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쉽게 따라 하는 미디어 아트 Make Media Art[8편] StrandBeest

LG CNS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디어 아티스트 송준봉입니다. 독자 여러분! 2017년이 이제 곧 역사로 변하게 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2017년이 아쉬움으로 남으실 분들도 계실 테고, ‘올해야말로 나의 전성기였다!’라고 생각하실 독자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어찌 되었든 모든 독자분께 행복한 2017년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지금부터 예술과 IT part 2, ‘Make Media Art’ 의 8번째 작업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만들어 볼 작업은?

l Strand Beest, 테오 얀센,PVC piping, wood, and fabric airfoils, etc., 1990~ 

(출처: http://www.strandbeest.com)


오늘 만들어 볼 작업은 네덜란드 태생의 작가 ‘테오 얀센(Theo Jansen)’의 키네틱 작업인 ‘StrandBeest' 입니다. 미디어 아트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작가 테오 얀센은 2010년에 한국에서 전시하기도 했고, 모 자동차 회사 광고 등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테오 얀센’ 작업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예술과 공학의 벽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명언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미디어 작가들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미디어 아트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던 시기에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생각이 드네요.


l 자신의 StrandBeest 3D Print kit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테오 얀센 작가

Kit가 꽤나 잘 팔리는 듯 합니다.


오늘 만들어 볼 작업 ‘StrandBeest’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990년부터 테오 얀센은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명체라고 하지만, 평범한 노란색의 플라스틱 튜브(PVC)로 구성된 좀 특별한 생명체라고 할 수 있지요. 테오 얀센은 이 플라스틱 무기물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만든 생명체들을 총체적으로 StrandBeest라고 명명했습니다. 


네덜란드 언어로 strand = beach, beest = beast 로, 한국어로는 ‘해변의 괴수’ 정도 되겠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생명체는 바람을 주식(동력)으로 주로 해변 등지에서 끊임없이 걸어 다니며 살아가게 되고, 따라서 바람만 있다면 먹이를 먹지 않고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가인 테오 얀센은 새로운 생명체인 StrandBeest를 물이나 태풍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론적 계산 기술(Genetic Algorithm)을 응용하여 지속적으로 진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살아남은 StrandBeest들이 해변에서 하나의 생명체 군으로 무리를 지어 살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StrandBeest가 어느 정도까지 진화했는지 살펴보자면, 바람이 없을 때 스스로를 추진하기 위해 공기압을 저장할 수 있는 자체 추진 종(種), 물에 빠져 죽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물에서 멀리 도망치는 종, 폭풍이 다가올 것이 감지되면 바닥에 자신을 고정하는 종까지 다양하게 진화했다고 하네요.


l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살아가고 있는 StrandBeest


사실 키네틱 작업의 매력 중 하나는, 생명체의 대표적인 특성인 움직임을 통해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바람이나 태양열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물체들의 군집이라면, 하나의 새로운 종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더 작가의 생각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테오 얀센이 StrandBeest를 주제로 2007년에 진행한 ‘새로운 생명체들’이라는 TED 강연 영상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StrandBeest’ 작업에 사용된 기술과 원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l 테오 얀센의 2007년 TED 강연,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출처: https://www.ted.com/talks/theo_jansen_creates_new_creatures?language=ko)



 어떻게 만들었을까?

‘StrandBeest’는 굉장히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고, 종류에 따라 특수한 장치가 부착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의 Leg Module을 연결하여 거대한 몸체를 구성하게 됩니다. 테오 얀센은 이 하나의 Leg module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StrandBeest가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가지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고민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전체적인 모션 자체는 복잡할지라도 StrandBeest중심에 있는 (‘척추’라고 불리는) 크랭크 샤프트의 회전 하나로 모든 움직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랭크 샤프트의 회전은 11개의 막대(뼈)와 연결되고, 전체적인 Leg Linkage의 모션이 최종적으로 걷는 형태로 변환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발끝의 모션인데,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끝을 바닥 면에 대고 밀었다가 다시 다리가 들어 올려 앞으로 이동하는 형태의 반원 모션(정확히는 반 타원 형태)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요란하지 않고 최대한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말이죠!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아래 그림과 동영상 링크를 보시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 StrandBeest Leg module 의 모션 (좌),  테오 얀센의 Test Module (우)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yT5vveeN2A)


결과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모션은 11개의 막대의 길이 비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 비율의 최적값을 찾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StrandBeest가 만들어진 시기는 1990년이기 때문에, 이때는 컴퓨터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도 훨씬 전이지요. 

물론 지금은 이러한 Linkage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Desney의 연구 (사실 Desney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Top class의 연구기관입니다. 아마도 3D animation 제작 때문이겠지만요.) 에서는 원하는 모션을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Linkage의 설계가 알아서 출력되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l Computational Design of Mechanical Characters by Disney (2013), 

정말 놀랍습니다 꼭 보세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fznnKUwywQ)


테오 얀센은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터라, stranbeest의 이상적인 보행 운동에 필요한 11개의 뼈대 길이의 비율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만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11개의 막대로 조합 가능한 비율의 수는 막대기당 10개씩만 해도 대략 10,000,000,000,000개의 모션이 있었고, 그때 당시의 컴퓨터로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검증한다면 10 만 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테오 얀센은 진화론적 계산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Genetic algorithm이라고도 불리는 유전 알고리즘은 ‘초기화(Initialization) > 선택(Selection) > 유전 연산(Genetic operators) >종료(Termination)’를 반복하게 되는데, 쉽게 말하면 불규칙적으로 생성된 초기 집단에서 문제 해결에 가장 가까운 성공 유전자만 남기면서 유전자를 재결합하여 세대를 거치면서, 가장 문제 상황에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론입니다. 

