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어느 중고거래 선수에 관한 장편 보고서

중고시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중고나라’로 대표되는 온라인 중고장터들이 생겨났다. 규모도 상당하다. 중고나라만 해도 무려 1500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간 거래 형식을 띠는 중고거래의 특성상, 안정성이 현저하게 낮다. 안전거래를 이용하지 않으면 돈만 날릴 수도 있고, 물건이 무사히 오더라도 상태가 판매자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를 수도 있다. 택배거래는 못 믿겠다며 직거래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거래도 문제가 있다. 거래 상대방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범죄의 가능성도 있다. 좋은 사람이 걸리면 ‘쿨거래’할 수 있지만, 아니면 경찰서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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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잇’은 기존 중고거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장을 만들어 온 스타트업이다. 중고 제품을 매입 후 검수를 거쳐 재판매하는 방식의 모델로 성장했다. 2014년 설립된 셀잇은 더벤처스의 초기 투자를 받고, 지속해서 사업을 성장시켜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에 인수됐다.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들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김대현 셀잇 대표를 만나 셀잇의 설립 배경부터 향후 목표까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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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셀잇 대표(사진=셀잇)

#1. 사기당한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다

“제가 첫 번째 중고거래를 고등학생 때 했어요. 아이리버에서 나온 목걸이형 MP3플레이어를 갖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전자기기는 비싸잖아요. 그래서 중고로 사려고 했죠. 제가 당시에 고등학생이라 휴대폰도 없고 해서 거래자와 이메일로 거래 했어요. 돈은 보냈고, 거래정보 준다길래 기다렸습니다. 하루 이틀 미루더라고요. 어느 순간 되니까 연락이 안 됐습니다. 첫 번째 거래에서 사기를 당하고 돈을 뜯겼죠.”

사기를 당한 후에도 물건은 필요했다. 안전한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면서 중고거래를 공부했다. 김대현 대표가 본격적으로 중고거래에 뛰어든 건 대학생 시절이다. 대학생이라 돈은 없는데, 새로 나온 제품들은 또 써보고 싶었다. 중고거래는 필수였다. 김대현 대표는 첫 사기 거래 경험 이후 학습을 통해 중고거래의 고수가 됐다. 혼자서 사고판 물건도 엄청나게 많았고, 친구들의 물건도 많이 팔아줬다. 김대현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주위 친구들은 보통 1-2년에 한 번씩 노트북을 바꾸고 남는 노트북을 내버려두곤 했다. 그걸 김대현 대표가 다 팔아줬다. ‘잘 팔아준다’는 소문이 났다. 대학교 4년 동안 거래했던 횟수만 400번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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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의 목걸이형 MP3P N11

#2. 스타트업에 뛰어들다

누구보다 중고거래를 잘 하긴 했지만, 그걸로 업을 삼을 생각은 못 했다. 아무개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계속 준비했다. 취직을 위해 공부하던 중, 아는 형님이 “‘스타트업’이라는 게 있다”면서 “네가 내 공동창업자가 돼 주라”며 김대현 대표를 꼬셨다.

“안 됩니다 형님, 저는 취업해야 합니다.” 거절만 무려 두 달을 하다가, ‘뭐든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 테니까 잠깐 인턴으로라도 도와달라’는 말에 합류했다. 그 소원은 ‘소개팅’이었고, 실제 소개팅에서 “되게 괜찮은 분”이 나오셔서 형님의 진심을 믿게 됐다. 그 형님이 셀잇의 공동창업자인 김철우 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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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셀잇 이사

4학년 여름방학에 자취방에 모여 첫 사업계획서를 썼다. 처음에 구상한 아이템은 ‘소셜데이팅’이었다. 학교에서 약간의 지원금을 받고, 창고같은 공간 한쪽 빌려서 창업을 했다. 이 아이템은 ‘개발상의 이슈’로 금세 접었다. 곧바로 ‘리뷰 공유 서비스’를 구상했다. 어떤 물건의 정보를 텍스트로 나열하기보다는 시각화해 보자는 취지였다. “’위닝일레븐’ 게임 보면 선수들 능력치가 다각형으로 나오거든요. 이렇게 리뷰를 표준화시키면 좋겠다 싶었죠.”

