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메타몽의 콘단기] 방송장비 전시회에 IT 공룡들이 나타난 까닭은

콘텐츠 제작 초보자를 위해 글쓴이 메타몽이 7년간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을 <블로터> 독자에게 풀어놓습니다. 콘단기는 공단기를 패러디한 제목입니다.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단기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연재 기획으로, 때로 소재가 고갈되면 콘텐츠에 관한 주관적인 견해나 마케팅 관련 내용도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 메타몽이 자주 사용하는 툴이나 서비스, 디바이스 리뷰도 함께 다룹니다.

“최근 5G, VR/AR 같은 테크 관련 내용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테크가 주력이 아니었는데, 몇 년 전부터 테크와 관련된 내용이 행사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3년째 IBC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가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방송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신이 23년 전 처음 행사에 참여했던 상황과 지금은 아주 다르다고 행사 참가 후기를 전했다.

IBC(International Broadcasting Convention)는 52년 전인 1967년 시작된 꽤 유서 깊은 국제 방송장비 박람회다. 현재 IABM, IEEE, IET, RTS, SCTE, SMPTE 6개 단체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행사에 150개국에서 5만5천명의 관람객, 1700개 전시 업체를 동원한 꽤 규모 있는 글로벌 박람회다. 매년 10만명 이상의 글로벌 관람객을 동원하는 CES, MWC 등의 IT 전시회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대중성과 거리가 있는 상당히 전문적인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행사는 아니다.

IBC 2019에 회사 출장 일정으로 다녀오게 됐다. 전문 방송장비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IT 관련 내용이 많이 다뤄져 이번 시간에는 IBC 2019에서 주목된 IT 이야기를 중심으로 <블로터>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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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C 2019 행사장 입구

방송장비 전시회에 클라우드가 떴다?

‘클라우드’, IT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단어다. 클라우드의 사전적 의미인 ‘구름’을 의미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서버리스(Serverless)’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MS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서비스를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클라우드는 이름 한 번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나 떠 있는 서버. 장소, 시간 등의 제약 없이 PC 1대만 있으면 원격으로 서버를 관리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IT 진영에서는 꽤 오래된 ‘무브먼트’다. 이런 IT 진영의 핵심 기술이 방송장비 전시회에 나타난 사연은 무엇일까.

그건 최근 방송 플랫폼이 인터넷 기반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트렌드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IBC 2019에는 어도비, 아비드, 브라이트코브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솔루션 업체는 물론이고 AWS, 구글, MS, 시스코, 아카마이 등 클라우드/네트워크 회사도 대대적인 전시에 나섰다.

| 구글의 전시 부스

|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시 부스

| 아카마이의 전시 부스

| AWS의 전시 부스

특히 AWS, 구글, MS는 자사의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부스를 마련하는 동시에 자사 클라우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파트너 기업들까지 전시에 참여시켰다. 이를 통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클라우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클라우드 기업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은 ‘디스트리뷰션’ 기술이었다. 영상 콘텐츠를 최종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전세계에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를 더 잘하기 위해 기능별로 서드파티 업체들이 클라우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OTT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나 훌루와 같이 미국 중심의 OTT 서비스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별로, 또 콘텐츠별로 다양한 OTT 서비스가 존재한다. 넷플릭스나 훌루만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저마다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서비스를 계획하거나 이미 론칭한 곳도 많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바로 클라우드다. 실시간 방송을 편성하거나 사용자 요청에 따라 영상 콘텐츠를 딜리버리하는 VOD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또 빠르게 구축하려면 클라우드만 한 게 없다.

이 밖에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같은 편집 소프트웨어를 실행 시켜 영상을 실시간 편집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원격지에서 PC 화면을 미러링해 조작하는 걸 ‘데스크톱 가상화(VDI,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라고 하는데, 주로 보안이 중요한 기업에서 사용하고 오피스 프로그램과 같이 다소 가벼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데 사용해왔다. 이제는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 발전으로 높은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도 이를 통해 구현할 수 있게 됐다.

| AWS 위에서 구동되는 어도비 프로그램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더는 영상 편집을 위해 값비싼 PC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가벼운 성능의 태블릿만으로도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영상을 편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구글과 AWS 부스에서는 이를 직접 시연해볼 수 있도록 마련해 체험해 보았는데, 실제 PC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대감이 높아졌다.

VR/AR 관심, IT 진영보다 더 뜨겁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술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고 올해 1월 참여했던 CES 2019에서도 VR/AR 관련 기술들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재미있는 점은 CES 때보다 IBC에 참여한 기업들이 VR/AR 관심이 더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절박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CES는 VR/AR을 태동기 때부터 다뤄왔기 때문에 2019년에는 열기가 좀 식었을 수도 있다. CES 2019에서 VR/AR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했었는데, 당시 연사로 무대에 오른 업계 관계자 4명 모두 VR/AR에 관해 다소 회의적인 이야기를 했었다. VR/AR 기기의 표준이 없어 제품 선택이 어렵다는 점과 360 콘텐츠가 사용자 경험을 기대했던 것만큼 극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마케팅에 활용할 정도지 지속가능한 콘텐츠로서는 가치가 크지 않다는 데 연사들 모두 공감했다.

