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HDC현산 난리법석 주총 일단락, 징계 수용하되 기업은 살려야 주장도

    

[테크홀릭] “뭐가 문제인지 아직도 모르는 듯”

“경영진이 주식 숫자로 밀어붙인 모양새다.”

“주총에선 대주주가 이겼을지 몰라도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29일 현대산업개발(HDC) 주총이 우여곡절 끝에 끝나자 소액 주주들이 탄식하듯 뱉은 푸념들이다. 과연 HDC현산은 정기주주총회를 넘었다고 이 위기 국면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HDC현산은 정기주주총회의 큰 산은 넘었지만 정부의 기업 징계와 대국민 이미지의 심각한 추락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의 산은 아직 미해결상태다.

이 때문에 HDC현산 일부 주주들이 잇따른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퇴직금과 배당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설 정도다. 정몽규 회장이 물러난 정도로 이 문제를 수습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성의와 상징적 조치가 없이 어물쩍 회사를 원래 위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도 안일한 자세라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탄원이다.

이에 대해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 의장은 2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광주에서 일어났던 두 번의 사고로 인해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사과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의 신뢰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번 더 믿어달라는 간절한 호소로 주주들을 설득했다.

그는 또 또한 훼손된 주주의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주주 제안을 겸허히 받아들여 지속 가능 경영과 안전 경영의 가치를 정관에 명문화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고 사고의 경위와 책임을 자세하고 따지고 들었다.

따끔한 질책에 이어 구체적인 손실과 대책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주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큰 손실을 입은 데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미흡하고 대충 수습하는 모습으로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29일 마감한 장세는 아직 시장 회복과는 요원한 모습인 것이 사실이다.

이날 장 마감한 HDC 현대산업개발의 종가는 15,250원으로 전일대비 950원 하락하고 (-5.86%) 시가총액도 1조 51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사고 발생일 직전 2월 10일 종가(2만5800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떨어진 주가이며 2월 18일 사고 이후의 1만 6100원보다 더 더 낮아진 형세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종전 1조7004억 원에서 사고 직후 1조611억원으로, 어제는 다시 종가 기준으로 1조 51억원에 멈췄으니 6953억원이 증발했다. 주주들이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성실한 대책과 향후의 전망

이날 붕괴 사고 손실 추정액을 묻는 질문에 김홍일 경영본부장은 “화정아이파크 손실 추정액은 1754억 원으로 일부는 작년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올해 반영할 예정”이라며 “사고가 난 201동만, 2단지만, 1~2단지 모두 철거 및 재시공하는 3가지 시나리오의 평균값으로 안전 정밀진단을 통해 손실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실 구체적 추장치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상태.

하지만 재시공을 통한 정상화가 가능할지 고객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보상은 어떻게 될지 앞으로 갈 길이 먼 것이 현 상황이다.

가장 불성실한 지적을 받은 것 중의 하나는 재발방지 대책이었다.

주총장에선 이 부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컸다.

이에 대해 정익희 각자 대표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안전진단팀을 신설해 연 2회로 점검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하이리스크 현장은 월례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리스크 관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다.

소액주주 김 모씨는 주충 후 만난 언론에 “이 상태로 등록말소가 바로 이루어지거나 영업정지라고 한 번 더 사고가 나면 영구퇴출이 될 것이 분명한데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이 과연 이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있는가 의문”이라고 질책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로서는 빠져나갈 수도 없고 붙잡고 앉아 있다가 모두 패가망신하게 생겼다고 불만들이었다.

게다가 자진사퇴한 정몽규 HDC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배당금을 둘러싼 지적과 불만이 쏟아졌다. 대주주로서 예측되는 배당금만 150억 원, 퇴직금도 60억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없고 주주에 일부라고 환원한다는 제스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현산 측은 “HDC 대주주인 정 회장의 배당금은 50억 원”이라고만 밝혔다. 사실상 본인의지에 달린 것이라 환원이나 보상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HDC현산은 이날 보통주 1주당 6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95억 원이다. HDC현산 최대주주는 HDC이며,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정 회장은 HDC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징계 수위

한편 국토교통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고 수준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10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은 고의·과실에 따른 부실시공으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는데 그 시행을 지자체에 위임한 것이다.

등록말소 말고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지만 사실상 이 징계는 거의 영업 말소에 버금가는 중징계다. HDC현산에 최고 징계인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지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에 이어 두 번째 등록말소 사례가 된다.

시간은 약간 남아 있다. 가을 전에 서울시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재계에서는 선처를 바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유가 상승, 러시아 우크라니아 전쟁, 미중 무역전쟁과 러시아 규제 강화 등이 가져올 후폭풍이 올해 봄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중징계로 겨우 기지개를 켜던 건설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사고는 국민의식과 현장인의 전체적인 위기관리 의식과 안전 의식이 제고되지 않고서는 쉽사리 멈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일선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로 디팩트 운동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지금도 건설 현장 곳곳에선 생명줄을 붙이지 않고 작업하는 이들이 수두룩할 정도다.

미워도 다시 한 번, 하책을 버리고 상책을 골라야

재계 원로들은 문 닫게 하고 회사를 등록 말소하는 것은 가장 쉬운 것 같지만 함부로 취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산은 현력 하청업체 직원과 가족들까지 합하면 1만 명이 넘는 대식솔이 일하는 곳이다. 더구나 일자리가 부족한 광주 지역에서는 일감 공급원인 것도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아이파크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 가치 하락과 건설업 동반부진, 재계의 충격파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는 문 닫게 하고 싶어도 이를 절제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상처받은 피해자 가족에 시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건설 과정에 있는 아파트 계약자나 관련 종사자들 전부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려면 싹 바꾸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현장까지 새로운 인력과 제도로 탈바꿈하여 당장 피폐일로에 있는 광주 지역 경제 회생과 인프라 재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최고경영진에게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경영진은 눈에 보이는 자구책과 위기관리 능력을 조속히 내놓아야 주주나 고객들이 다소간 안심하게 될 것이다.

건설업 원로 경영인들은 기간이 많이 남지도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시장 영구 퇴출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는 자구책이 속히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은 사안의 중요성 만큼이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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