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보험업계, 자산 팔아 현금 확보에 총력

[지디넷코리아]

보험업계가 허리띠를 빠짝 조여 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초저금리 기조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임박하자 빠르게 덩치를 줄여가며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현금 모으기에 한창이다. 건물과 같은 비주력 자산이나 채권을 처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곳은 현대해상이다. 이 회사는 20년간 보유하던 강남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토지신탁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은 3천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한생명도 서울 중구 장교동 '신한 L타워'의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입주 후 불과 4년 만에 되파는 셈인데,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매각하더라도 다시 이 건물을 임차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보험업계는 채권 매각에도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올 1분기 보험사의 금융자산처분이익은 총 1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로 고금리 우량채권을 처분해 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금감원 측은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가 자산 정리에 신경을 기울이는 이유는 2022년 K-ICS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K-ICS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맞물려 현행 RBC(지급여력)제도를 대체할 건전성 지표다. 보험 자산과 부채(지급할 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측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채와 자산 사이의 듀레이션(잔존만기) 격차가 커지면 보험사가 쌓아야 할 자본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부동산에 대해서는 적립금을 지금보다 2배 가량 더 쌓아야 한다. 기존 RBC제도에선 부동산 위험계수(가격 변동폭)를 업무·투자 용도에 따라 6~9%로 보나, K-ICS는 이를 25%로 규정하는 탓이다.

따라서 보험사로서는 불필요한 부동산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줄어든 상태라 보다 확실한 해법을 택해야 한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게다가 초저금리 기조로 일부 보험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가며 위기가 현실화하는 만큼 업계도 자금 확충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등급을 'A1'에서 'A2'로 낮췄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농협생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조정한 바 있다. 이들 모두 수익성 악화와 자본적정성 압박 등에 주목한 결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는 성사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 입장에선 적기라고 판단될 때 서둘러 추진하는 게 좋다"면서 "코로나19는 변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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