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싱가포르혁신센터’에 기아차·현대모비스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건립중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in Singapore, HMGICS)’에 현대차와 현대오토에버 외에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HMGICS 현대차 계열 주주 명단.(출처=싱가포르 기업청 문서)

17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HMGICS는 지난해 말 설립 초기만 해도 현대차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기아차와 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계열사들이 줄줄이 지분을 출자했다.

앞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10월 현금 315억3600만 원을 투자해 HMGICS 지분 1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는 지분 투자와 함께 혁신센터의 핵심 영역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와 모비스는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싱가포르 기업청 문서에 따르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및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대오토에버의 출자 금액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HMGICS 조감도/출처=현대차그룹 홈페이지

HMGICS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 센터가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서비스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며 자동차 생애 주기 가치사슬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센터라는 점 때문이다. 한 건물에서 미래형 자동차를 조립부터 판매까지 일괄 공정에서 가능케 한다. 특히 로봇 기술이 적용돼 자동차 생산 전 공정 전반의 자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가 출자한 이유도 생산공정 자동화와 생산기지 구축 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8억8000만 달러)을 인수하며,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가 20%, 현대글로비스가 10%, 정의선 회장이 20%의 지분을 각각 보유키로 했다. 기아차는 출자하지 않았다.

HMGICS의 경우 기아차가 출자했다는 것은 기아차 생산공장의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사람보다는 로봇이, 분산된 공정보다 집중된 공정이 연구되고 있고 이 프로젝트에 기아차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다만 생산 기지 이전에 따른 노사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대외적으로 기아차 출자 사실 여부를 알리기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고객의 생애주기형 차량 이용 형태를 분석해 연구하는 기지와 함께 620m 트랙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이착륙장을 함께 설치할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오는 2022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부의 수납형 차량 전시 공간을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를 적용한 건물 내부에는 다양한 고객 체험 시설, 연구개발(R&D) 및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소규모 제조 설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 그룹은 HMGICS가 유려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까지 융합해 완공 뒤에는 싱가포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2021년, 2022년, 2023년에도 추가로 3차례 이상 자금을 분할 출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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