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디자인위크2009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한번쯤 꼭 들러야 할, 코리아디자인위크2009

지난 1일 구 서울역사에서 첫 돛을 올린 ‘코리아디자인위크 2009 : in seoul(이하 코리아디자인위크)’. 120 여명의 국내외, 신구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대형 디자인 전시행사로서,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확인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다 드는 최신 경향을 담아 ‘intersection’이라는 주제를 상정하고, 디자이너가 직접 구 서울역사라는 ‘장소특정적’인 공간과 작품 컨셉트가 어우러지도록 전시공간을 디자인하는 ‘컨셉트디자인전시’를 표방하는 등 특별한 개성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디자이너라면 한번쯤 꼭 들러야 할 이번 코리아디자인위크는 5월10일까지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사회 지리적인 교차점 역할을 하는 서울역 광장 한 가운데,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모순된 시간성을 한껏 품고 있는 구 서울역사…. 올해 첫발을 떼는 코리아디자인위크가 이곳을 출발지로 정하고, 전시의 첫 주제로 ‘intersection’을 내건 점이 먼저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최 측이 말하는 ‘아트와 디자인의 교차’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지만(작년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주제가 ‘예술처럼 향유하는 디자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하자면), 구 서울역사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와 유명 해외 디자이너에서부터 국내 대학 재학생까지 아우르는 전시의 규모, 디자인이 인스톨레이션과 미디어아트로까지 뻗어간다는 전시 내용 등이 절묘한 합의점을 이루며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을 위해 구 서울역사로 진입하자, 제일 먼저 관람객들을 맞는 건 '정글D마켓’이다. 마치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웅성거림이 연상되는 ‘정글D마켓’은, (주)디자인정글이 마련한 행사로서, 디자이너와 관람객이 직접 얼굴을 맞대며 제품을 구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디자이너 마켓’을 표방한다. 40여 팀의 참가자들이 자체 제작한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며 코리아디자인위크의 신명을 돋우고 있는데, 관람객들은 참신한 디자이너 제품을 ‘득템’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물론 개별 디자이너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쏠쏠'한 아이디어도 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벌써 한 여름인 ‘쨍’한 바깥 날씨가 무색하리만치, 어느새 냉기 서린 기운이 기분 좋게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전시의 서두를 맞고 있는 조명회사 LUMENS의 작품 ‘Intro intersection’에 빠져들어보자. 인스톨레이션과 미디어아트로까지 확장된, 또는 그렇게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를 지워낸 작품들이 다수 선보인 이번 코리아디자인위크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 2층이 뻥 뚫린 커다란 라운지에 마치 물을 적시는 듯 흐르는 기계 음에 살포시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이번 전시 관람의 워밍업으로는 충분하다.

이제 구 서울역사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차례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인테리어의 구 서울역사를 알뜰하게 차지하고 있는 전시품들은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공간과 기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그 감상의 데시벨을 더욱 높인다는 인상이다. 특히 공예적인 손맛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작품, 특히 샹들리에 등 라이팅 작품이 이번 코리아디자인위크의 대다수를 이루기 때문에, 전시 공간과 맺는 상관관계는 훨씬 중요할 터.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점거한 양진석의 ‘doggy stools’나 부서져 내릴 듯한 빈방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이소현의 ‘이슬화 샹들리에’ 등은 소재와 기술력에서 최첨단을 달리지만 오랜 시간을 품은 공간과 매칭되면서 관람객들에게 기묘한 상상력을 선사하고 있다.


어둑어둑한 1층과 달리, 햇살을 가득 품은 2층 전시장은 보다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 전시가 펼쳐진다. ‘노자이너’의 작품이나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밀라노에 공수한 유명작은 물론 국내 신구 디자이너들의 최신작들이 방만하게 설치되어있다. 벽에 걸려있거나 선반 위에 올려 높은 비교적 작은 크기의 작품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공간과 잘 어울린다. 워낙 큰 규모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걸음을 성큼성큼 떼다 보면 쉽게 놓칠 수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권한다.

필묵 김종건의 캘리그라피 작품이 수놓아진 통로를 따라가면(손글씨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 나와 있어 현장에서 직접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이제부터는 한층 젊어진 디자이너들과 만나게 된다. 다른 전시품과는 달리 방 단위로 전시가 구획되어 있는데, 이는 이곳에서 다양한 그룹전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완성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패기와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전시장에 참여 디자이너가 직접 나와있다. 선뜻 말을 걸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지금까지 아주 간략하게 코리아디자인위크를 둘러봤다. 더 많은 이야기를 떠든다면 ‘스포일러’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만 말을 줄인다. 몸소 관람하면서 직접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다시 힘주어 말하고 싶은 바는, 전시품은 물론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를 구 서울역사의 흔적을 부디 두 눈으로 담아두길 바란다는 점이다. 작품 자체가 말하는 intersection과 더불어 공간이 품은 intersection을 함께 느낀다면,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는 길의 햇살마저 남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2009-05-05 오전 9: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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