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IT열쇳말] 옵티마이즐리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려 한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는 많은 고민을 한다. 배너를 팝업 형태로 보여줄지 홈페이지 오른쪽 여백에 보여줘야 할지, 글을 오른쪽에 배치할지, 왼쪽에 배치할지, 사진은 크게 보여줄지 작게 보여줄지…. 결정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과거엔 기존 웹사이트 디자인을 따라하거나 담당자 취향이나 감에 따라 웹사이트 디자인을 결정했다. 요즘은 다르다. ‘A/B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얻어내 클릭을 더 유도하는 버튼, 구매를 더 많이 유발하는 배치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복잡한 기술을 이용하고 기술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했다. 특히 마케터나 기획자들은 A/B 테스트를 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간파한 곳이 옵티마이즐리다. 옵티마이즐리는 어렵고 복잡했던 A/B 테스트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옵티마이즐리 로고 (출처: 옵티마이즐리 프레스킷)

옵티마이즐리 로고 (출처: 옵티마이즐리 프레스킷)

A/B 테스트란?

A/B 테스트 예시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A/B 테스트 예시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efineSlot('/6357468/0.Mobile_Article_intext_1_300_250', [300, 250], 'div-gpt-ad-1468307418602-0').addService(googletag.pubads());googletag.pubads().collapseEmptyDivs();googletag.pubads().enableSyncRendering();googletag.enableServices();googletag.display('div-gpt-ad-1468307418602-0'); });

A/B 테스팅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디자인 등을 2가지 시안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노출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것이 더 나은지 확인하는 실험 방법이다. 이러한 실험으로 단순히 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배너 클릭률을 높이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고 치자. A 홈페이지에는 글 오른쪽에 배너를 배치하고, B 홈페이지에서는 글 오른쪽에 배너를 배치한다. 그런 다음 홈페이지 접속 사용자에게 A와 B 홈페이지를 나눠 보여주고 어디서 더 높은 클릭률이 나오는지 분석한다. A/B 테스팅이란 개념은 ‘스플릿 테스팅(split testing)’, ‘버킷 테스팅(bucket testin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2000년대 이후부터 특히 각광받고 있다.

옵티마이즐리는 2010년 설립됐다. 한동안 A/B 테스트란 용어를 옵티마이즐리라고 대체해 부를 만큼 설립 이후 큰 관심을 받았다. 옵티마이즐리는 아직 구체적인 수익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2017년 초반까지 받은 투자금은 1억4600만 달러, 우리돈 약 1676억원이다. 옵티마이즐리 고객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월트 디즈니, CNN, 뉴욕타임스 등 수천 곳이 넘는다. 창업자 2명으로 시작한 옵티마이즐리는 현재 직원 40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683억원짜리 버튼을 찾아라

옵티마이즐리가 이만큼 성공하게 된 배경엔 댄 시로커(Dan Siroker) 옵티마이즐리 공동설립자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댄 시로커는 스탠포드대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으며, 구글에 입사해 프로덕트 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는 구글에서 ‘크롬’과 ‘애드워즈(AdWords)’ 제품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2007년 1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구글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한 연설을 보게 된다. 오바마 후보는 구글 직원들에게 과학과 증거, 피드백 등이 가진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여러분들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라며 “함께 참여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은 오바마에게 표를 던져주거나 후원에 동참해달라는 뜻도 내포했다. 하지만 댄 시로커는 문자 그대로 이를 받아들이고 2주 뒤 휴가를 내고 시카고로 떠났다. 오바마 대선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기 위해서다. 곧이어 그는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댄 시로커가 오바마 캠프에서 맡은 일은 뉴미디어팀 팀장이었다. 당시 뉴미디어팀에는 유능한 블로거, 디자이너, 이메일 카피라이터가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띈 것이 버락 오바마 후보 홈페이지 안에 달린 버튼이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 캠프 뉴미디어팀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k4_3uluQsq4 갈무리)

2008년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 캠프 뉴미디어팀 (출처: 유튜브 갈무리)

