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쿠팡 사칭 소액결제 스미싱 피해 속출...LG유플러스 소액결제 차단 결정

쿠팡은 LG유플러스 통신사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소액결제를 차단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 소액결제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쿠팡이 특정 통신사 고객의 소액결제 사용을 중지한 조치가 스미싱 피해자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LG유플러스 이용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소액결제 피해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결정된 것으로, 그동안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쿠팡과 LG유플러스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양사 모두 딱히 스미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범죄는 범인들이 쿠팡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후, 클릭을 유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미수령 택배가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 쿠팡이 보낸 문자로 착각해 이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설치되고 SMS와 같은 스마트폰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킨다.

범인들은 갈취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쿠팡에서 휴대폰 소액결제로 물건을 구입한 후, 대포통장으로 결제금액을 환불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갔다. 기존 스미싱은 단순 앱 결제 등으로 피해자의 돈을 갈취했다면, 이번 사건은 중간에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악용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피해액·피해자 수 조차 확인 안돼…소액결제 차단 임시방편

이날 쿠팡은 최근 발생한 스미싱 소액결제 피해의 94%가 LG유플러스 통신사 고객이라는 점이라 밝히고, LG유플러스의 소액결제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쿠팡이 구체적인 피해자 확인에 나섰지만, 정확한 수와 피해액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미싱 범죄의 특성상 개인정보를 갈취 당해 피해자 스마트폰에서 소액결제가 이뤄져도 통신요금이 정산되는 월말까지 피해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결국 수십만원의 요금이 청구된 후에나 피해사실을 알 수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히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피해가 접수된 사례를 확인해 보니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사례가 특정 통신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스미싱 피해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소액결제 차단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대책이 될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LG유플러스 이용 고객을 차단하는 게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LG유플러스의 소액결제를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수사기관, 금융당국, LG유플러스와 협력해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 쿠팡 늑장 대응에 분통…쿠팡 측 "우리도 피해자"

현재 피해자들은 쿠팡과 LG유플러스가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쿠팡과 엘지유플러스 측은 "현 소액결제 시스템 구조상 온라인쇼핑몰 업체가 스미싱 범죄를 예방하거나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구체적인 피해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카페에 게시된 글을 확인하면 쿠팡의 스미싱 범죄는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피해를 입없다는 한 누리꾼이 개설한 카페에는 현재 동일한 피해를 입은 회원 3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는 "피해를 입고 쿠팡 측에 항의하던 중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카페를 개설했다"며 "현재까지 30여명의 회원이 모였고, 지금도 꾸준히 한 두명씩 피해자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서 ID를 하나 더 만들어 대표 아이디로 선정해 놓고, 소액결제 차단을 풀고 한도를 상향조정해 사기를 쳤다"며 "동일한 수법으로 당한 사람이 많아 소액결제차단이 무용지물인 것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카페 운영자는 쿠팡의 환불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개인정보가 도용돼 결제가 진행된 후, 타인 명의 계좌로도 환불을 해주는 쿠팡의 운영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가 발생한 지 두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소액결제를 차단한 것 역시 늑장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금융감독 당국을 통해 손해배상 구제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며 "현재 수사 기관과 협력해 추가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스미싱 피해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구제절차가 있어,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며 "스마트폰 유심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미싱 범죄로 SMS를 갈취당해도 소액결제 사기를 당하지 않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동일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최근 쿠팡 스미싱 사건을 '집중수사'로 전환하고, 범행에 이용된 인터넷 주소(IP)와 ID, 휴대전화 번호, 그리고 범인들이 환불을 받아간 계좌 정보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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