하지만 IBC 참가 기업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VR/AR 콘텐츠를 잘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통적인 TV 채널이 무너지고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들로 영상 플랫폼이 옮겨가는 것을 피부로 체험한 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마치 “어떤 새로운 영상 플랫폼이 등장하든 우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지켜낼 수 없다면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특히 VR/AR 기술을 이용해 가상 스튜디오를 꾸미는 것은 이젠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전시한 거의 모든 업체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녹색 배경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가상의 스튜디오를 실시간으로 구현하고 바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었다.

| 언리얼 엔진으로 구성한 가상 스튜디오

| 실시간 합성을 통해 생방송도 가능하다.

사실 방송 분야에서 가상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언급이 되었고 실제로 적용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에픽게임즈는 2017년 노르웨이의 퓨처 그룹과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TV쇼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을 제작한 바 있다.

IBC 2019에서는 가상 스튜디오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줄 진일보한 기술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VR/AR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는 가상으로 띄운 오브젝트와 실제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어설프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제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AR 관련 하드웨어를 만드는 스티프(STYPE)라는 회사는 카메라가 인물이나 오브젝트 위치를 더욱 정확히 추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팔로워(Follower)’라는 비컨 제품을 선보였다. 팔로워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카메라가 인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가상의 오브젝트를 인물 뒤, 또는 앞에 배치할 수 있다. 혹은 팔로워에 오브젝트를 배치해서 사람이 이 오브젝트를 좀 더 사실적으로 다룰 수도 있다. 다음 영상의 2분 38초부터 팔로워 시연 모습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스티프는 ‘레드스파이(RedSay)’라는 카메라에 부착하는 공간 트래커를 제작하는 회사로, 2018년 리그오브레전드 오프닝 무대에 이 제품이 사용됐다. 이때 실제 가수와 가상의 게임 캐릭터가 한 무대에 올라 멋진 무대를 만들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포털 정책에 따라 일부 영상이 표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상 링크: vimeo.com/303736598)

이런 AR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로마키 배경지 외에 공간을 추적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많이 필요했는데, 스티프는 레드스파이라는 작은 모듈 하나로 해결했다.

| 스티프의 레드스파이를 장착한 카메라

이 회사뿐 아니라 IBC에 전시한 많은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VR/AR 영상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 회사는 트래킹 기술과 AI 기술을 접목해 실제 공간에 가상의 3D 오브젝트를 띄우는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방송 플랫폼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방송을 시청하는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정설이 됐다. 모바일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사와 IPTV 사업자, 통신사, 케이블 사업자, 종편채널까지 각자의 방법으로 인터넷 기반 플랫폼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가장 일반화된 방법이 OTT 서비스로 송출이다. 국내에도 왓챠플레이, POOQ(현재 WAVVE로 개편), JTBC NOW, 올레TV, TVING 등의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있다. 방송사, 통신사, 방송 채널 등 많은 업체가 앞다투어 OTT 서비스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파편화되고 있는 시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인터넷 기반 영상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OTT 서비스로의 확장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비메오와 페이스북의 공격적인 행보를 엿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여느 IT 전시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기업이다. 기술 기업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IBC 2019에서는 페이스북을 만날 수 있었다.

| 페이스북의 전시 부스, 전시보단 자체 콘퍼런스를 위주로 운영했다.

페이스북 스스로 OTT가 되려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 도입하는 기능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동영상 플랫폼으로서의 방향성에 OTT의 역할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왓치’라는 동영상 전용 카테고리를 페이스북 앱에 포팅했다. 또 광고 기능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해 수익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동영상 퍼블리싱 도구에 ‘프리미어 방송’이라는 새로운 기능도 도입했다. 2015년에 도입한 라이브 기능도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행보가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완전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발전하려 한다는 걸 방증한다. “Is Facebook set to become the next big video platform?(페이스북이 대형 비디오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마련된 IBC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에린 코널리 페이스북 소셜 비디오 프로덕트 매니저는 “페이스북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동영상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단언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장으로 ‘프리미어 방송’ 기능과 광고 수익화 부분을 특히 많이 강조했다. 프리미어 방송 기능은 업로드한 동영상이 원하는 시간에 ‘라이브’ 방송처럼 노출될 수 있도록 편성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먼저 방송 예정 게시물을 올려서 구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고, 계획한 시간이 되면 해당 게시물이 온에어되게 할 수 있다. 마치 방송국의 편성 시스템처럼 운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메오 역시 한 단계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 플랫폼이라는 점은 유튜브와 같지만, 개인보다는 기업에 친화적인 영상 플랫폼이 바로 비메오다. 유튜브처럼 영상을 공개된 공간에 업로드하고 누군가와 공유하면서도, 영상을 좀 더 사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튜브와 차이다.

비메오는 2017년 9월 ‘라이브스트림’이라는 라이브 스트리밍 전문 회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라이브 기능을 비메오에 포팅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 비메오 앱을 통해 OTT 디바이스에서도 비메오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런 비메오가 IBC 2019에서는 아예 OTT 서비스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해 전시했다. 플랫폼부터 라이브 프로덕션에 필요한 도구까지 모두 갖춤으로써 유료 OTT 서비스를 바로 게시할 수 있게 했다. 이제 비메오를 쓰면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따로 투자할 것이 없어지는 셈이다. 라이브스트림을 인수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까지 고루 갖추게 된 덕분이다.

IBC 2019에 참가한 많은 기업들이 IT 산업이 주도하는 ‘기술’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최측에서 준비하는 콘퍼런스들도 인공지능(AI), 5G 등 테크 중심의 주제가 많았다. 특히 이번 행사의 핵심 콘텐츠로 다뤄진 것이 ‘토이스토리4’와 ‘라이언킹’이었는데, 두 영화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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