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카카오가 그리는 ‘모든 것의 연결’, 그리고 3가지 물음표

 “저희는 세계 최초로 메신저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숙제를 풀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었고 이모티콘과 선물하기 서비스로도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주문도, 쇼핑도, 예매도 모두 ‘카톡해’라고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한발 더 나아가서 누구나 ‘비서’가 생기는 세상은 어떨까요.” – 임지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톡, 2017년 이렇게 진화합니다’

카카오 서비스의 개편 목적은 카카오톡을 중심에 둔 생활플랫폼 구축입니다. 상반기에 새롭게 출시될 예정인 ‘플러스친구’가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플러스친구에서는 심지어 장보기도 가능해집니다. ‘주문-예약-상담-구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카카오톡에서 진행할 수 있죠. 이미 카카오톡에서 피자도 시켜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카카오는 메이커스, 파머를 통해 소규모의 커머스를 실험적으로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잘 된다는 징조만 보이면 더 넓은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겠죠.

교통을 제외한 O2O 영역도 플러스친구에 포섭됩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열었던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6’에서 사실상 교통 이외의 O2O 영역은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콘텐츠도 플러스친구의 형태로 들어갑니다. 카카오와 계약한 크리에이터들인 ‘카카오PD’도 플러스친구로 들어가고, 뉴스 등 콘텐츠 서비스도 플러스친구 형태로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다음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들(카페, 뉴스, 1분 등)과 기타 서비스의 콘텐츠(브런치, 스토리 등)이 카카오톡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택시, 드라이버, 버스, 지하철, 지도 등 교통 영역의 O2O는 서비스 특성상 앱을 따로 운용하지만, 카카오톡과의 연계는 긴밀합니다. 각종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죠.

카카오가 게임 부문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미 모바일 게임을 카카오톡과 결합해 꽤 재미를 봤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멜론은 아직 서비스 자체로도 돈을 잘 벌고 있지만 추후에 연결점을 찾아볼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도드라지진 않지만 ‘중고거래’도 가능하겠습니다. 카카오는 이미 ‘셀잇’이나 ‘당근마켓’같은 서비스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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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자면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은 앱과 플러스친구 형태로 카카오톡을 매개해 사용자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너무 많은 영역이 카카오톡 하나로 연결되면 복잡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목록 중에서 필요한 플러스친구를 찾는 일은 귀찮을 수 있습니다. 복잡해질 카카오톡을 간편하게 사용하게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카카오는 2017년 2월1일 초기 자본 200억원의 규모로 인공지능 기술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서비스와 사용자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피자 좀 시켜먹게 카톡해 줘’라고 말하면 카카오톡의 인공지능 비서가 말을 알아듣고 주문과 결제를 진행하는 겁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장기적으로는, 무한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주는 개인 비서 역할까지 카카오톡에서 가능하도록 발전할 전망”이라고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카카오 2016년 4분기 실적발표자료

카카오 2016년 4분기 실적발표자료

플랫폼은 사람을 모아서 돈으로 바꿔야 한다

카카오톡에 모든 것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현재의 수익모델은 미디어의 그것에 가깝습니다. 페이스북, 네이버 등 플랫폼의 주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이며, 여러 콘텐츠 수익이 나는 네이버도 광고 수익 비중이 75% 수준입니다. 반면 카카오의 주 수익원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 매출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광고는 대략 30%, 카카오프렌즈 등이 포함된 커머스가 20% 수준입니다. 물론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메신저이지만, 카카오톡의 국내 월 활동사용자 수가 4200만명 이상이라는 점, 다음이라는 포털 사이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광고 수익 비중이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카카오는 광고 매출 반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카카오의 2017년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광고플랫폼 효율성 개선’입니다.

플랫폼은 일단 사람을 모아야 합니다. 카카오의 구상이 착착 이뤄져서 사용자들이 ‘오, 카카오에서 이것저것 시키니까 참 좋네’라고 느낀다면 사람이 몰릴 거고, 사람이 몰린다면 광고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할지 아닐지는 모릅니다만, 카카오의 구상대로 된다면 광고 효율도 대폭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이 생활 플랫폼이 된다는 의미는 사용자의 생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철수가 피자를 자주 시켜먹는다면 피자 광고를 좀 더 보여줄 수 있고, 영희가 신촌과 종로를 주로 오가는 사실을 안다면 그 부근에 있는 업체의 광고를 띄워줄 수도 있겠습니다. 몇 가지 라이프스타일의 특성을 반영해 그룹화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개인화에도 유리하고, 비슷한 사람을 그룹화해 해당 그룹에 적합한 상품이나 광고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원하는 타깃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카카오의 2017년 광고부문 목표는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효율 강화’입니다. 여민수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부사장은 ‘카카오 광고의 3가지 기둥’으로 ① 목적 최적화 ② 사용자 구매 ③ 새로운 광고 상품을 제시한 바 있는데요. 이 가운데 사용자 구매는 광고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용자 그룹’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광고를 보면 상품을 살 것 같은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게 좋다는 겁니다.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더 정교한 타깃팅이 가능하죠. 물론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는 이런저런 제약사항이 많이 생긴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flickr, Véronique Debord-Lazaro, CC BY

