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중국의 방한 여행객 금지 조치 여파로 국내 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라 항공 노선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3월 16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중국 8개 노선의 운항을 79차례 줄인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중국 전체 정기운항편은 총 1200여회로 감편한 운항 횟수는 전체의 6.5% 수준이다.
주요 노선 중 인천~허페이(16회), 인천~다롄(16회), 인천~베이징(14회) 항공편이 가장 많이 줄고, 부산~상하이(6회), 인천~난닝(5회), 청주~항저우(8회), 인천~지난(7회), 부산~난징(7회) 노선도 운항 횟수를 줄인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15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12개 노선의 운항횟수를 90여회 줄인다. 주요 노선 중 인천~구이린(21회), 인천~대련(16회), 부산~베이징(16회), 인천~지난(10회) 노선을 대폭 감편한다.
진에어는 주 7회 운항하는 제주~상하이 노선을 4회로 줄이기로 했다. 제주~시안 노선은 운행을 잠정 중단한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칭다오, 제주~난닝, 대구~상하이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이스타항공은 청주~선양 노선과 제주~취안저우 노선 등을 다음 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국내 항공사의 중국행 운항이 크게 줄면서, 지금보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심화될 경우 자칫 하계 스케줄 운영까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항공사가 중국 공항에 취항하기 위해서는 중국 민용항공국으로부터 취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허가를 받은 항공사가 전무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항공업계의 경제적 손실도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포항시가 한-중 합작으로 설립을 추진하던 '에어 포항'은 사드보복 이후 중국 투자사가 출자를 꺼리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 1월 포항시는 항공사인 에어 포항 법인 설립을 마치고 7월 중 취항에 나설 계획이었다. '에어 포항'에 자본금 100억원은 동화전자와 중국 남경 동화서성투자유한공사가 51대 49의 비율로 투자하고, 국토교통부 승인(AOC)을 받으면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20억원씩 출자할 예정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대구국제공항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월부터 3월 사이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항공기가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한 건수가 34회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단 한대의 항공기도 공항을 이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대구 국제 공항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6만2000여명에 달했지만, 중국의 사드보복이 이어질 경우 공항을 찾는 관광객 수는 단 한명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항공기의 공항 이용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며 "항공업과 여행업뿐 아니라 숙박업과 요식업 등 지역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