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흩어진 의료 정보 연결하면 환자·병원·기업 다 윈윈이겠죠?”

[지디넷코리아]

헬스케어 산업이 뜨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의료 영역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이쿱은 반대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는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바꾸기 위해 2011년 직접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세웠다.


조재형 대표는 환자당 진료 시간이 평균 3분에 불과한 문제를 클라우드와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각각 본인만 알고 있는 건강 데이터나 의료 정보를 클라우드와 플랫폼으로 공유시켜주면 진료 시간이 짧더라도 전보다 더 정확하고 친절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는 나름대로 체중이나 온도를 재며 건강 데이터를 만들고 의사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의사 역시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며 “웨어러블 기기나 의료기기 기업도 기술에만 집중할 뿐 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확보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고 아이쿱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조재형 아이쿱(IKooB) 대표.(사진=아이쿱)


아이쿱은 환자와 의료진,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아이쿱 클라우드(IKooB Cloud)’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가 직접 또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이용해 확보한 건강 데이터를 아이쿱 클라우드에 올리면 의료진이 진찰 때마다 아이쿱 클라우드와 연결된 태블릿이나 웹페이지를 보고 자세한 진단과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헬스케어 플랫폼은 효과적이고, 유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의료진은 진찰이나 회진 때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콘텐츠를 태블릿 등을 이용해 환자에게 바로 보여주고, 퇴원하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는 환자가 더 효율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걸음 수나 혈압, 혈당 등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도 아이쿱 클라우드에 연결되면서 효용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환자 혼자 데이터를 모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의료진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해 더 정확한 진단을 도울 수 있는 덕분이다.


조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매우 방대하다지만 이 시장에 들어와 있는 환자나 병원, 기업이 데이터를 연결하지 못 하면 잠재력만큼 성장할 수 없다”며 “아이쿱은 이 연결이 가능하도록 1년 전부터 롯데정보통신과 협력해 아이쿱 클라우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상용화 버전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료진의 진료 정보, 환자가 측정한 데이터 모아 진료 효율 높인다


아이쿱이 개발한 환자 교육용 콘텐츠 솔루션 '아이쿱 클리닉'이 태블릿에서 실행된 모습.(사진=아이쿱 홈페이지 캡쳐)


조 대표의 아이쿱 클라우드 아이디어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작성한 메모에서 시작됐다. 메모장에 신체 장기 그림을 그리며 환자가 걸린 질환 특징을 설명하고 약의 효과도 간단히 적어 전달해보니 환자가 쉽게 본인 상태를 인식하고 약도 꼬박꼬박 챙겨먹을 정도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


이후 조 대표는 질환별 특징과 장기 상태 등을 깔끔한 인포그래픽과 텍스트로 보여주는 환자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었다. 병원 동료 의료진들에게도 부탁해 재능 기부 형태로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어 사용해보니 역시나 환자들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 교육용 콘텐츠를 환자에게 공유해 집에서도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나온 것이 아이쿱의 현재 주력 솔루션인 ‘아이쿱 클리닉(IKooB Clinic)’이다.


의료진은 아이쿱 클리닉을 이용해 태블릿에 원하는 교육용 콘텐츠를 띄워 대면 진료나 회진 때 사용할 수 있다. 교육용 콘텐츠 위에 필기한 내용을 파일 형태로 저장하고 육성도 녹음해 환자 카카오톡으로 전송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병원에서도 진료 중에 환자들에게 알려주는 정보라곤 X레이 영상 정도뿐이다. 하지만 환자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설명을 들어도 돌아서면 잊게 된다”며 “병원이나 기업이 헬스케어 서비스라며 주로 병원 예약, 병원비 지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거나 질병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병원의 주요 업무는 진료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며 아이쿱 클리닉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이쿱 클라우드가 상용화되면 아이쿱 클리닉은 아이쿱이 개발한 환자용 앱 ‘헬스쿱(HealthKooB)과 함께 주요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헬스쿱은 아이쿱 클리닉과 연동돼있어 의료진이 전송한 교육용 콘텐츠가 저장된다. 일종의 진료수첩처럽 환자가 본인 진료 이력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핵심 기능은 따로 있다. 아이쿱은 헬스쿱과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연동시켜 환자의 혈당, 체온, 걸음 수, 수면 시간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한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용화된 아이쿱 클라우드는 아이쿱 클리닉과 헬스쿱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이 된다. 의료진이 만든 교육용 콘텐츠와 진료 정보, 환자가 수집한 다양한 건강 데이터가 모인 후 분석돼 환자 건강 상태가 어떤지 정밀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조 대표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여러 가지 건강 데이터를 시계열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쿱 클라우드는 정밀 차트처럼 의료진과 환자가 만들거나 측정해온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해 제공하므로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이쿱은 아이쿱 클라우드가 상용화되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헬스쿱에 연동되면 건강관리 욕구가 높은 환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의료진의 추천을 받은 제품은 환자가 구매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의료진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효용성을 직관적으로 알고 환자들에게 추천하기도 쉽다.


조 대표는 “정신과의사 중 담당 환자의 실제 수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 의료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면 시간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있고 헬스쿱에 연동돼있다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추천해 볼만 하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서비스 지불자(payer)가 없다는 것인데 아이쿱 클라우드에선 환자 또는 의료진이 지불자가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많은 의료진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국내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이 아이쿱 클라우드에 관심을 보이고 접촉해오고 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이 같은 플랫폼, 사업 모델이 아직 시장에 없는데다 성공하면 환자는 물론 의료진, 기업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 해외도 경쟁자 없다…미국·일본 진출 의지


조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아이쿱 클라우드 경쟁자가 없다며 해외 진출 의지도 가지고 있다. 우선 보고 있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다. 아이쿱 클리닉에서 사용되는 교육용 콘텐츠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며 미국, 일본 의료진들이 교육용 콘텐츠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저자 참여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아이쿱은 앞으로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한 의료진에게 저작권을 주고 콘텐츠 사용 빈도 등에 따라 수익 중 일부를 나누는 식으로 의료진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교육용 콘텐츠 구매자는 병원이나 다른 의료진이 된다.


이밖에 아이쿱은 장기적 관점에서 아이쿱 클라우드에 인공지능(AI) 기능도 적용할 계획이다. 아이쿱 클라우드로 모이는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향후 환자의 특정 질병 위험도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의료진이 질환별 통계 수치를 얻거나 학술적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에도 아이쿱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조 대표는 “2000년 때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당시 세계 최초로 인터넷 기반 당뇨병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임상연구를 발표했으며 이후 의료기기도 만든 적 있다”며 “그때부터 여기 저기 떨어져있는 데이터를 연결해야 가치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환자와 병원, 기업이 모두 연결돼 혜택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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