3가지 물음표

“돌아보면, 카카오톡은 2010년 처음 등장하자마자 ‘카톡해’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라갈 정도로 사랑해주셨습니다. 통신비 걱정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편리함이 확인되면서 카카오톡 수익화를 이용자들이 먼저 걱정해주기도 하셨죠. 저희는 세계 최초로 메신저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숙제를 풀었습니다.” – 임지훈 대표 브런치

아무래도 서비스의 수익모델은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에 온전히 녹아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은 여전히 ‘플랫폼으로서의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중입니다. 카카오가 온전히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이걸 잘 해야

이게 가능하다

#1. 많은 정보가 주는 피로감을 잘 조절할 수 있나

카카오톡은 메신저로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메신저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카카오톡 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모임도 카톡으로, 가족과의 이야기도 카톡으로 할 수 있겠습니다. 카카오톡의 플랫폼화가 진행되면서 여러 기능이 붙었는데요. 덕분에 요즘엔 게임 하트부터 피자 도착 알림까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라이브를 시작한다는 알림도 카톡으로 오고, 상품 상담도 가능하죠. 이래저래 다양한 기능이 들어올수록 친구와 지인을 위한 자리는 좁아지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사용자의 피로감을 유도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2. 사용자 경험의 급격한 변화

카카오가 매번 이용자 불만을 사는 지점 중 하나는 ‘카카오화’입니다. 인수한 서비스에 카카오라는 접두어를 붙이고 카카오톡과 함께 활용하면 좋을법한 기능을 붙입니다. 로고도 노란색으로 바꾸고요. 대체로 기존 사용자 경험을 카카오톡과 잘 연계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꿉니다. 여태껏 많은 서비스가 ‘카카오화’ 됐는데요. 당장 최근에 있었던 다음 tv팟부터 버스, 지하철, 지도 등 다양합니다. 전환기의 혼란을 감안한다고 해도 당장 사용하던 앱의 변화를 맞닥뜨리는 사용자의 불만은 높은 편입니다. 생길 수 있는 이탈률 관리를 잘해야겠죠. 어느 정도 나가는 건 감수하더라도 감당할 수준이어야겠습니다. ‘짜증나지만 쓴다’는 괜찮지만, ‘진짜 못 써먹겠다’는 위험합니다. 카카오는 ‘카카오TV’ 개편 직후의 논란에 다음과 같이 답변한 바 있습니다.

“사용자의 의견을 최대한 담아서 기능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잘 반영하려고 합니다. 카카오TV의 사례도 그렇지만, 저희는 카카오톡을 통한 유통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로 인정받고, 좋아지면 불편했던 분들도 애정을 갖고 이야기해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야죠.”

#3. 카카오톡 중심 생태계 > 전용 앱 활용

기존의 서비스를 인수해 카카오톡에 연결해 사용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대체로 그러려고 인수한 서비스가 많습니다. 사용자들의 불만이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연결을 통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접목을 시켜야 합니다.

카카오톡에 붙어있는 서비스는 과연 전용 서비스보다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예컨대 피자를 시켜먹는다면, ‘배달의민족’보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가 더 편하고 좋을까요? 아무래도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싶은 이용자의 니즈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시켜먹을 수 있는 피자의 종류도 많고, 리뷰도 볼 수 있습니다. 직접 경쟁 서비스라고 부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긴 또 애매하죠. 생활의 많은 영역이 모바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부분을 잘 파악하고, 시장을 잘 파는 서비스에는 녹록지 않다고 해도 분명히 기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 틈새를 잘 파는 스타트업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기존 경쟁하던 플랫폼 서비스 등등에 이미 시장을 만들고 자리 잡은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자리 잡고자 하는 서비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진=카카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어 보입니다. 이 어려운 것들을 극복해야 앞서 그렸던 이상적인 상황을 꿈꿀 수 있습니다. 단번에 생활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건 턱도 없는 일입니다. 카카오가 플랫폼으로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오랜 관성을 깨야 합니다. 사소한 영역에서부터 하나씩 ‘아, 이건 카카오톡에서 쓰는 게 편하다’는 인상을 꾸준히, 끊임없이 남기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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