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VC는 왜①] 퓨처플레이가 ‘오덕’을 찾는 이유

지난해 신설된 스타트업 법인 수는 10만8874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은 9곳으로 늘었다. 전세계 5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예비 유니콘 기업도 13개에 달한다. ‘지뢰밭’에 비유되는 험난한 국내 규제 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은 혁신의 싹을 틔워내고 있다.

혁신 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배경에는 투자사가 있다. 투자사는 혁신 생태계의 주춧돌이다. 스타트업은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고 시리즈 A, B, C 등 투자를 단계적으로 유치하며 꿈을 키워 나간다. 그런데 투자사마다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하고, 어떤 가치를 중시할까. 투자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패밀리’가 아니다. ‘마피아(Mafia)’이자 ‘갱(Gang)’이다. 컴퍼니 빌더이자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와 포트폴리오사가 서로를 부르는 칭호다. 이 독특한 투자회사는 스스로 ‘해적단’을 자처하고, 스타트업에게 “세상을 향해 함께 총질하자”고 외친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소재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만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좋은’ 회사가 아니라 ‘위대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그래서 누구나 환영할 만한 아이디어보다는 주저할 만한 아이디어에 활짝 열려 있다”라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위대한 아이디어는 너무 위대해서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거든요.”

류중희 대표는 ‘사이언스 키드’다. 유년시절 과학기술자를 꿈꿨고, 카이스트(KAIST)에 진학해 전자전산학 박사학위를 마쳤다. 1990년대 말 벤처붐은 그를 학교 밖으로 이끌었다. 2006년 얼굴·이미지 인식기술 소프트웨어 기업 올라웍스를 창업해 2012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에 매각했다. 인텔이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한 최초의 사례였다. 2013년에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기업 퓨처플레이를 설립했다. 사이언스 키드들의 몽상이 현실이 되도록, 그 길을 터주겠다는 포부였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투자한 기업은 약 100개 이상. 전체 투자기업의 누적가치를 합하면 약 1조11억원에 달한다.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각 산업 분야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뷰티), 만도(모빌리티), 농심(푸드테크), 이지스자산운용(프롭테크등이 함께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스튜디오 그룹을 통한 컴퍼니 빌딩도 진행 중이다. 2020년 16일에는 공유미용실 쉐어스팟(Shairspot)’ 강남 1호점을 직접 열었다.

류 대표는 “남들이 비웃을 정도로 창의적인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그저 놀림감으로 남거나 기업의 도구가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도록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에 없던 업(業)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투자는 이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는 컴퍼니 빌더나 액셀러레이터보다는 ‘퓨처플레이’, 그 자체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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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퓨처플레이의 포트폴리오를 쭉 살펴보면 어웨어, 뷰노, 휴이노, 룩시드 랩스 등 ICT 영역에서도 뾰족한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투자 대상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나는 세 가지를 본다. 우선, 완전히 새로운 업이어야 한다. ‘완전히 새롭다’는 것은 기존 플레이어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엔지니어, 혁신가를 좋아한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풀어내는 스타트업일 것. 배달앱 ‘배달의민족’처럼 한국 특유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보다는 세계 공통의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회사를 선호한다. 예를 들자면 출판업 자체를 혁신하려 하는 ‘퍼블리(PUBLY)’ 같은 스타트업이 있다. 또 식당의 점원이 고객, 업주의 눈높이에 맞춰 일하지 못하는 것은 전세계 공통의 문제다. 그래서 실내 서빙하는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한 베어로보틱스도 좋은 사례라고 본다. 빠른 속도로 전세계 확장이 가능하다.

