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들이 말하는 ‘넥스트 이모티콘’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면, 붕어빵에 팥소가 없다면, 카카오톡에 이모티콘이 없다면. 이모티콘은 어느샌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이모티콘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4월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국내 이모티콘 작가 400여명을 대상으로 ‘이모티콘 크리에이터스 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넥스트 이모티콘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각자 이모티콘을 만드는 방법과 이모티콘을 출시하면서 했던 고민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한 방법을 공유했다.

김기조, “가끔은 거꾸로도 괜찮아”

김기조 작가는 지난해 말 이모티콘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경력은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의 본업은 그래픽 디자이너다.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코베인, 술탄오브더디스코, 브로콜리너마저가 속했던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일하면서 특유의 한글 레터링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됐다. 2009년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가 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게 되면서 그의 작업도 함께 주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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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디자인은 거꾸로 갔다. 균일한 서체가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서체를 섞어 쓰고, 탈네모꼴로 향하던 당대 스타일에서 탈피해 과거의 디자인을 불러냈다. 당시에는 생경한 작업이었다. ‘촌스럽고 북한 글자 같다’, ‘못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의 디자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됐다. 거꾸로 가도, 괜찮았다.

김기조 작가는 새로운 길을 또 다시 제안 받았다. 이모티콘이라니. 이모티콘은 비언어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됐다. 텍스트 너머를 표현하기 위한 발명품이다. 이모티콘을 다시 글자 형태로 만든다는 것은 또 거꾸로 가는 일이었다. 적절치 않다는 의심도 들었다. 그는 나름의 고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성어, 의태어에 주목했다. 그런데 접속사, 부사가 대화를 더욱 환기시키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화의 맥락 안에서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해 작업했다. 대화창 기본화면인 하늘색에 맞춰 보색 대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색상으로 레터링 작업을 했다.

그의 다음 작업은 ‘메우기’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 대화의 빈틈을 채우고 연결하는 일이다. 대화의 맥락에 따라서 같은 ‘네’도 의미가 달라진다. 김기조 씨는 사용자의 대화 환경, 상황, 맥락에 따라 다층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작업물을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텍스트라는 한계 아래에서 시작했지만 이 역시도 이용자끼리 어떻게 대화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윤화 크리에이터, “메시지를 디자인하라”

백윤화 작가는 펀피에서 캐릭터 기획, 디자인을 하고 있다. N사에서 5년 동안 게임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관련 업무를 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다. 그의 꿈은 ‘캐릭터로 지구정복’하는 것.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미래를 꿈꾼다.

백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기에 앞서 기존 캐릭터를 분석했다. 인기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캐릭터들은 시각적으로 재미있었다. 어떤 캐릭터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개성이 뚜렷했다. 그래서 그는 개성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똥’이었다.

그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이거 내면 대박 나는 거 아냐?’ 생각하며 두근두근했다고 고백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소재에, 재밌고, 개성 있고, 게다가 방귀로 이야기하는 캐릭터라니. 그는 캐릭터가 대박이 날 줄 알았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똥은 다 좋아하지 않나? 색깔도 예쁘고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것 같은데.… ’

왜 인기가 없었을까. 그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시각적 개성에 주목하기보다 관점을 바꿔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관점을 바꾸자 이모티콘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이 없었다. 그는 메시지를 넣어보기로 했다.

메시지를 먼저 생각하고, 동작을 연상한 뒤 디자인을 그렸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내 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이 빠른 모션, 메시지를 어떤 캐릭터가 가장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메시지를 풀어내다보니 창작자도 재밌었다. 그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그런 과정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옥현, “선택하고 집중하라”

이모티콘을 만들 때, 크리에이터는 제작 단계에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김옥현 작가의 인생 모토는 선택과 집중이다. 그래서 그는 ‘2단계 타깃 설정’을 강조했다. ‘누가 쓰는 이모티콘인가’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타깃이 ‘어떻게 쓸 이모티콘인가’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김옥현 작가는 사용자의 사용성을 고려해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안녕, 힘내, 사랑해, 고마워’ 같은 단어들은 기본적인 단어다. 그러나 기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는 부분,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 이모티콘은 많다. 그래서 흔하다. 흔할수록 경쟁률도 높아진다. 고만고만한 이모티콘 사이에서 소수의 이모티콘만 살아남게 된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연애 많이 해봤는데, 좋은 기억도 있지만 나쁜 기억도 많지 않나. 왜 그런 얘기는 없을까?’

그도 커플을 그리기로 했다. 대신, 다르게. 기존의 알콩달콩한 커플이 아닌 티격태격하는, 현실 커플이라는 색다른 소재에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강려크한 그녀들의 커플 톡’, ‘주옥같은 그놈들의 커플 톡’은 출시 이후 상위권을 장기 유지해왔다. 출시 후 이모티콘 활용 콘텐츠를 제작해서 마케팅에 투자하고 매출 상승을 꾀했다. 그 결과, 지난해 겨울 기준 김 작가의 이모티콘은 50만건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김옥현 작가의 포인트는 하나의 메시지가 아닌, 상호 대응이 가능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마케팅한 데 있었다. 꼭 연인에게 쓰지 않아도 메시지가 전달됐다. 기존 커플 이모티콘보다 활용도가 높으니 구매 동기도 늘었다.

‘메시지가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이모티콘간 상호작용과 사용성을 고려하라.’ 크리에이터들의 조언은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넥스트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사고할 것’. 꼭 카카오톡 이모티콘 크리에이터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지를 염두에 둔다면, 누구나 좋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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