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IoT, 경쟁의 핵심을 바꾸다

 “냉장고를 공짜로 사용한다면?”


냉장고 속 식품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고, 아마존과 같은 유통 기업이 소비자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필요한 식품을 주문도 하기 전에 알아서 배송해준다고 생각해봅시다. 게다가 냉장고도 공짜로 제공하면서 말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짐 툴리(Jim Tully) 부사장은 ‘IoT 시대 하드웨어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하드웨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냉장고를 공짜로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여닫는 시간•횟수, 사용자의 식료품 구매 이력 등과 같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냉장고를 판매하는 것보다 최대 5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냉장고를 제조하던 기존 가전 기업들은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유통 기업을 상대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물들에 센서, 통신 기능을 탑재한 IoT 디바이스들이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그 영역도 이제는 IT 산업을 넘어 스마트홈, 에너지, 교통 등 실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범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IoT 디바이스들은 대부분 센서와 네트워크 기능을 단순히 활용한 모니터링 및 제어 수준에서 구현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형태로 구현된 IoT 디바이스들은 결국 모니터링한 상황과 제어할 대상에 대한 판단, 명령을 사람의 몫으로 남기게 되고 결국 고도화된 서비스로 구현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IoT를 더욱 지능화된 형태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IoT를 통해 이러한 기업들은 각 산업 내 기존 기업들의 전략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구현하여 새로운 형태로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제조 판매 방식에서 서비스 방식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GE, 롤스로이스와 같은 항공기 엔진 제조사들은 정교한 설계를 기반으로 안정성 높은 고출력, 고효율의 엔진을 제조하기 위한 경쟁을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진행해 왔습니다. 이들 기업 간 경쟁으로 항공기 엔진 산업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였지만, 그만큼 엔진 제조 원가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항공기 제조에 있어 엔진의 원가 비중은 최소 25% 이상 차지하는 점에서 엔진 제조 비용 상승은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같은 항공기 제조사에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을 기존 ‘판매’ 방식에서 ‘리스&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엔진을 구매하는 항공기 제조사는 수백억~수천억에 달하는 엔진 비용을, 구매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를 운항하며 엔진이 가동된 시간에 따라 사용료를 내는 것입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위해 항공기 엔진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온도, 공기압, 속도, 진동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히 과금을 위해 사용되는데 그치지 않고 엔진의 상태를 진단해 사전적 정비를 하거나, 연료 절감을 위한 엔진 제어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분석하고 활용합니다. 이는 엔진 정비, 사후 관리와 관련된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되어 추가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롤스로이스는 엔진 제조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IoT 기술을 적용해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기 구매 시 항공사가 지불해야 했던 초기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항공기 엔진 정비 및 사전 점검에 지불했던 비용도 크게 절감했습니다. 이러한 소비 측의 명확한 효용 가치로 인해 민간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 롤스로이스는 2002년 IoT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후 지속해서 매출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 약 10년 만에 항공기 엔진 시장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습니다.

l 항공기 엔진 시장 점유율(출처: Airclaims Case Database, '13)


이로 인해 엔진 제조 시장은 기존 ‘판매’를 통한 시장 경쟁에서 IoT 기술 적용으로 ‘리스&서비스’ 로 엔진 제조사들의 경쟁 방식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즉, 과거 정교한 설계에 기반한 엔진 제조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엔진이 가동되는 동안 관련 정보를 누가 더 다양하게, 정밀하게 확보하고 분석하여 서비스로 구현하는가가 경쟁의 핵심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는 의료 산업

의료 산업은 그동안 병이 발병 후 환자가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사후적 질병 치료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질병 치료 과정은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게 하거나 치료를 위해 환자가 지불하게 되는 시간 및 경제적 비용 등 높아지게 하는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 건강 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지만, 기존 방식을 대체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져왔습니다. 실제 최근 시계, 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형태로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출시되며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들의 운동량, 심박 수, 혈당 수치 등을 측정하지만 단순 모니터링에 그칠 뿐, 사용자에게 지불 가치 높은 의료 서비스로 연계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즉, 이들 디바이스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사용자들의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그 이상의 의학적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는 못하는 현실입니다. Io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의료 산업이 갖는 특수성(전문적 의학 지식 및 경험)으로 인해 IoT 디바이스들이 보편적으로 확산하는 데에는 큰 한계를 지니며 의료 산업은 아직도 의료 기관을 통한 사후적 진단 및 치료 방식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 기관 중심의 이러한 산업 구도 속에 IT 기업인 IBM은 IoT 기술에 지능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접목해 산업 내 경쟁 구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IBM은 자사가 개발한 지능형 인공지능 시스템인 Watson을 의료 전문 서비스로 특화해 개발 중인데요. Watson은 그동안 전문의 등 사람이 판독, 판단하던 질병의 진단을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통해 대체하려 합니다. 


l IBM Watson 홈페이지(출처: https://www.ibm.com/watson/)