셋째, 퓨처플레이는 ‘팀’을 많이 본다. 정확히는 팀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크기를 본다. 무언가 주어지면 끝장을 내는, 그런 근성을 본다. 현실론자보다는 이왕이면 세계 재패를 꿈꾸는 이들이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검열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걸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있더라.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던 ‘에스오에스랩(자율주행차 핵심센서인 라이다 개발사)’ 팀은 처음에 “우리가 수천억원을 투자 받을 수 있겠냐”며 망설였다. “나를 봐라. 나도 했지 않느냐”고 그들을 설득했다. ‘뷰노(의료 AI 솔루션 개발사)’도 처음에는 딥러닝을 연구한 박사 세 명이 뭉친 팀이었다. 딥러닝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에 함께 방향을 찾아 나가 지금에 이르렀다.

창업에는 ‘언페어 어드벤티지(unfair advantage)’가 있다. 기술기업은, 특히 초기에는 그 기술에 통달한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케팅전문회사면 마케터가 대표를 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리더십은 대부분 전문성에서 나온다. 거기에 강한 성취욕을 가지고 있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팀플레이 할 수 있는 팀. 이들을 찾아내 고민을 풀어주고 육성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단, 꿈은 반드시 원대해야 한다.”

Q.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와 더불어 스타트업 멘토링,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멘토링 과정에 있어서 특히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투자자와 창업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할 텐데.

“복싱만화를 보면 열정적인 코치가 등장해 선수 옆에서 열심히 독려하지 않나. 우리는 딱 그 코치 역할이다. 결국 링에 올라가는 건 복서다. 투자자로서 조언은 열심히 하지만 창업가 스스로 이를 소화해야 한다. 잘 될 것 같은 방향이 있다 해도 본인 의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건 경영진의 몫이다.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가 경험도 많고, 투자도 했으니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적절한 관계 유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지금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

내 입장에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 창의적인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라고 한다. 창업가는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 본인 마음대로 하면 된다. 투자자로서 조언은 하지만, 이를 대표가 소화해내고 또 걸러 듣기를 바란다. 스스로 불안하면 남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무조건 거부한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협상이 가능하다. 세상 모든 얘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고,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 그게 창업가의 덕목이다. 우리는 돕는 입장일 뿐이다. (퓨처플레이) 창업 당시에는 사실 스타트업 투자가 거의 무주공산이었다. 따라갈 만한 롤모델이 없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깨달아야 했다.”

Q. 투자를 받고자 하는 창업가에게 피칭은 필수다. 투자하는 입장에서 피칭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얼마나 될까.

“설명을 잘한다고 투자하진 않는다. 기억에 남을 만한 피칭을 할 정도라면 초기 투자단계가 아니지 않을까? 피칭을 잘한다는 것은 곧 업을 이해한다는 증거라, 점수를 더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껍질을 까고 알맹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만날 땐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뭘 할지 알고 있다면 사업계획서는 필요 없다. 울림과 진정성이 핵심이다.

피칭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감동을 받는 편이다. 예를 들어 토도웍스(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손쉽게 바꿔주는 파워 어시스트 개발사)는 대표의 방향성이 아주 명확했다. 신념이 있고 울림이 있었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게 됐고, 하고 싶고, 해야 하는지가 또렷했다. 수익성을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투자를 했고 결과가 굉장히 좋았다. 우주선을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하는 ‘오픈업’, 라스트마일 지도를 만드는 ‘뉴빌리티’, 미국 부동산 투자 스타트업인 ‘빌드블록’, 플렉시블 배터리 개발사 ‘리베스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서울로보틱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의 색깔이 분명했고, 집중력이 있었고, 완전 ‘덕후’였다. 끝장을 보겠다는 게 있었다.”

Q. 퓨처플레이와 다른 투자사는 무엇이 다른가.

“다른 엑셀러레이터나 VC는 5년 뒤를 볼 때 우리는 10년 뒤를 본다. 3~5년 만에 임팩트를 준다는 건 미래 임팩트가 아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는 건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투자회사가 10년 뒤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단 한 곳도 없다. 투심으로 회사를 판단하고, 후속투자 때도 당장의 매출을 중시한다. 우리가 중시하는 건 하나다. ‘지구에 사는 인류가 이것 없이 살 수 있을까?’ 물론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Q. 투자도 업(業)이다. 엑셀러레이터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엑싯(exit)을 하면 자금회수가 가능하나 빠른 길은 아니다. 퓨처플레이는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나.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투자, 하나는 직접 창업, 또 하나는 기업협력형 스타트업 공동 창업과정이다.