실제로 테오 얀센은 1,500개의 다리 후보를 시작으로 해서 몇 달간의 컴퓨터 연산과 세대교체를 통해 이상적인 모션을 나타내는 11개의 뼈대의 비율 숫자(작가는 이 숫자를 Holy numbers라고 부릅니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숫자의 비율은 아래 스케치 그림의 수치에서처럼 ‘a = 38, b = 41.5, c = 39.3, d = 40.1, e = 55.8, f = 39.4, g = 36.7, h = 65.7, i = 49, j = 50, k = 61.9, l=7.8, m=15’ 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제가 작업을 만들 때도 이 숫자를 기본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시뮬레이션을 웹브라우저에서 해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있는데요. 웹브라우저에서 Space bar를 누르면 Leg 움직임이 멈추는데 이때, 각 관절의 길이를 조절하면서 최적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beest motion을 만들어 볼 수 있으니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l 테오 얀센의 11개의 플라스틱 뼈대 스케치와 Holy Number

(출처: http://www.strandbeest.com/)


beest motion 스케치 해보기

http://tinyurl.com/gwcuhhr



 만들어봅시다!

그럼 이제부터 ‘StrandBeest’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전에 많이 사용한 Arduino나 프로그램 등이 없이, 디자인과 제작만으로 끝나기 때문에 주로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해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1)준비물 

‘StrandBeest’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크릴 : 3mm ,다수

2) DC모터: 1

3) 3D Printing: 업체 제작

4) Laser cutting 장비: 업체 제작

5) 컴퓨터: 1 (Design Modeling )

6) 전선 및 기타


(2) Modeling 

우리가 만들 StrandBeest는 아크릴 Laser Cutting Part와 3D Printing Part를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3D 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툴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이전에도 몇 번 소개해 드린 적 있는 Fusion360을 사용하여 디자인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Fusion360의 사용법은 Youtube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서 한국어 강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와 같이 테오 얀센 의 Holy Number의 비율에 맞게 다리의 각 파트를 디자인해 줍니다. Fusion360 tool을 사용하면 아래와 같이 미리 조립해보고 모션을 테스트해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다양한 검증이 가능합니다.


l Fusion360을 사용한 Leg Module의 Design및 조립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익숙해지는 시간만 조금 견디면 상당히 쉽고 간단하게 모듈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Leg Module을 아래와 같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디자인을 각각 Laser cutting 및 3D Printing 제작용으로 Export 해둡니다. 기본적으로 다리의 뼈대는 Laser cutting으로 제작하고, 회전하는 샤프트 크랭크는 3D Printing으로 제작하게 됩니다.


l Leg Module의 조립 및 Simulation Modeling 결과


(3) 제작과 조립
추출한 Modeling 파일들을 각각의 제작 장비에 넣고 아래와 같이 만들어 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Laser cutting 장비나 3D Printer를 쉽게 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제작 사이트에 의뢰하셔서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가격도 많이 낮아졌고 Fab Lab. 이나 과학관 등에서 회원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경험해보시면 4차 산업 혁명을 내 눈앞에서 느끼실 수 있답니다.

l Laser Cutting 장비를 사용하여 만든 뼈대 Parts들


l 3D Printer 장비를 사용하여 만든 샤프트 크랭크 및 기어 등의 Parts들


이제부터는 제작된 Part들을 열심히 조립합니다. 각각의 뼈대들의 Linkage를 Key Part를 사용하여 연결시켜 줍니다. 조립 순서는 ‘Leg Parts 연결 > Leg Module 완성 > Leg Module 연결 > 전체 완성’ 순으로 진행합니다. 아래 그림이 Leg Module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l Key를 꼽아 Linkage를 연결시켜 Leg Module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Leg Module을 총 4 Set 만들어 줍니다. 실제 StrandBeest는 수십 개의 Leg Module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부 만들다가는 제 생명력을 먼저 잃게 될 것 같아 4개에서 타협하기로 합니다. 열심히 조립하면 드디어 아래와 같은 완성 형태를 지니게 됩니다. 이제 뭔가 StrandBeest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네요!


l 4개의 Leg Module이 합체되면 strandBeest 완성!!


(4) 완성과 마무리

마지막으로 StrandBeest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시간입니다. 원래대로 바람으로 움직이면 좋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바람이 불면 쓰러질 듯 약하기 때문에,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추어 모터로 생명을 부여하도록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DC 모터를 부착하고 적절한 Gear를 연결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l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명인 모터와 배터리를 주마!


드디어 생명력을 얻은 StrandBeest를 세상에 내놓을 시간입니다. 구동시켜보니 왜 테오 얀센이 수십개의 Leg Module을 부착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더군요. 4개의 Leg Module로는 뒤뚱 뒤뚱거리다가 쉽게 쓰러지곤 합니다. 그래도 힘겹게나마 걸어 다니는걸 보니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그 결과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l 자꾸만 쓰러지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Strand Beest. 힘내라 나의 해변괴수!


4) 마치며

오늘은 Make Media Art 여덟 번째 시간으로, 테오 얀센의 Strand Beest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바람이 아닌 배터리로 움직이는 한계를 지녀, 영원히 살아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열심히 새로운 배터리로 생명을 불어 넣어 주면서 같이 잘 살아봐야겠네요. 


연말이고 날씨도 여느 해보다 추운 탓에 조금은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모두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그럼 다음 시간에 더 재미있는 미디어 작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글 | 송준봉 | 미디어 아트 그룹 teamVOID

teamVOID는 현재 송준봉, 배재혁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아트 그룹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로봇, 인터렉티브, 키네틱, 라이트 조형 등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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