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이메일로 과일을 보낼 수 있다고?” 스마트팜(SmartFarm)의 시대

2015년 말 제네바에서 있었던 TED Global에서 MIT 미디어랩의 도시농장 ‘City farm’ 책임자인 칼렙 하퍼(Caleb Harper)는 이메일로 과일을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누군가 “나는 멕시코산 딸기가 맛있어서 좋아”라고 한다면, 이 사람이 원하는 ‘멕시코산 딸기’는 어떤 딸기를 의미하는 걸까요?



그것은 꼭 멕시코에서 자란 딸기가 좋다는 의미보다는, 멕시코 지역과 같은 햇빛, 온도, 바람 등의 기후와 토양 성분, 산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대기 성분 등을 포함한 환경 조건에서 자란 딸기가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 종자 회사를 통해 같은 종자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과일이나 채소의 맛을 ‘어떤 환경 조건에서 자랐냐’로 정의할 수 있다면 기후와 산소, 이산화탄소 등의 대기 성분에 따라 기대하는 색감, 질감, 맛 등을 프로그래밍하여, 온라인으로 원하는 과일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l 식물 IP Address, MIT 개인용 식품 컴퓨터


이렇게 정의한 작물 레시피와 그에 따른 작물 특성을 Plant IP라고 할 때, 이를 활용해 개인용 식품 컴퓨터(Personal Food Computer)가 해당 프로그램대로 식물을 키우게 되면 세계 어디에서나 물리적인 과일의 이동 없이도, 같은 과일의 맛과 식감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죠.


MIT 미디어랩의 City Farm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식품 서버(Food Server), 나아가 식품 데이터센터(Food Data Center)의 아이디어까지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용 식품 컴퓨터(Personal Food Computer)가 소규모 식물 재배기라고 하면 식품 서버(Food Server)는 컨테이너박스 하나 크기 정도의 식물 농장이고 식품 데이터센터(Food Data Center)는 건물 하나 크기의 식물 재배 시설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l MIT 식품 서버(Food Server)



 현실로 다가온 식량 위기

왜 이런 고민들이 시작되었을까요?
이런 고민들은 바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에서 시작됩니다.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영향력이 큰 글로벌 리스크 중 하나로 식량 위기가 꼽혔습니다. 현재 우리는 예전과 비교해 식량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더 좋은 식품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런데도 왜 식량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일까요? 우선 식량 위기는 소비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량을 확보하는 개념의 식량 안보문제와 식품의 신선도, 영양소 등의 품질 문제에 대한 식품안전의 문제로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선 식량 안보 문제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UN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50년 인구는 73억에서 97억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삶의 질의 향상에 따라 1인당 칼로리 소비도 증가하여 2015년 대비 2050년 글로벌 전체 식량 소비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식량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농업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극심한 사막화 및 도시화로 인해 재배 가능한 경작지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많이 유입되면서 농업 노동인구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 또한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l 세계 인구 대비 식량소비 전망(출처: The world bank, FAO)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식량 안보(Food Security)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 자본 등의 투입량 대비 생산량을 표현하는 지표인 생산 효율성, TFP(Total Factor Productivity)를 계산해본 결과 2010년 대비 2050년에는 75% 증가분을 생산해야 식량 소비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40% 증가분만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미래에 식량의 공급량이 식량 소비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식품안전(Food Safety)에 대한 우려 또한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 신선도, 영양소를 고려하는 것을 넘어서서 잔류 농약, GMO 등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국내에서 발생한 달걀 파동 이후 살충제와 농약에 오염된 식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강화되며 이에 대한 불신으로 무농약, 유기농 제품들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GMO 식품에 대한 불신도 점차 증가하면서 non-GMO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과 IT기술의 만남

이러한 물, 땅, 노동력 등 자원의 한계, 기상이변과 같은 자연재해, 농약•제초제•GMO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화학 약품 남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법과는 다른 혁신적인 생산 방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IT 기술을 적용한 농장인 ‘스마트팜’은 그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IoT를 통해 작물 및 농장 상황을 센싱하고 수집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농장의 생산성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량,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기후와 토양의 수분, Ph 등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관수 장치와 양액기 등 농장 전반의 시설 및 에너지 사용이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제어되는 것입니다.