첫째, 투자는 10년을 내다본다고 했다. 그러니 그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폐가 있기는 한데, 챔피언이 될 회사라면 5년 뒤부터는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다만 단기간 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일부 투자회사들은 재무적 투자를 받기도 한다. 나는 회사를 만든 이상 돈은 우리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퓨처플레이에는 재무적 투자자가 없다. LG전자, 네이버, 시스코 등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들이) 필요해서 손을 내밀었던 거였다. 시리즈B 투자가 들어왔고 이번에도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컴퍼니 빌더’로 정의하고 있다. 훗날 잘 될 만한 업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그런 스타트업을 찾는다. 시장에 그런 회사가 아직 없을 때도 있다. 그러면 기회를 날려야 할까, 직접 뛰어들어야 할까? 우리가 공유미용실인 ‘쉐어스팟’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벗어난 일을 하면 안 되고, 10년 뒤 관점에서 심장이 떨리는 얘기를 해야 하니 어렵기는 하다.

또 하나의 영역은 혁신을 갈망하는 기존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돕는 거였다.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인데, 기업의 스타트업 발굴을 도우면서 운영비를 받는 수익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좋은 스타트업을 찾을 수도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은 농심과,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만도와 협력할 때 시너지가 나지 않겠나. 우리가 하는 일을 위배하지 않는, 굉장히 좋은 수익모델을 찾은 거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첫 시도였지만 해외 벤처투자업계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수익모델로 보고 있다.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과도 관계를 잘 쌓아야 하고, 대기업의 업무 방식과도 맞춰야 한다.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적다. B2C만 하던 이들도 힘들어한다. 과거 창업했던 올라웍스는 대기업들과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회사였다. 내가 영업을 담당했었고, 인텔은 CVC 중에서도 캐피탈을 제일 잘하는 기업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몸에 녹아 있어 가능했다.

어쨌든 우리는 수년간 수익을 내고 있다. 돈 걱정은 없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니까 수익을 못 낸다’고도 하고, 그래서 ‘버텨야 한다’라고도 하는데 냉정히 말해 그럴 거면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이것도 업이다. 단기적으로라도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고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펀딩을 받든, 돈을 벌면서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퓨처플레이도 하나의 스타트업인 거다.”

Q. 인공지능(AI)이 세 번째 빅웨이브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AI와 오프라인을 통합한 기술이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지배할 거라고 하던데.

“AI를 온라인 세계에 접목하는 건 너무 쉽다. 오프라인 세계는 장벽이 있고, 관행이 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따른다. 우리는 온라인 기술을 오프라인 세계에 접목시키고 싶다.

오프라인과 AI의 결합은 굉장히 중요한 화두다. 그래서 그 사이를 채우는 기술인 로보틱스, 자동화, 센서, 증강현실(AR) 등에 투자를 해왔다. 앞서 말한 쉐어스팟도 그래서 만들었다. 미용실을 만들려면 미용전문가와 개발자가 만나야 하는데, 노는 동네가 서로 너무 다르다. 다른 전통적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일어나고 있고 여기가 변화가 일어날 지점이다. 스타트업더러 이런 일을 직접 하라고 하는 건 폭력 수준이다. 그러니 우리가 총대를 메고 직접 하는 걸 보여주려는 거다. 오프라인 ‘리얼월드’와 AI가 결합되면 특유의 속성을 옅게 만들 수 있다. 치킨집을 내도 AI와 로보틱스로 치킨을 튀기면 전세계 업장의 퀄리티가 똑같아진다. 암행어사 보낼 일이 없다. 단순화가 가능하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전세계를 관리할 수 있다. 사업을 전세계로 ‘복붙’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오프라인 세계의 프로세스를 IT화하고 AI화하는 건 결국 스케일업을 위한 거다. 글로벌화가 가능하다.”