이 서비스도 잘 안 됐다. 30명 남짓한 사람들만 내려받았다. 포기해볼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대현 대표는 “(스타트업에서는) 원하는 대로 주도적으로 일해볼 수 있었고, 이왕 시작한 거 흔적은 남겨보고 싶었다”라고 스타트업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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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케이스는 제조시장이 아니었다

#3. 연이은 실패

두 번째 창업을 위해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갔다. 2012년이었다. 김철우 이사와 함께 버티면서 각종 교육 행사를 다녔다. 창업 교육도 배우고, 네트워크도 쌓았다.

두 번째 창업은 혼자서 도전했다. ‘아이폰5’가 한창 많이 팔릴 때였다. 김대현 대표는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 주목했다. 휴대폰 케이스 유통의 핵심인 영등포 유통상가에서 석 달을 일하며 정보를 모았다.

“창업하려면 자본금이 필요한데, 돈이 없잖아요. 제가 처음에 창업할 때 아버지가 정말 많이 반대하셨거든요. 아버지가 군 생활만 30년 넘게 하셨는데, 그렇게 월급 받으면서 사셨던 분이기도 하니까 (아들에 대한) 기대치는 대기업이었던 거죠. 그래서 많이 부딪히기도 했는데, 결국 첫 투자는 아버지가 500만원 해 주셨어요. 그걸로 신림동 고시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중국어 한마디도 못 하지만 여행 책자 하나 들고 중국으로 건너가 휴대폰 케이스 2천개를 발주해 왔다. 촉감도 좋고, 얇은 케이스를 만들면 호응을 받을 거로 생각했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또 망했다. 판매한 케이스는 300개 정도였고, 원가도 못 건졌다. 신촌, 이대 등지의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좌판 깔아놓고 팔았지만, 실패였다.

“모바일 액세서리는 유통시장이지, 제조시장이 아니더라고요. 누가 얼마나 노출할 수 있는지의 싸움인 거죠. 저는 그 시장을 제조로 봤고, 제가 좋아할 만한 케이스를 만들었는데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연이은 실패에 낙담한 김대현 대표는 모든 걸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공장에 들어가서 취업하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김철우 이사를 만났다. ‘그 동안에는 왜 실패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모르는 걸 덤벼서 실패했다’였다. ‘그럼 좋아하는 게 뭐냐’는 생각까지 뻗었다. ‘아는 건 뭐냐’는 자문에 ‘중고거래’라는 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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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잇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과정

#4. 가장 잘 하는 영역에서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만들다

국내 중고시장은 중고나라로 대표되는 카페 기반 거래 문화가 고착된 상황이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모바일 기반 업체들이 나오긴 했는데, 실질적인 거래 경험에서 차별성이나 만족감은 주지 못했다. 불신과 결제, 두 문제는 여전했다.

시장을 조사했다.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는 음성적인 시장이라 정확히 집계된 지표가 없었다. 추정하는 자료를 살펴보니 중고거래 시장을 대략 10조원 규모로 보고 있었다. 김대현 대표는 “거래 게시글 수나, 평균 단가 등을 넣고 때려봐도 10조원, 못해도 5조원 이상은 되겠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만 놓고 봐도 2조원 가량의 시장이 있으리라고 봤다. 그래서 생각한 게 중고물품을 대신 팔아주는 서비스였다. 이게 지금의 셀잇이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셀잇과 유사한 모델을 발견했다. 미국에 이미 있었다. 솔드라는 업체다. 많이 벤치마킹하면서 서비스를 구성했다.

셀잇은 거래의 거의 모든 단계에 개입하는 모델을 기본으로 한다. 완충재를 포함한 박스를 무료로 판매자에게 보내주고, 물건을 받아 검수과정을 거친 뒤 재판매했다. 사업 골격을 갖추고 모바일 앱도 빠르게 만들었다. 개발에 한 달이 걸렸다. ‘일단 런칭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반응이 왔다. 거래 실적이 꾸준하게 올라갔다. 특히 여성에게 호응을 받았다. 중고거래를 그나마 믿고 하려면 직거래를 해야 하는데, 여성 입장에서는 직거래도 절대 안전한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대현 대표는 “(중고거래 관련해서 나오는) 웃긴 짤방들이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중고거래는 거래 성사의 퀄리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좋은 판매자나 좋은 구매자를 만나야 하는데, 나쁜 거래 상대자를 만나면 나쁜 거래 하는 겁니다. 이 중간에서 컨트롤을 하는 게 셀잇의 역할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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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 팔리면 우리가 산다

실적은 올라갔는데 재방문이 안 됐다. 초기 셀잇은 ‘일단 맡겨주시고, 팔리면 돈을 드린다’는 식이었는데,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물건이 언제 팔릴지 예측이 안 됐기 때문이다. 더벤처스에서 1차 투자를 받은 돈으로 매입 보증을 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셀잇에서 구매해 판매자에게 수익을 주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미친 서비스다’, ‘재고는 어찌 할꺼냐’ 했는데, 자신 있었습니다. 물건이 좀 늦게 팔릴 수는 있어도, 다 팔립니다. 실제로 2주 안에 80%의 물건을 팔고, 한 달이면 95%는 팝니다. 저희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재고 수도 굉장히 낮고요.”

