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갑질·환경 등 사회문제, 新기업가정신으로 풀어나가겠다"

[지디넷코리아]

삼성·SK·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유라클·배달의민족 등 소프트웨어·유니콘 기업들이 이윤 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협의체를 구성,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등 지속적인 실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2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기업의 기술과 문화, 아이디어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또 실천다짐을 전 경제계로 확산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선포식에는 최태원 회장이 신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강연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슬아 컬리 대표가 축사를 했다. 이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 대기업 대표, 이종태 퍼시스 회장, 정기옥 LSC푸드 회장 등 중소 중견기업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대표 등 40여명의 대표들이 20~30초간 기업별 실천의지를 다졌다.

최태원 SK 회장

이날 행사는 ‘왜 신기업가정신인가’를 설명하는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했다. 영상에서는 ‘기업을 향한 달라진 국민들의 시선’이 소개됐다. 시민들은 “지금 기업은 꼰대문화, 환경문제, 기업갑질, 보여주기 등의 느낌”이라며 “시대변화에 따라 환경에 나서는 기업, 실천하는 기업,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기문 前 UN 사무총장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의 스탠다드”라며 “개별기업이 혼자 하긴 어렵지만 여럿이 힘을 모아 실천에 옮긴다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염재호 前 고려대 총장도 “오늘 선포식을 통해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신기업가정신이 뿌리 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ERT 언팩(Unpack) 이라는 강연을 통해 기업실천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전 경제계의 동참을 주문했다.

■ 정의선 회장 “신기업가 정신, 기업과 사회 생존 해결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지디넷코리아)

정의선 회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가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며 기업 역할을 사회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내딛는 실천과 행동에는 환경, 사람, 사회를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정 회장은 “전동화 차량 출시 및 수소 모빌리티 확대, 계열사 RE100 참여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신기업가정신 협의회를 통해 경제계의 실천활동이 내실을 더하고 더 많은 기업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슬아 컬리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도 젊은 기업의 변화상을 말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유통생태계 구축을 통해 소비자 뿐 아니라 임직원, 투자자, 농민, 어민, 중소상공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어넣겠다”고 다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그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바람 역시 매우 커졌다. 기업은 경제개발의 선구자로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축으로써 기대를 받고 있다”며 “이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불굴의 도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되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번 행사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준희 유라클 대표와, 부회장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을 계기로 재계와 함께 ESG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준희 유라클 대표는 "한국소프트웨어 대표 기업으로서 아이들의 공교육 부족으로 생기는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민간 교육 기관과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고,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과 연대해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ERT 실천기구 출범...‘공동 챌린지’-‘개별 챌린지’ 나눠 실천과제 수행

공동챌린지

이날 경제계는 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별도의 실천기구를 출범시켰다. 앞서 미국은 ‘BRT(Business Roundtable) 선언’을, 유럽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Europe’, 일본은 ‘기업행동헌장’을 통해 기업의 실천의지를 밝힌 바 있다.

ERT는 전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두 가지 방식으로 실천과제를 수행한다.

이날 회의에서 언급된 ‘공동 챌린지’ 예시에는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눈치가 없네’ ▲하루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Zero 플라스틱 데이 ▲북유럽식 플로깅(Plogging: 조깅하며 환경을 생각하는)을 벤치마킹한 ‘줍줍’ ▲다회용 용기로 포장 시 할인해 주는 ‘용기내 챌린지’ 등의 과제를 경제계 전반으로 공동 실천한다는 계획도 있다.

■꽃보다 매출(배민)·샛별숲 조성(컬리)·H-온드림(현대차) 등 기업별 개별챌린지 소개

배민 꽃보다매출

개별기업의 실천과제(챌린지)도 행사장에 소개됐다. 먼저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과제들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H-온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적 가치 제고’와 관련해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배민의 ‘꽃보다 매출’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은 ‘1% 나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문화 향상’과 관련해 토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사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능력있는 구성원이 권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챌린지 사례

‘친환경 경영’도 눈에 띈다. 마켓컬리는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을 토대로 나무를 심는‘샛별 숲 조성’사업(연 1만5천200kg 산소를 도시로)으로 환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관련해 한화는 유치원과 학교에 공기정화기를 제공하는 ‘해피선샤인’사업을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이런 경제계 노력들이 일회성 실천에 그치지 않도록 관리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방법은 ‘측정’이다. 대한상의측은 “기업의 실천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라며 “측정의 목표는 기업 간 비교가 아니라, 기업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표로 만들어 반기업정서를 줄이는 매개체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측정을 통해 기업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여주기’라는 오해가 있다면 제대로 알려나가겠다는 것이다.

■ “신기업가정신 선포,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냐”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오른쪽)

ERT는 기업선언문 서명을 통해 전체 경제계의 신기업가정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선언문은 기업인, 전문가 등이 만든 실천과제의 공통분모인 셈이다. 선언문에는 5대 실천과제를 담았다.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이 그것이다.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민·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까지 총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한 바 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들도 응원해 주고 어떤 성과를 거두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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