 교통약자 눈높이 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가진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시민과 기업의 참여를 유발하면 공공 주도로 인프라를 개선해 사회 시스템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

그래서 무의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다 같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홍윤희 이사는 “일본에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돌아다니기가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편하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공존하고, 이런 것들이 일종의 선순환 인식 구조를 만들게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 상품의 시장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고 사이즈도 있다는 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무의는 장애를 둘러싼 논의의 변화를 위한 일종의 선순환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줄이는 미디어 스타트업, ‘위에이블’

위에이블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줄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을 담아 궁극적으로는 위에이블이라는 사회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위에이블은 이를 달성하고자 커뮤니티 맵핑 활동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물리적인 접근성만 좋은 장소는 충분하지 않다. 경사로가 설치된 맛집이라고 해도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장애인에게 문을 알아서 열라고 내버려 둔다면 의미가 없다. 장애인식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위에이블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장애인 누구나 편안하게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로 배리어 프리 투어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택시 투어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제주 현지인들만 아는 숨은 맛집과 명소도 소개해준다.

위에이블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상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위에이블은 이를 위해 서울 소재 대학생과 함께 관광코스가 아니라 일상 속 공간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1월부터는 장애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나 함께 알면 좋은 사례 등을 콘텐츠로 풀어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시도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설리번

커뮤니케이션 장애 인식개선 프로젝트, ‘설리번’ 

설리번은 헬렌 켈러 곁에서 48년간 눈과 귀가 되어준 선생님의 이름이다. 설리번이 그랬던 것처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셜임팩트에 뜻이 있는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

설리번은 첫번째로 장애인 비하 표현인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이라고 고쳐 부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이어 프로젝트’라는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엄지장갑의 스토리펀딩 모금액을 바탕으로 수화통역사 O2O 앱을 만들고 있다.

이어프로젝트는 기존 수화통역센터 예약 방법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했다. 쉽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청각장애인이 스스로 예약할 수 있게 하고, 통합적 스케줄 관리로 수화통역센터에도 편리한 통합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추후에는 프리랜서 통역사까지 중개 대상으로 끌어들여 청각장애인의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서비스까지 꿈꾸고 있다. 박힘찬 설리반 대표는 “아직도 수화통역을 언어통역이라는 전문서비스가 아니라 자원봉사로 본다”라며 “더 많은 통역사 양성을 위해서 우리가 수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소리 복합 공간,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는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온·오프라인 소리 복합 공간이다. 음성해설이나 화면해설 등 배리어 프리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장애인이 단순히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콘텐츠의 소비자 내지는 수혜자로만 위치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함께 서야 한다는 취지다.

배리어 프리 콘텐츠는 화면해설 초고 작업을 거쳐 시각장애인이 참여하고 감수하는 사전모니터 이후 녹음-믹싱-검수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후에 또 시각장애인이 참여하는 사후 모니터 과정이 들어가 있다. 사운드플렉스 제작팀은 화면해설팀, 전문모니터팀, 내레이션팀, 사운드팀, 자막팀, 자막감수팀으로 구성돼 있다.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에서는 그 외에 장애인이 출연하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콘텐츠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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