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삼성중공업의 ‘100%’ 환헤지 전략이 남긴 ‘1%’ 아쉬움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2019년 11월말부터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자료=네이버금융)

최근 원화가 강세입니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1103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3월19일 원·달러 환율은 1280원으로 1년 중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근 10년래 가장 큰 변화라 합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감에 급등하다가 3분기들어 떨어졌는데, 연저점을 깨고 떨어질 정도입니다.

요즘엔 오히려 환율 하락이 걱정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 환율이 1050원에서 113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죠. 원화 약세로 불안감이 있었던 상반기와 비교해 불과 몇개월 만에 지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원화 강세가 오히려 걱정입니다.

이런 환율 변동은 내수가 아닌 수출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국내 기업에게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변동성보다 안정성이 재무전략을 짜는데 일관성을 주고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업은 제조업 중에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실적 변화가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히죠. 조선사의 고객 대부분은 해외 선사이기 때문인데요. ‘헤비 테일’ 방식으로 해외선사로부터 상당 기간 후에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취약합니다. 헤비 테일 방식은 선박 수주 시 전체 대금 중 10~20%를 선수금으로 받고, 잔금은 계약시 정해놓은 금액으로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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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사진=삼성중공업)

통상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해서 선사에 인도할 때까지 2년 안팎이 걸립니다. 조선사는 외화로 대금을 받는데, 이 기간 동안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알아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선사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환헤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올해 환율이 크게 변동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환헤지 전략을 짜는 데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사는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파생상품(선물환 매도계약) 거래를 합니다. 그리고 국내 조선사 중 환헤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은 삼성중공업입니다. 수주 금액의 70% 가량을 환헤지하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수주 금액의 100%를 환헤지하는 재무전략을 구사합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분기 100% 환헤지 전략이 얼마나 회계적으로 불안을 주는지가 드러납니다.

삼성중공업 파생상품 거래손실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삼성중공업이 맺은 파생상품 거래는 선물환 계약입니다. 정해진 시기에 계약 당사자가 미리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걸 선물환 계약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중공업이 100달러를 해외선사로부터 받기로하고 선물환 계약을 국내은행과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죠. 선물환 계약의 약정환율(원·달러 기준)은 일정 범위 내(약 1000원 안팎)였습니다. 그러면 만기 시점 원·달러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져도 삼성중공업은 10만원(100달러x약정 환율 1000원)을 받게 됩니다. 선물환 계약을 맺어 원화환산금액을 고정시켜버리는 거죠. 그 결과 환율 변화에 관계 없이 약정한 환율로 은행에서 2년전 원화 가치와 동일한 돈을 받는 겁니다.

선물환 매매계약 여부가 환율 변동에 미친 영향.

삼성중공업이 선물환 계약을 하는 이유는 환율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입니다. 올해처럼 상반기에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회계상 손실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시 환율이 떨어질 때면 회계상 이익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실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3개 분기 동안 6747억원의 누적 파생상품 거래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파생상품 거래이익으로 얻은 2635억원을 제하면 거래손실 규모는 4112억원입니다.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2338억원(파생상품 거래손실 – 파생상품 거래이익)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손실이 큰 것입니다. 상반기 환율변동폭이 삼성중공업의 선물환 계약 포지션의 범위를 넘어서 버렸기 때문이죠. 그러나 3분기 1개분기만 놓고 보면 파생상품 거래이익(303억원)이 파생상품 거래손실(29억원)보다 많습니다.  3분기엔 환율하락으로 손익이 플러스(+) 된거죠. 어쨌든 올해 총합은 마이너스이니 삼성중공업으로서는 회계상으로 적지않은 손실을 보는 거고요.

삼성중공업은 하나은행 외 8개 금융기관과 파생상품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계약별로 계약 시점이 다르고, 약정환율도 천차만별입니다. 파생상품 거래손익은 파생상품 총액을 기준으로 당분기 환율 변동을 반영해, 손익 규모를 회계상으로만 인식합니다. 환율 변동이 크고, 파생상품 규모가 클수록 파생상품 거래손익도 달라지게 됩니다. 다만 회계상의 손익일 뿐이어서 실제 현금유출입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해당 수주 계약의 만기가 오면 손익은 다시 ‘제로(0)’가 됩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이 국내 은행과 맺은 달러 파생상품(매도계약 기준) 규모는 99억 달러(한화 10조9408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29억 달러(14조2508억원)였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가 줄었기 때문이죠.

올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10조2457억원 규모입니다. 지난해 3분기 수주 잔고는 12조7728억원이었고요.

환헤지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금융 거래입니다. 환차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수출 기업의 ‘환율 전략’에 모범답안이란 없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수주금액을 100% 환헤지하는 전략이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기업은 가능한 한 수익을 많이 남겨 회사와 주주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5조1656억원, 영업손실은 73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누적 순손실 규모는 895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누적 매출과 영업손실은 4조9895억원, 4380억원입니다. 누적 순손실은 1조원을 넘었습니다.

삼성중공업 실적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전년보다 손실 규모가 줄어든 건 영업외비용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같은 기간 기타 손익이 3576억원 줄었고, 금융손익은 492억원 줄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극한의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순손실 규모 또한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환헤지 전략을 좀 더 유연하게 조정했다면 환율 변동폭 확대에 따른 회계상 이익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습니다. 어느때보다 올해 턴어라운드를 강력하게 원했으니까요. 물론 회계적 착시현상이겠지만, 손실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은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지 않나 싶네요.

너무 경직된 재무전략보다 호재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 재무전략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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