미국에서는 많은 후원자를 모아 대선 자금을 마련한다. 온라인 후원은 이메일 뉴스레터 구독자로부터 대부분 이뤄진다. 구독자는 버락 오바마다 공식 홈페이지의 ‘가입하기’ 버튼을 통해 모은다. 댄 시로커는 온라인 후원금의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이 ‘가입하기’ 버튼이라고 보았다. 과거 정치활동 경험도 전무하고 캠프 안에서도 영향력이 별로 없던 그는 홈페이지 안에 있는 ‘가입하기’ 버튼이 최적의 장소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다양한 ‘가입하기’ 버튼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홈페이지에서 ‘가입하기(SIGN UP)’ 버튼과 이미지는 아래 사진과 같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사용했던 홈페이지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사용했던 홈페이지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뉴미디어팀은 우선 버튼 문구를 조정했다. 기존‘SIGN UP(가입하기)’버튼 외에 ‘SIGN UP NOW(지금 가입하세요)’, ‘LEARN MORE(더 알아보기)’, ‘지금 저희와 함께 하세요(JOIN US NOW)’라는 버튼을 준비했다.

댄 시로커 팀이 만든 4가지 버튼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댄 시로커 팀이 만든 4가지 버튼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버튼 문구 뿐 아니라 이미지에도 변화를 주었다. 이미지 3개(1~3번)와 동영상 3개(4~6번)를 준비하고 ‘SIGN UP’ 버튼을 붙여보니, 아래와 같이 6종류의 홈페이지 다지인이 나왔다.

댄 시로커 팀이 만든 6가지 이미지 & 영상 자료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댄 시로커 팀이 만든 6가지 이미지 & 영상 자료 (출처: 옵티마이즐리 공식 홈페이지)

나머지 3개 버튼도 6개 미디어를 적용해 조합하니 총 24개(4개 버튼×6개 미디어) 시안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다. 개발팀은 24개 시안을 무작위로 노출시켜 각 사용자들이 접속할 때마다 다른 홈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뉴미디어팀은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 “버튼 문구에 상관없이 영상이 들어간 6번 홈페이지가 가장 많은 클릭을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의 가장 유명한 연설이 포함돼 있었고, 단순한 그림보다는 목소리와 구체적인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 방문객 호응도 높을 것으로 봤다. 특히 같은 버튼을 이용할 경우 이미지보다는 동영상을 가진 홈페이지가 더 인기가 있을 것으로 뉴미디어팀은 예측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예측을 빗나갔다. 오바마 캠프는 동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홈페이보다는 일반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홈페이지에서 훨씬 많은 가입자를 유치했다. 버튼은 ‘LEARN MORE(더 알아보기)’가 가장 많이 클릭됐으며, 사진은 오바마 가족이 함께 있는 경우(2번)가 가장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뉴미디어팀은 홈페이지를 아래와 같이 바꿨다. 첫 홈페이지에선 가입률이 8.26%였는데, 개편된 홈페이지의 가입률은 11.6%였다. 증가률은 40.6%였다.

A/B 테스팅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캠프가 사용했던 홈페이지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A/B 테스팅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캠프가 사용했던 홈페이지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옵티마이즐리 블로그에 따르면, 2008년 선거 기간 동안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 홈페이지의 뉴스레터 가입자 수는 약 1천만명이었다. 거꾸로 계산해보면 만약 기존 홈페이지를 유지했다면 가입자는 712만명 수준이었을 것이다. 홈페이지 디자인을 바꿔 288만명의 가입자를 더 유치한 셈이다. 당시 이메일 가입자들은 평균 21달러를 후원금으로 냈는데, 이를 288만명에 곱하면 약 6천만 달러, 우리돈 683억원에 이른다. 홈페이지 이미지와 버튼 문구를 바꿔 후원금 683억원을 더 얻어낸 것이다.

이 사건은 A/B 테스팅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며,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2012년에 다시 치뤄진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쟁 후보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옵티마이즐리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마이즐리는 가장 큰 경쟁자인 어도비시스템즈를 이긴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웹 최적화 플랫폼 도입 현황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웹 최적화 플랫폼 도입 현황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2008년 미국 대선 사례는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당시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기술이 뒷받침해줘야 했다. 프로그래머가 소스코드를 직접 작성하거나 여러 도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댄 시로크는 “옵티마이즐리의 기본 개념은 2008년 데이터 분석을 할 때 필요했던 기술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는 점을 마케팅 과정에서 강조했다. 그 결과 옵티마이즐리는 복잡한 코딩 없이, 시각적인 이용자 조작화면(UI) 기반의 서비스로 완성됐다. 또한 클릭 몇 번만으로 A/B 테스팅을 할 수 있고 외부 데이터 분석 서비스와 연동도 쉽도록 만들어졌다.