Q. 현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진단한다면.

“작년은 지루했다. ‘좋은 스타트업’이 확 줄었고 ‘카피캣’이 너무 많았다. 이미 유니콘이 많이 나왔고, 우수인력들은 모두 유니콘에 들어가 있더라. 좋은 창업가가 나오려면 공동창업자가 있어야 하고 시장에도 훌륭한 인재가 많아 뒷받침이 돼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퍼져야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의 겨울이 오나 했는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좋은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고 있다. 깜짝 놀랄 정도다.

유니콘의 선전이 창업을 고민하던 사람들을 자극한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 교수부터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스타트업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학력무관, ‘덕후’가 창업하는 사례는 물론 교수도 휴직을 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나선다. 대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창업 생태계의 스펙트럼은 더 넓고 뾰족해지고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명제를 스타트업 생태계가 깨닫고 있는 듯하다. 사변적이고 전문적인 것을 보편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의 불씨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다만 한국 스타트업은 전세계로 보면 ‘아싸’다. 밋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고 밍글링(Mingling)하면서 생태계가 형성되는 건데, 우리는 ‘인싸’가 아닌 거다. 과거 인텔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객관적으로 회사의 기술력이나 아이디어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회사가 좋은 값에 팔리고는 하더라. 차이를 보니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점이 크겠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이 뭘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발(發) 스타트업을 ‘인싸’로 만들 수 있을까? 판을 넓게 봐야 한다. 글로벌 감각, 비즈니스 경험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선례를 만들어 가려 한다. 어웨어, 베어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서 연구개발(R&D) 센터는 한국에 두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방식은 이스라엘 모델인데, 아직 실험 중이다.”

Q.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규제가 심한 환경이라는 지적들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규제가 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규제가 싫으면 규제가 없는 나라에 가서 사업하면 된다. 이미 세계는 플랫(Flat)하고, 선택지는 많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니까 규제 완화를 주장할 수는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문제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사업을 못한다’라고 하는 건 사업가답지 못하다. 우리나라 상황이 그러하니 기업가 정신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결핍이 스타트업을 키운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결핍을 역이용해 어떻게 성장할지 고민하면 될 것 같다. 창업가에게 항상 현실은 가혹하고, 불만족스럽다.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창업가는 현실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존재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세상도 변화하지 않을까.”

Q. 작년 실리콘밸리는 거품 논란이 거셌다. 적자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겪던 위워크가 상장을 철회했고, 상장을 한 우버, 리프트, 슬랙 등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비상장주의 함정이다. 시장이 평가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이 크다. 본질가치에 수렴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우버가 과대평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상장 유니콘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투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우버의 가치를 높인 곳들은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자산운용사였다. 이들이 작금의 사태를 보고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생길 거다.

한국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권역에 없던 사람들이 비상장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장가치는 본질가치에 수렴한다는 거다. 창업가들은 시장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자제해야 한다. 프리 시리즈 투자 100억을 받겠다고 하면 우리는 50억에 받으라고 권한다. 100억을 받으면 우리도 좋다. 하지만 시장과 본질가치의 간극을 벌리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위워크가 큰 일을 했다. 이렇게 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Q. 퓨처플레이의 문을 두드리고 싶어하는 스타트업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

“정말 위대한 아이디어는 너무 위대해서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 본인이 위대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를 꼭 찾아 달라. 좋은 회사가 아닌 위대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어딜 가나 환영받을 아이템보다는 주저하는 아이템에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퓨처플레이다. 격하고, ‘오타쿠’만 할 수 있고, 깊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도 못하는 것, 대환영. 너무 ‘긱(geek・괴짜)’한 곳에 빠져서 ‘엄빠’조차 본인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라. 그리고 ‘패밀리’가 아닌 ‘마피아’가 되고 싶다면 오라. 세상을 향해 함께 총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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