기후•토지와 같이 재배에 필요한 자연 요소까지 완전 통제할 수 있는 버티컬팜(Vertical Farm)과 같은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버티컬팜은 건물 실내의 여러 층의 재배대에서 작물을 기르는 농장을 지칭하는데, 실외 환경에 비해 부족하거나 없는 햇빛을 LED로 대체하고, 온습도 조절은 공조 시설로, 토지의 영양분은 영양액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대부분 수경재배 방식으로, 양분이 있는 물을 공기 중에 분사하거나(Aeroponic), 어장과 수로를 연동해 물고기의 배설물을 활용하는(Aquaponics) 등의 독특한 수경재배 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내의 통제된 환경에서 기르다 보니 GMO, 농약,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넓은 경작지가 필요하지 않아 도시 근교에 위치할 수 있는 것이 버티컬팜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l Aeroponics 형태의 버티컬팜, Aerofarm 뉴저지 농장 모습


버티컬팜이 등장하면서, 캐나다나 미국 동부에서는 기존에 미국 서부로부터 7~15일에 걸쳐 장거리로 배송받던 채소를, 도시 근교 30분~1시간 거리의 버티컬팜에서 생산해 수확 1일 이내에 신선한 상태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래스카와 같이 기후 특성상 농업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버티컬팜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알래스카 원주민 단체가 설립한 Arctic greens는 버티컬팜 기술을 도입해 미국 본토로부터 2-3주에 걸쳐 배송받던 채소를 알래스카 내에서 자체 생산해 지역 식료품점과 슈퍼마켓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토지 및 기후 제약 조건을 뛰어넘어, 더 나은 품질의 채소를 공급할 수 있는 버티컬팜의 가능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에릭 슈미트 구글 CEO, 제프베조스 아마존 CEO도 Aerofarm, Plenty와 같은 미국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편, 재배 환경 조건을 최적화하고 통제하는 것 외에,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 로봇 기술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더불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보틱스 스타트업 블루리버사의 인공지능 기반의 ‘상추 로봇 See&Play’는 카메라가 비전 인식을 통해 상추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필요한 만큼의 제초제를 뿌리는 정교한 방제 로봇입니다. 노동력을 절감할 뿐 아니라 무분별한 농약 남용을 방지해, 사람이 직접 제초제를 뿌릴 때보다 사용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l 블루리버사의 상추 로봇 See & Spray


세계 최대 농기계 회사인 미국 존 디어(John Deere)사도 이러한 인공지능•로보틱스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무인 트랙터를 개발하여 보급 중이며, 최근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의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l 존 디어사의 무인 트랙터


일반적인 지상 로봇보다 더 넓은 시야와 제어 범위를 확보할 수 있는 드론도 작물 주기의 다양한 프로세스에서 활용성을 가지며 높은 효율성으로 농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파종 전 단계부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드론은 카메라로 농경지를 촬영, 파종 전 경작지의 토양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3D 맵을 생성함으로써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물과 토양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토양 상태에 맞는 종자를 분석하여 종자 사용의 효율을 높여줍니다. 그 다음 파종 단계에서도 드론이 활용되며, 이 단계에서 드론은 파종에 드는 비용을 85% 정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비용 절감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생장 단계에서도 물론 드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드론에 센서를 부착하여 작물의 건강상태와 기타 박테리아 양 등 식물의 건강상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센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토양환경이나 물의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약을 살포하기도 합니다. 실시간 센싱 데이터를 통해 작물에 필요한 수자원, 농약 등 또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l 제초제를 살포 중인 농업용 드론


식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농업과 ICT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농업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농산업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고용 감소나 기술 의존도 높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세농-대형 농가 간 격차 심화와 같은 문제들도 발생할 수 있기에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농가를 지원하고 기술 보급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도 동반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9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개 모델, Open Innovation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는 현재의 산업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고민과 필요한 비즈니스 전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글 | LG CNS 엔트루컨설팅 컨버전스전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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