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박양우 前장관 "메타버스 시대 온다... 범정부 콘텐츠 거버넌스 필요"

[지디넷코리아]

"콘텐츠 산업은 모든 분야에서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산물이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맡고 있는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지금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이어 콘텐츠 뉴딜 프로젝트를 강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한 박 전 장관은 글로벌 OTT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마주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 시장과 관련한 다음 단계 지론을 역설했다.

그는 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글로벌 OTT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창라는 견해와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에 의한 콘텐츠 시장의 종속 우려를 인정한다면서도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IP 종속을 피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타버스 시대가 콘텐츠 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메타버스 기술을 다루는 이와 콘텐츠 산업 전문가가 함께 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진행한 디지털 뉴딜 당시 콘텐츠 분야가 크게 다뤄지지 않은 점을 반면교사 삼아 콘텐츠를 등한시하고 기술만 강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향후 한류를 이끌 콘텐츠로 국악을 지목하면서도 한국 콘텐츠에 한국적 요소를 가득 담아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플랫폼을 외국 기업이 장악하게 되면서 국내 OTT 플랫폼이 위기입니다. 하지만 작가나 현장에 있는 이들은 '우리는 자신이 있으며 해외 OTT는 우리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통로다'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국내 관계자들이 자신감이 많이 붙은 상황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늘 문학계에 말하는 것이 번역을 잘 한다고 노벨문학상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국 노벨문학상은 세계적인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출판사가 문학계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출판사로 세계에 작품을 알릴 수 있습니까? 또 해외 출판사라고 해도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 우리 작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까요? 세계적인 출판사는 작가에 관심이 있다면 제일 좋은 번역가를 섭외하고 홍보, 마케팅도 진행합니다. 노벨문학상도 여기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굉장히 좋은 지적입니다.

▲ 실제로 우리 작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출판사가 당장 글로벌 출판사가 될 순 없으니 세계적인 출판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수익을 적게 가져가더라도 나중에 우리 작품이 알려지게 되면 계약 조건을 바꾸면 되는 일입니다. 이러지 않고서는 우리 작품을 세계에 알릴 수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이며 이를 통해 한국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콘텐츠를 헐값에 가져간다는 논란 그 자체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우리 콘텐츠가 이렇게 좋다는 것을 알려야 할 때입니다.

다만 이런 기류가 장기화 됐을 때 콘텐츠 IP를 그들이 다 가져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는 작가나 국내 기획사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작가들의 협회가 공론화 시키고 조절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음악 산업에서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 봅니다. 우리 그룹처럼 칼군무를 하고 노래를 하는 그룹이 얼마나 있을까요. 해외 작곡가나 작사가, 안무가에게 곡이나 안무를 의뢰할 수는 있지만 이를 소화하고 한국 특유의 외모와 어우러지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 다른 콘텐츠가 상승세에 오른 것과 달리 게임은 과거에 비해 잠시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 지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기는 하지만 게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K팝은 중국 시장이 아니어도 220개국 이상의 나라가 즐기지만 게임은 글로벌 모든 국가가 즐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중국은 한국과 게임 분야에서 코드가 맞는 대표적인 국가인데 중국 시장이 폐쇄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 오른쪽)

- 최근 방송에서 한 교수가 K푸드가 한식이라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실제로 외국인이 K푸드로 가장 많이 꼽는 음식이 치킨이라고 합니다.

▲ 그런 생각이 옳다고 봅니다. K팝에 전통 음악 요소가 가미될 수야 있겠지만 전통 음악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자본이 들어가고 한국인이 기획을 한 음악이 K팝입니다.

- 한류의 방향이나 한계를 고려했을 때 가능성 있는 한류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K팝이나 드라마, 영화 쪽이 강하지만 PC 온라인과 모바일게임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창작력과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국악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악 요소가 5%만 들어가더라도 한류 콘텐츠라 생각합니다. 한류 콘텐츠는 한국 사람이 기획하고 창작하는 콘텐츠, 한국인이 IP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 한류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한 툴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메타버스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다만 그 방식을 아무도 예측을 하고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이 더욱 득세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도 힘을 얻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사람냄새가 나는 오프라인을 기웃거릴 수 있겠지만 이는 몇십년 후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봅니다.

태권도나 미술, 비엔날레에도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20년 전에 나왔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야기된 것은 최근이기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대기업도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모두 인식하고 있고 준비할 정도로 메타버스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것이 됐습니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디넷코리아 박승정 국장, 김한준 기자(사진 오른쪽부터).

- 문화예술이나 체육 쪽에서도 메타버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요.

▲ 물론입니다. 4차산업혁명에서 말하는 AI나 빅데이터 모두 메타버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4차산업혁명이 곧 메타버스인 셈입니다. 또한 5G를 넘어 6G까지 발전해 초연결시대가 될 것이며 이는 메타버스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다만 어떤 형식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는 이뤄져야 합니다. 콘텐츠 개발뿐만 아니라 윤리, 이에 따른 폐혜, 순기능 외에 역기능과 여기에 뒤따르는 법과 제도에 대해서도 검토를 할 필요가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흐름은 거스를 것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 한국인이 흥이 많고 예술적 기질이 많다고들 합니다. 또한 현대에 맞는 융통성을 가진 민족이라고들 하는데 메타버스 시대를 앞두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우리나라만큼 이런 새로운 파도에 빠르게 올라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고 DNA가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발달했다고 하는 나라들도 사회가 안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짧은 기간에 정치, 경제, 사회적인 발전은 이룬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이 메타버스 관련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메타버스에 대한 정책 마련은 기본이 될 것입니다. 새 정부는 메타버스에 대한 범정부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주로 과학기술 분야 인물로 구성됐습니다. 콘텐츠나 그 외 영역 관계자는 큰 영향을 주지 못 했습니다. 이것이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크게 성공하지 못 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에는 기술자나 과학자가 필요하지만 콘텐츠, 특히 문화산업 외 각 영역의 콘텐츠 전문가가 함께 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를 기술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일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콘텐츠청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콘텐츠는 교육 콘텐츠나 농업 콘텐츠, 방역 콘텐츠 등 무궁무진하게 넓은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가 가장 많은 것이 문화산업이라고 하지만 콘텐츠를 문화체육관광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버스 시대에 콘텐츠청 하나가 콘텐츠 산업을 다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초기술, 과학 등을 담당하고 나머지 응용은 각 부서가 응용하는 것처럼 콘텐츠산업도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닥을 잡고 각 부처가 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협의회를 두거나 위원회를 두고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간사 역할을 하더라도 이 협의회에 각 부처가 들어와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디지털 뉴딜에 콘텐츠 뉴딜을 빠트린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경제부처 관계자와 대통령, 장관들도 모두 한류에 환호하고 이를 통해 대화를 진행했을 정도였는데도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국제 회의에 나가면 서로 양자회담을 하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류 때문이었죠.

- 차기 정부가 콘텐츠 뉴딜을 추진하는 것도 시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차기 정부가 뉴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지만 콘텐츠를 등한시하고 기술 뉴딜만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아무리 고속도로를 만들어봐야 사람과 차가 안 다닌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을 위한 기술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메타버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많은 데이터를 모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메타버스의 미래입니다.

앞으로 한류가 살기 위해서는 기획창작력만큼이나 최첨단 실감 기술 접목해 새로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콘텐츠와 기술이 화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세계 시장에서 콘텐츠산업의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은 모든 분야가 만들어내는 산물이지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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