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작은 기업에 돈이 들어가게 돕겠습니다”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 절대 투자하지 마라.(Never invest in a business you can’t understand)”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지키는 유명 문구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한 금융 기업 대표를 만났다. 투자 상품에 대한 말은 아니었다. 그는 “우리 플랫폼 사용자한테는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라고 알린다”라며 “소비자만큼 그 제품이 망할지 성공할지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잘 아는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실패 확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내부 서비스 구조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이미 와디즈 혹은 크라우드펀딩 개념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의아할 수 있다. 보통 크라우드펀딩 구조는 대규모 사용자에게 후원금을 받고, 후원에 대한 보상으로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한다. 위와 같은 조언은 주식 투자를 할 때나 들어맞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기업은 후원자에게 주식이나 채권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후원자 역할을 했던 사람은 투자자나 주주가 된다. 그 사업 전체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한 전통적인 방식은 ‘리워드형(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구분한다. 그러다보니 와디즈의 최근 모습은 새롭다. 와디즈는 앞으로 증권 회사나 벤처캐피탈(VC) 기업이라도 되고 싶은 걸까? 설립 6년차.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와디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국내 1호 핀테크 상장 기업 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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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와디즈는 시리즈B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은 110억원. 투자엔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L&S벤처캐피탈, 신한은행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액은 165억원이 됐다. 적잖은 금액이다. 이번 투자엔 전통 금융기업이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 유치 비결은 무엇일까?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와디즈가 이제 수익 실현을 고도화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평가한 것 같다”라며 “또한 우리는 2019년 IPO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와디즈가 핀테크 스타트업 중 가장 먼저 상장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와디즈의 주 수익원은 플랫폼 수수료로, 아직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일단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와디즈, 텀블벅, 카카오 메이커스가 주요 사업자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선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등 기존 증권사를 포함해 14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신혜성 대표는 “펀딩 금액 기준으로 보상형은 40-50% 정도, 증권형은 50-60% 정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특히 증권형 시장은 2등 사업장이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와디즈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어요. 사이트 하나 만들고, 돈만 있으면 되지 않나 하고요. 아닙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커머스 사업도, 소셜 네트워크도 아니에요. 사람들의 바이럴(입소문 등으로 자발적으로 이슈를 확산하는 것)을 기반으로 퍼져나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여기서 와디즈는 자금의 조달하는 기업과 후원자 사이 교류가 잘 되도록 서비스를 구현했고요. 이게 핵심 역량이고 내재화돼 있죠. 또한 내부 사용자와 데이터베이스가 모이면서 네트워크 효과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이 사업에 더 큰 진입장벽이 생길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수록 다른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신혜성 와디즈 대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와디즈는 대형 금융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물론 증권사가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를 소극적으로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와디즈 직원이 현재 8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증권사 스스로 같은 규모의 신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신혜성 대표는 특히 이번 투자를 받으면서 새로운 경쟁자를 신경써야 할 단계는 지나갔다고 자신했다. 신 대표는 “전통 금융업은 내부 역량이 아닌 금융 상품으로 성장한 곳”이라며 “안전자산과 큰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을 하는 금융업에 이쪽 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처캐피탈 VS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올해 7월과 9월 사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 발행 규모는 약 91억원이다. 전년도 대비 58% 증가할 만큼 많은 성장을 하고 있다. 현재 누가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 자금을 조달하는 쪽은 신생 기업이나 영화, 전시, 공연 같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와디즈같은 기업은 벤처캐피탈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달리 말한다면, 투자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단 벤처캐피탈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이 가장 큰 차이점은 계약서와 금액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 금액 한도액이 있어 7억원까지만 모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별도의 계약서를 쓸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상법에 의거해 주식을 발행한다. 와디즈가 가이드해주긴 하지만 투자 가능 최소단위, 이자율, 기업 가치 등도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알아서 쓴다. 반대로 벤처캐피탈은 더 큰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두꺼운 양의 계약서를 받을 때가 많다. 거기엔 벤처캐피탈에 유리한 조건도 종종 발견된다.

이런 과정을 검토하면 사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분야에는 사기꾼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와디즈가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일부 한다.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제대로 된 기업인지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워드형과 달리 모든 기업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심사를 거쳐 믿을 수 있는 기업에만 기회를 준다. 와디즈는 그 중간에서 수수료만 받고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해준다. 신혜성 대표는 “심사할 때는 사업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 여부 그리고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하는지를 본다”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니 지금까지 전체 신청자의 10% 정도만 외부에 공개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 투자를 받는다면 자금을 조달하는 쪽과 투자자가 서로 유연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와디즈의 한 프로젝트에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가 투자 기업에 사무실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고, 주변 네트워크도 연결해주면서 다양한 홍보를 지원했다고 한다. 팬 역할을 하는 주주를 만나는 셈이다. 작은 금액의 투자를 받고 싶은 기업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신혜성 대표는 “투자 유치에 실패했을 때는 평판이 안 좋아질 수 있다”라며 “금전적으로는 문제는 없겠지만 ‘이 사업은 안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디즈 증권형 프로젝트 예시(사진=와디즈 홈페이지)

투자자 측면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우드펀딩에 참여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비상장기업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에서 투자자는 단순히 재테크 관점으로만 투자를 진행해선 안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만큼 레퍼런스 체크를 해야 한다는 게 신혜성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투자하려는 프로젝트에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말라”라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고, 좋아하는 것이 잘 되고, 그것을 소비하고, 다시 그 수익은 나한테 돌아오는 구조가 와디즈의 재미 요소”라고 설명한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규제 줄어야”

와디즈는 국내 핀테크 1세대 기업이다. 그동안 많은 핀테크 기업이 규제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자주 밝혀왔다. 신혜성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전세계 기업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생태계 환경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 같은 곳과 비교했을 때 투자 금액이 적고, 규제는 많다는 것이다. 지금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나 관례상으로 만들어진 규제 등이 사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떤 규제는 소비자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장치이기도 하다. 혹시 소비자나 투자자를 보호하는 규제와 사업하기 좋은 환경,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은 가능할까? 신혜성 대표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중요하게 여길지 선택해야 한다”라며 “몇몇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특별법 형태로 규제를 바꿔 환경을 더욱 열어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산업이 커질 때까지는 일단 관련 기업을 밀어줍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규모가 크면, 그때 가서 모니터링하고 정비하고 규제하는 식이죠. 처음부터 부작용만 생각한다면 새로운 성장을 기대히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스타트업들은 일자리를 창출에 기여도 못할 것이고요. 좋은 인력을 데려오기도 힘들 것입니다. 사실 일부 규제는 대기업처럼 자본도 있고 규모가 있는 곳이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발판을 마련해주려면 패러다임을 뒤엎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와디즈의 구체적인 미래 전략에 대해 물어보았다. 먼저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분야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마케팅에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서비스를 개선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투자할 계획이다. 신혜성 대표는 현재는 보상형 프로젝트 규모가 더 크지만 1-2년 사이에 증권형 프로젝트의 사업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데이터도 정교하게 분석 중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도 채용 중이다. 동남아 시장도 진출하고, 수수료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와디즈가 하는 일은 실물경제에 돈이 들어가게 돕습니다. 부동산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것도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입니다. 사실 이런 기업은 이전에 정부에 많이 의존해 자금을 얻었습니다. 이전에 정부가 하던 일을 와디즈라는 민간기업이 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반드시 더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디즈의 미션이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입니다. 많은 참여 기업들이 이러한 가치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와디즈에 있는 사람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신규 채용도 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함께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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