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현대그린푸드의 이지웰 인수, M&A 밸류에 정답은 없다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대그린푸드 스마트 푸드센터.(출처=현대그린푸드.)

현대그린푸드가 최근 신사업 확장을 위해 복지몰 업계 1위 업체인 이지웰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과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존 시가 대비 60%나 더 비싸게 주고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현대그린푸드는 최대주주인 김상용 의장 외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26%를 125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주당 평균 가격은 1만8626원인데요. 계약을 체결한 날 당일 이지웰의 주가가 1만1650원으로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약 60%의 웃돈을 준 셈이죠. 총액 기준으로는 470억원가량 더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 내부적으로는 그다지 무리한 투자는 아니라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1위 업체를 인수하는데 경영권 프리미엄 60%를 책정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는 것이죠. 이지웰은 선택적 복지사업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선택적 복지사업이란 기업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로, 이지웰은 이를 대행해주는 복지사업 대행업체입니다. 현대그린푸드 입장에서는 신사업 진출과 동시에 높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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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지웰 2020년 3분기 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이지웰에 딸린 자회사 세 곳을 기존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할 예정입니다. 이지웰니스, 여행업 인터치투어, 아이앤제이 테마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등인데요. 각각 상담서비스업, 여행업, 투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재매각가는 모두 200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지웰의 복지사업만 떼어서 1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지웰의 세 자회사는 올해 들어 모두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이지웰니스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세 회사가 낸 손실은 모두 9억원 수준입니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실적에 도움이 되는 회사들은 전혀 아니죠. 또 다른 신사업에 도전할 계획이 아니라면 현대그린푸드가 굳이 갖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지웰이 사실상 무차입 경영 중이라는 것도 현대그린푸드에게는 장점입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이지웰의 총차입금은 60억원 수준입니다. 단기차입금은 없구요. 모두 장기차입금입니다. 반면 단기금융상품 190억원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400억원에 가깝습니다. 이는 곧 약 340억원의 현금을 덤으로 얻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물론 보유 지분이 30% 미만이라 배당을 통해 현대그린푸드가 전부 흡수하기는 어렵고, 향후 사업 확장이나 투자에 요긴하게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별도 기준.(출처=현대그린푸드 사업보고서.)

무엇보다 현대그린푸드 입장에서 1000억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큰 부담이 아닙니다. 현대그린푸드는 별도 기준으로 보나 연결 기준으로 보나 차입금보다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올 3분기 총차입금은 600억원 수준인데 반해 현금성 자산은 2600억원에 달합니다. 차입금을 다 갚더라도 2000억원의 여유 현금이 남는 셈이죠. 이지웰 인수금액 1000억원을 빼더라도 1000억원이 남습니다. 부채비율도 28.1% 수준에 불과하구요.

어찌됐든 현대그린푸드가 시가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으로 이지웰을 인수한 것은 사실인데요. 이지웰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일까요.

*별도 기준.(출처=이지웰 사업보고서.)

실적만 보면 이지웰은 201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출규모가 단 한 번도 역성장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주 부지런한 모습입니다. 2013년 330억원 수준의 매출은 지난해 76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50억원을 밑돌던 영업이익은 올 3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실적과 재무 모두 튼튼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대백화점 그룹에 편입된 이후 시너지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시너지는 곧 매출 증가인데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거래처를 늘리면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러나 결국 현대백화점의 이번 이지웰 투자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향후 실적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싸게 회사를 인수해도 이후 실적이 좋지 않으면 나쁜 투자고, 비싸게 주고 사고 실적이 좋다면 좋은 투자겠죠.

다만 현재 다양한 조건들을 검토해봤을 때 아주 무리한 투자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래 가치만 보고 빚을 내서 적자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올해 M&A 시장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현재 진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과연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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