예를 들어 CT, MRI 등 영상 이미지를 판독해 특정 질병의 발병 여부를 판단하거나, 환자의 혈당, 혈압, 심박 수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병을 진단합니다. IBM은 의료 산업에 특화 개발된 Watson을 통해 인간이 진단하는 것에 비해 질병 발생 징후를 더욱 사전에 발견하고 오진을 혁신적으로 줄 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의료 기관들은 의료 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 중 하나인 질병의 진단을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IBM은 이를 위해 수년간에 걸쳐서 Watson을 의학 분야에 특화해 개발해 왔습니다.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 쇼’에서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Watson의 가능성을 검증 후 IBM은 2012년 미국 캐터링 암 센터로부터 진단, 치료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 Watson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약 60만 건 이상의 진단서, 200만 페이지의 의료 전문 서적, 150만 건의 환자 기록을 통해 Watson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을 습득합니다. 또한, IBM은 1조 원을 들여 의학 영상 솔루션 기업, 머지 헬스케어(Merge Healthcare)를 인수하는 등 의료 산업 내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며 그 전문성을 높여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시되었던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Watson의 지능형 의료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단순한 건강 정보의 수집 및 모니터링이 아닌 질병의 진단과 처방에 이르는 고차원적인 의료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실제 IBM은 이를 위해 Watson 생태계를 구축 중이며, ‘Point of Care’, ‘genineMD’ 등과 같은 헬스케어 기업들이 참여해 Watson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출시 중입니다. 따라서 향후 의료 산업은 기존 의료 기관이 중심이 된 사후적 질병 치료 중심에서 다양한 IoT 디바이스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건강 상태가 모니터링되고 고도화된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를 통해 이상 징후를 즉각적으로 발견해 병을 예방하는 사전적 건강 관리 방식으로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Mass Production’에서 ‘Mass Customization’으로 변화하는 제조업

제조 현장에서는 그동안 제조 공정 최적화, 수율 관리, 재고•자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해 왔습니다. 제조 공정의 IT화는 자동차, 전자 산업을 시작으로 소품종 제품의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에 최적화된 제조 공정을 구축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효율 극대화를 달성시키며 크게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품종 대량 생산에 맞춰 구축된 제조 설비는 다품종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습니다. 매번 달라지는 제품에 대한 공정 관리, 부품 및 자재 관리의 복잡성 증가, 제품 품질 및 작업자 역량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품종 제품을 생산해 내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제조 현장에 적용될 IoT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통신 기능을 갖는 다양한 센서들이 제조 설비에 탑재되고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사람의 개입이 없이도 제조 설비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합니다. 생산 라인에 매번 다른 작업 과정이 필요할지라도, 설비들이 자동으로 상황에 맞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IoT 기술 적용은 단순한 제조 공정 최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조 라인의 예측 정비, 자제•제고 관리, 물류 최적화 등 제조 시설 전반에 걸쳐 활용되며 제조 산업을 혁신합니다. 이와 같은 제조 산업의 IoT 기술을 적용한 혁신은 Industry 4.0, Industrial Internet이라 불리며 Siemens, Bosch, GE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IoT 기술을 통한 제조 공정의 혁신은 단순히 생산 비용 절감 및 품질 향상과 같은 수준을 넘어 기존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산업을 맞춤형 대량 생산(Mass Customization)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즉, IoT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품종 제품 생산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조 산업의 혁신은 그동안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고려해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해 왔던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동시에 변화시키며 향후 제조와 소비 산업 모두를 혁신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향후 경쟁은 어떻게 바뀌는가?

IoT는 이렇게 기존 기업들의 사업 방식과 경쟁의 핵심축을 변화시키며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산업을 혁신시킬 수 있습니다. IoT로 인해 가능한 경쟁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요약됩니다.

첫째, 산업별 기업들의 경쟁 방식이 변화합니다. IoT 기술을 적시에 활용한 기업은 기존 기업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고객의 핵심 니즈를 해결하며 경쟁의 축을 변화시킵니다. 정교한 설계에 기반해 고성능의 항공기 엔진을 제조하여 판매했던 방식을 롤스로이스가 센서와, 정보 분석 기술을 활용해 리스&서비스 방식으로 변화시킨 것과 같습니다. 


둘째, 경쟁의 강도가 심화하여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IoT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구현해 내는 Startup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Startup 기업들은 각 산업 내 기존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도 하지만, 기존 기업들과 제휴, M&A 등으로 연합해 기존 기업들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속도와 그것으로 인한 경쟁이 더욱 심화하는 것입니다.


셋째, 경쟁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됩니다. 산업 내 기업들은 기존 경쟁자가 아닌 IoT 기술을 활용한 전혀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마존, 월마트 같은 유통 기업이 냉장고를 무료로 제공하며 유통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구글•애플과 같은 IT 산업의 기업이 무인 자동차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가전 제조사 및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통, IT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기업들과도 경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 | 이승훈 책임연구원(shlee@lgeri.com) | LG경제연구원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LG CNS 블로그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