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싸이월드를 대신한 요즘 서비스…다시 뜨는 ‘아바타’

‘싸이월드’가 폐업 직전이다. 일기장과 사진첩에 담긴 추억은 로그인 화면에 갇혔고, 이용자 데이터는 사업 가치로 저울질 되며 영구 폐기를 앞두고 있다. 7월까지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싸이월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사실상 서비스 종료를 앞둔 셈이다. 싸이월드를 이용하던 시절의 기억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형만 유지한 채 고사 위기에 있었다. 이미 싸이월드를 대체할 서비스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기반의 관계망 확장 서비스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열광했던 요인 중 하나는 아바타다. 싸이월드를 다른 SNS와 구별 지어 주는 요소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메인 화면에는 나를 대신하는 ‘미니미’가 중심에 놓여 있었다. 미니미는 꾸미기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파도를 타며(다른 이용자 미니홈피 구경) 관계망을 확장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요즘 SNS와 다르게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라는 나만의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니미는 여기서 구심점 역할을 했다.

‘싸이월드’ 미니미

하지만 공간과 공간을 잇는 폐쇄성이 싸이월드의 발목을 잡았다. 실시간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초연결 모바일 시대에 안착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달리, 싸이월드는 ‘일촌’ 중심의 폐쇄적인 연결성, 늦은 모바일 전환 등으로 시대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요즘 SNS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 가능하며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붙일 수 있는 반면, 싸이월드는 자기 자랑 중심의 온라인 일기장 형태로 남아 가상화폐인 ‘도토리’ 장사 외에 뾰족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미니홈피라는 존재는 싸이월드 서비스 개편의 딜레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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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바타의 모습을 빌려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여전하다. 애플 아이폰의 ‘미모티콘’, 삼성 갤럭시의 ‘AR 이모지’ 기능을 비롯해 지속해서 나를 연출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이유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아바타 중심의 자체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의 가상현실(VR) 기반 ‘버추얼 소셜 월드’, KT의 증강현실(AR) 기반 영상통화 앱 ‘나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네이버의 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현재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아바타 기반 서비스 중 하나는 ‘제페토’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개발한 제페토는 AR 아바타 서비스다. 얼굴인식·AR·3D 기술을 활용해 커스터마이징한 자신만의 개성 있는 3D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얼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나와 비슷한 AR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8월 출시 이후 현재 글로벌 누적 가입자 1억4천만명을 넘어섰다.

주요 이용자층은 Z세대로 불리는 ‘요즘 애들’이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제페토의 10대 이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또 해외 이용자 비중은 90% 수준이다.

제페토 내 창작자 생태계도 활성화되고 있다. 제페토 내에서 이용자들이 AR 아바타 의상을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제페토 스튜디오’는 출시 한 달 만에 8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접 AR 아이템을 제작·판매하는 제페토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숫자는 6만여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직접 판매 등록한 아이템은 약 2만여 종에 달한다. 최고 월 3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린 창작자도 있다.

‘제페토’에서는 자신을 대리하는 AR 아바타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제페토의 글로벌 서비스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 네이버제트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제페토의 인기 요인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아바타라는 속성이 과거 싸이월드가 유행했던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며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통칭)는 개성과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페토는 모바일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런 면에서 글로벌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내가 꾸민 공간을 자랑하는 ‘동물의 숲’

‘인싸’ 게임으로 떠오른 ‘동물의 숲’도 아바타와 아바타를 둘러싼 공간 꾸미기 기반의 자기 자랑에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무인도를 배경으로 자신만의 마을을 가꾸는 샌드박스 장르 게임이다. 나만의 무인도 생활을 즐길 수도 있지만 랜선을 타고 다른 사람의 섬을 놀러 갈 수도 있다. 섬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내가 꾸민 공간을 남들에게 자랑하며 즐기는 게 주된 재미 요소다.

‘동물의 숲’은 타인과 함께 즐길 때 재미가 배가된다.

단순히 낚시나 곤충 채집을 하며 현실과 동일한 시간대로 흘러가는 게임의 느린 호흡에 맞춰 유유자적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여기서 오는 재미는 한정적이다. 싱글 플레이를 위해 마을 주민과의 상호작용 요소가 마련돼 있으나 한계가 명확하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주민을 영입하는 작업이 끝나면 주민과의 소통은 한정된 텍스트 속에 일방향으로 흐르고 단절된다.

특히, 동물의 숲이 이번 시리즈에서 인싸 게임으로 떠오른 이유도 네트워크 기반의 연결성 강화에 있다. 자신이 꾸민 공간에 여럿이 모여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이를 다시 SNS나 유튜브에 전시하는 재미가 인싸들을 콘솔 게임으로 불러 모았다.

주민 NPC와의 대화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 3월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6주 만에 1300만장 넘게 팔렸다. 콘솔 불모지인 국내에서도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을 견인했다. 국내 유통사인 대원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위치 판매량은 8만28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4%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빚는 와중에 이룬 성과다. 현재도 닌텐도 스위치는 없어서 못 산다. 정가 36만원인 스위치는 지금도 40~50만원대에 거래된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싸이월드와 동물의 숲은 자기가 꾸민 공간을 타인과 관계 속에서 비교하고 연결해 자랑하는 요소가 비슷하다”라며 “동물의 숲은 커뮤니티라는 관계성 속에서 즐기는 콘텐츠로 아무리 섬을 잘 꾸며도 남이 봐주지 않으면 재미가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물의 숲의 성공은 단순히 아바타를 꾸미고 방을 꾸미는 커뮤니티 요소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사과를 따고 낚시하고 밤하늘을 보는 아기자기한 액션, 게임이 주는 힐링 요소 등 닌텐도가 잘 만든 콘텐츠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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