모두를 위한 최적화 서비스

댄 시로커는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일한 뒤 2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는데, 딱히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3번째로 만든 옵티마이즐리는 설립 첫 날부터 성공 조짐을 보였다.

2010년, 옵티마이즐리 서비스를 아직 구체화하도 전 일이다. 댄 시로커는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책임졌던 동료 앤드류 블리커(Andrew Bleeker)에게 옵티마이즐리의 향후 기능에 대해 전화로 설명했다. 앤드류 블리커는 댄 시로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월 1천달러(약 113만원) 수준이면 바로 구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유료 고객을 얻은 셈이었다. 앤드류 블리커와 통화한 뒤 댄 시로커는 옵티마이즐리의 상업적인 성공을 예감했고, 곧바로 구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피트 쿠멘(Pete Koomen)과 함께 초기 투자금 120만 달러를 기반으로 옵티마이즐리 기술을 구현했다.

2013년 댄 시로커와 피트 쿠멘이 쓴 ‘A/B 테스트’라는 책은 A/B 테스트를 실행할 수 있는 직군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 디지털 마케터와 마케팅 매니저
  • 디자이너
  • 프로덕트 매니저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창업가
  • 카피라이터
  • 그로스해커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다시말해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 모두가 A/B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가치에 입각해 옵티마이즐리는 모두를 위한 최적화 도구이자 A/B 테스트 도구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 덕분인지, 옵티마이즐리는 초기 입문자가 이용하기 좋고 쉽고 직관적인 UI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복잡한 분석을 하는 순간 가격이 올라가고 외부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다양한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옵티마이즐리와 경쟁하고 있는 곳은 구글 애널리틱스, 어도비 타깃부터 언바운스, VWO, KISS메트릭스까지 다양하다.

옵티마이즐리는 2013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재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능 면에선 초반엔 주로 A/B 테스트 기능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UX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홈페에지도 A/B 테스트라는 단어보다는 ‘디지털 경험(digital experience)’이란 말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2015년에는 ‘옵티마이즐리 퍼스널라이제이션’을 내놓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쇼핑몰 첫 페이지에서 ‘C 신발을 이미 본 사용자’에게는 구두 상품을 먼저 보여주고, ‘추운 지역에 사는 사용자’에게는 겨울옷 사진을 먼저 보여주면 훨씬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다.

옵티마이즐리 퍼스널라이제이션을 이용하면 디자이너는 개발팀에 따로 수정 요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옵티마이즐리 플랫폼 안에서 원하는 타깃 사용자를 지정하고 홈페이지 구성요소를 바꾸면 된다. 버튼 글자를 바꾸거나 배너 위치를 바꾸기 위해 스타일시트(CSS)나 자바스크립트를 만질 필요도 없다. ‘비 오는 날 모바일을 사용하는 고객’, ‘모바일로 SNS에 공유된 페이지를 보는 고객’, ‘모바일로 쇼핑을 하고 장바구니를 비운 고객’ 등을 나눠 서로 다른 쿠폰을 보여주는 식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다.

A/B 테스트를 적용한 예. 같은 홈페이지지만 첫 화면을 다르게 만들어 배포했다. 기업은 두 홈페이지에 대한 사용자 반응, 매출 등을 분석해 효과적인 홈페이지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A/B 테스트를 적용한 예. 같은 홈페이지지만 첫 화면을 다르게 만들어 배포했다. 기업은 두 홈페이지에 대한 사용자 반응, 매출 등을 분석해 효과적인 홈페이지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옵티마이즐리 홈페이지에 안에서 바로 버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옵티마이즐리 홈페이지에 안에서 바로 버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출처: 옵티마이즐리 블로그)

2016년에는 ‘옵티마이즐리 X’ 서비스도 선보였다. 옵티마이즐리 X 는 각각 분리돼 있던 기존 서비스를 통합하고, 웹 뿐만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OTT)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도구다. 서비스 이용료는 사용한 만큼 낼 수 있는 모델도 있지만, 서비스 이용 규모에 따라 다르다.

※ 참고자료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