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한정판에 꽂힌 Z세대, 커지는 리셀테크

지난 10월 15일, 유니클로 광화문점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니클로와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이 협업한 패딩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해당 제품은 오픈하자마자 3분 만에 품절됐다. 이는 유니클로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스타벅스 50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리유저블 컵 행사도 긴 대기줄로 화제였다. 너도나도 한정판을 얻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이 이젠 익숙하다. 특히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펼치는 팬슈머의 대표 주자 Z세대가 한정판 거래를 활발히 이용한다. 해리스 여론 조사(Harris Poll survey)에 따르면, 한국 성인 5 명 중 1 명(18%)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입했거나 구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왜 Z세대는 한정판, 즉 리셀에 열광하는 걸까?

글. 신주희 기자 hikari@websmedia.co.kr

그래서 리셀이 뭔데?

리셀은 ‘RE’와 ‘SELL’의 합성어로, 상품을 사들인 후 더 많은 가치를 붙여 되파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은 희소성을 사고 팔기 시작했다. 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명품•굿즈•전자기기 등 다양한 상품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먼저 줄을 선 사람만이 한정판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착순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끼어들기•대리 구매 등 여러 편법이 존재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래플(Raffle)이다. 래플은 온라인 추첨을 의미하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가장 공정한 방식이다. 회원가입•드레스코드 등 응모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진심으로 응모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은다. 나이키와 디올(Dior)이 협업한 ‘에어디올’ 래플에 참가한 전 세계 응모자 수는 5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한 에어디올 스니커즈

한정 시간에 한정 수량을 판매하는 드롭(Drop) 또한 리셀 방식 중 하나다. 미국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진행한 ‘목요일 드롭(Thursday Drop)’을 시작으로, 많은 브랜드가 이를 기업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요일 오전 11시, 슈프림 공식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수량 신제품을 갖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렸다.

차별성•팬슈머•재테크•과시욕
Z세대가 리셀 시장에 뛰어든 이유

돈만 있으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원하는 것은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결국 모두가 비슷한 상품을 갖게 된 상황, Z세대는 소비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했다. 개인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 즉, 가치 소비를 택했다. 그들은 돈이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에 눈을 돌렸다.

현재 Z세대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가 결합된 팬슈머(Fansumer)로 불리며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접했고, 가족•지인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상품 리뷰를 보며 구매 기준을 정한다. 이들은 아이돌 굿즈를 직접 제작하며, 소비뿐 아니라 판매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즉, Z세대는 리셀시장에서 소비의 주체를 넘어 생산자 역할을 해낸다.

또, 리셀은 ‘리셀테크’라는 신개념 재테크 수단으로 변모했다. 한정판 수집은 과거 취미이자 문화였다. 그런데 한정판 거래로 많은 수익을 얻게 되자, 일종의 제테크로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Z세대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한편으론 과시욕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희소성 있는 상품을 게시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Z세대는 한정판 게시물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고, 리셀 문화는 순식간에 트렌드로 번졌다.

인스타그램 #스니커즈 게시물

플랫폼도 다 같은 플랫폼이 아니다?
Z세대 사로잡은 4개국 리셀 플랫폼

리셀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 영향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미•일•중 4개국에서 가장 핫한 리셀 플랫폼을 전격 분석해봤다.

1. 대형 자본으로 다양한 경험 제공하는 크림(KREAM)

2020년 3월 탄생한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 스니커즈•명품•피규어 등 다양한 한정판을 중개한다. 배송비, 검수비, 수수료가 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한정판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검수팀을 마련했다. 또, 일상 공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홍대 오프라인 쇼룸을 운영해 유저를 모았다. 크림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깔끔한 톤앤매너가 특징인 크림 웹사이트(출처. 크림)

2. 싸고 믿으니까! 리셀 플랫폼의 원조 스탁엑스(StockX)

스탁엑스는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설립, 현재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으로 불린다. 올해 상반기 사용자만 650만 명, 국내외 많은 리셀 플랫폼이 스탁엑스를 표방하고 있을 정도다. 최저 가격과 최고 입찰 가격을 비교해 시세정보를 제공하며, 다른 플랫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스탁엑스는 리셀 시장에서 가장 먼저 검수작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전문가가 냄새나 구조 등을 검증한 후 정품이라는 초록색 X표시를 남긴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벤트 배너에 비중을 둔 스탁엑스 웹사이트(출처. 스탁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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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덕후는 못 참지! 스니커덩크(SNKRDUNK)

스니커덩크는 일본 스니커즈 리셀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한 플랫폼이다. 경쟁회사 모노카부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크림의 투자를 받았다. 스니커덩크는 감정 전문 회사와 제휴를 맺고, 위조품 이중 감정 후 정품만 제공한다. 또, 덕후를 위한 유희왕, 포켓몬 등의 수집품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별적으로 운영한다. 도쿄 하라주쿠 매장 오픈 기념 행사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사람에게 60켤레를 정가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제 착용샷으로 생생함을 살리는 스니커덩크 웹사이트(출처. 스니커덩크)

4. 중국 Z세대 취향 저격, 더우(得物, Dewu)

중국의 Z세대라 불리는 주우허우는 초등학생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자랐다. 이들에게 SNS는 단순연락망을 넘어 소비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저축을 중시하는 부모 세대와 달리 주우허우는 씀씀이가 크다. 사치품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더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피스마이너원 에어포스 파라-노이즈 2.0’은 판매 시작 후 15분만에 매진됐고, 1,399위안(약 26만 원)이었던 가격이 5,000위안(약 92만 원)으로 뛰었다. 가품이 판치는 시장에서 더우는 정품만 거래하며, 파격적인 할인 행사와 무료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유입률을 높였다.

모바일 환경에 중점을 둔 더우 웹사이트(출처. 더우)

Z세대에게 리셀의 미래를 묻다

앞서 설명한 플랫폼들의 공통점은 ‘정품만 거래한다’는 원칙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정판 소유 심리를 악용한 거래 사기가 발생할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많은 사람이 리셀 시장에 뛰어든 만큼, 플랫폼들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통해야 한다. 또, 경쟁에 밀리지 않도록 플랫폼 고유 콘텐츠와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가치 소비와 합리적 선택을 중요시 하는 Z세대, 한정판에 대한 이들의 욕망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 해답에 대한 열쇠는 Z세대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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