매입이 보증되면 판매자로선 ‘아무리 못해도 2주 안에는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입 보증을 내세우면서 이용자 반응이 올라갔다. 셀잇이 기존 서비스와 가장 큰 차별점을 드러낸 때다.

#6. 탄탄한 기술 기반

셀잇의 창업자 그룹은 5명이다. 김대현 대표와 김철우 이사를 뺀 3명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김철우 이사의 직장 동료들이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엔지니어 채용에 문제를 겪곤 한다. 셀잇은 아예 창업자 그룹에 엔지니어가 들어와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 없이 제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다. 김대현 대표 판단도 그랬다. “3명의 개발이사가 큰 역할을 해서 (셀잇 앱이) 완성도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봐도 자부심이 있어요.”

셀잇은 가장 완벽한 구매경험을 위해 앱을 선택했다. 또한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제품군마다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각각 제공했다. 판매자도 양식에 맞춰 정보를 기재해 쉽게 팔 수 있고, 구매자도 체계화된 정보를 보면서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 김대현 대표는 “저희는 제품 거래를 위해 ‘제일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제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구매자-판매자 간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줄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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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스마트폰 담당 카테고리 매니저

#7. 서비스에 몰입하는 구성원들

셀잇은 후발주자다. 시장을 가져와야 하는 입장이다. 김대현 대표는 “이용자가 저희 앱을 쓰고, 재방문하게 만들어야 했다”라며 “첫 번째 거래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거래에 만족했다면 반품은 없다. 처음에 가장 주목한 지표는 반품률이다. 꾸준히 낮춰왔다. 현재 셀잇의 반품률은 1% 미만이다. 더 낮출 계획이다.

셀잇은 거래에 개입하는 서비스인 만큼, 검수 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검수 인력들도 ‘선수’가 모였다. 중고 스마트폰을 검수하는 김효신 스마트폰 담당 카테고리 매니저가 대표 사례다. 김효신 매니저는 혼자 틈틈이 이베이로 중고거래를 하면서 15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김효신 매니저는 우연히 셀잇을 알게 된 뒤 순전히 셀잇이 궁금해 이메일로 연락하고, 직접 사무실에 방문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현 대표는 “착실한 건 기본이고, 중고거래에 대한 노하우나 인사이트가 저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첫 만남 이후 8개월 뒤 바로 채용했다. 김효신 매니저도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크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다른 영역의 인력도 마찬가지다. 셀잇은 현재 ‘셀잇 플러스’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신상품을 판다. 셀잇의 핵심이 ‘중고’가 아니라 ‘가성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만든 서비스로, 셀잇이 직접 최저가로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사업개발팀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다. 김대현 대표는 “‘우리가 햇반을 판다는 게 말이 되냐’ 했는데, 제가 멍청했던 것 같다. 너무 잘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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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카오와 함께 큰 변화를 꿈꾼다

셀잇은 거의 완벽한 스타트업이다. 기술 역량, 능력 있는 구성원을 갖추고 있다.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직판 구조이기 때문에 최저 수준의 중간마진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 수익모델도 안정적이다. 성장세도 꾸준했다. 보통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피인수 형태를 선택하지 하지 않을 법도 하다.

“이미 형성된 중고시장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어요. 물론 셀잇은 자립하면서 주욱 갈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확신하지만, 그 이상은 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카카오라는 큰 회사와 함께 시장을 두드려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개인적으로 수익 생각했으면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현 대표는 셀잇이 중고거래의 안전성을 거의 끝까지 끌어올린 서비스라고 본다. 셀잇은 장기적으로 중고시장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아직은 카카오와의 시너지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카카오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이용자 신뢰도가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셀잇은 2년 안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협력모델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 차근차근, 빠르게 성장해 온 셀잇은 이제 본격적으로 판을 흔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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