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자금세탁과 외화 불법유출을 막기 위한 금융정보분석원이 존재합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분석하고 자금의 이동을 추적하는 기관입니다. 최근 이러한 금융정보분석원에서도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인데요. 인간이 수기로 해왔던 자금세탁•탈세 의심 금융거래 분석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면서, 세수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융회사에 보고된 모든 의심거래는 TRAQ(AUSTRAC's Transaction Reports Analysis and Query,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합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TargIT(AUSTRAC's automated monitoring system, 정보분석시스템)을 통해서 의심거래를 분석하는데요. 이를 세금기관, 법 집행기관, 안보 관련 기관 등에 금융정보를 수집, 분석해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법 집행기관에서는 AUSTRAC에서 제공한 분석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AUSTRAC에서 제공하는 TES(TRAQ Enquiry System, 정보공유시스템) 시스템을 통해 직접 TRAQ 데이터베이스에서 필요정보를 검색합니다. 단, 법 집행기관마다 정보 접근 허용과 차단에 관한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고 검색한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한 추적관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정보공유시스템(TES) 사용자는 3,000명 정도이나 월별 200만 건을 검색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보 검색건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AUSTRAC의 정보시스템은 자금세탁 및 테러 자금조달에 관한 국가 차원의 ①통합 데이터베이스(TRAQ), ②보고시스템, ③인공지능(AI)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석시스템, ④정보공유시스템(TES)으로 구성됩니다.
100명 정도의 IT 및 통계를 전공한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전문 분석가가 분석업무를 전담합니다. 전체 직원 330명 중 3분의 1이 자체 IT 인력인 셈입니다. 이들은 개발 플랫폼 관리, 공유시스템 구축, 추적관리, 보안 업무를 철저히 수행합니다. 심사분석 시 다양한 통계도구 및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정보공유시스템의 경우 철저히 추적이 가능하도록 법 집행기관과 연계 구축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활용을 위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호주 RMIT대학과 함께 ‘복합금융거래와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데이터마이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기법 개발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박사급 12명이 여러 거래가 복합된 네트워크 혐의도를 분석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룰베이스 기반의 개별거래 위주의 의심거래 혐의도 분석이 아니라, 관련자 간의 거래를 하나의 네트워크 그룹으로 정의하고 거래 네트워크 그룹의 혐의도를 종합 분석하는데요. 거래 네트워크 정의가 용이한 전신송금, 현금 예금 등 업무에 서포트 벡터 머신(SVM),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등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합니다.
기존 고객 및 거래 중심의 자금세탁 위험측정 방식에서 다수의 거래자를 포함한 금융네트워크 전체에 대한 분석 모델로 진화한 것입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 송금인이 외국 단일 계좌로 송금하고, 또 외국에서 입금되는 계좌 중에 비슷한 규모로 국내에 들어오는 의심거래를 하나하나 찾아서 사람이 대조했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의심되는 여러 복합거래 패턴을 학습시켜 환치기 모델을 만들면 손쉽게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했을 때 길게는 2~3개월이 걸렸지만,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2~3일로 단축돼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한국거래소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 구축한 바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으로 이상 거래나 시장교란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합니다. 이상 거래가 적발되면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기 이전에 해당 종목 등에 대한 투자를 경고하거나 차단합니다. 또 인공지능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거래내역 적출 및 분석을 기존 2일에서 약 1시간으로 약 16배 처리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금융거래 분석시스템이 정착되면, 의심스러운 거래분석의 정확성과 속도가 향상돼 불법금융거래 차단이 선진국 수준으로 더욱 정교하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활용이 한 단계 성숙하고, 불법•편법 금융거래도 효율적으로 막는 중요한 성공사례가 되길 기대합니다.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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