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해운업 호황? 장금상선의 ‘시노코페트로’는 위기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항해 중인 장금상선 선박.(사진=장금상선)

해운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화물 특수’를 맞으면서 장기 불황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매주 최고점을 경신 중입니다. SCFI는 지난 4일 2129.26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해운시장은 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로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 등 대형 해운사들이 잇따라 경영난에 빠졌고, 일부 해운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오랜 시간 풍랑을 견뎌 온 해운사들에 반짝 특수는 ‘단비’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특수도 정유 운송을 주로하는 해운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10년만에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는 해운업계에서 장금상선의 계열사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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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로열더치셸, 오른쪽 엑슨모빌 CI.(사진=각사)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석유화학제품 운송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됐습니다. 로열더치셸(이하 셸)과 엑슨모빌 등 이른바 ‘글로벌 큰 손’들과 장기운송계약(CVC)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내는 해운업체입니다. 해운사는 스팟(단기) 화물을 운송하는 것보다 장기 화물을 운송하는 게 이익입니다. 게다가 셸과 액슨모빌은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거대 정유회사이니, 다른 어느 경쟁사보다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죠.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이들의 물량을 연근해로 고정적으로 실어 보냈으니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컨테이너선사와 달리 정유사의 물량을 실어나르는 시노코페트로케미컬과 같은 해운사들은 정유사의 실적 악화와 함께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거죠.

정유사들은 유가 하락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감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셸과 액슨모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셸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약 211억 달러(한화 22조8344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엑슨모빌은 올해 1분기 엑슨과 모빌 그룹이 합병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현재도 적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석유 메이저 회사의 적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감소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세계 주요 도시들의 록다운이 이어졌고,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들 업체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 실어나르는 해운사의 실적까지 동반 악화됐습니다.

시노코페트롤케미컬은 정유 과정을 거친 석유제품을 운반합니다. 통상 유조선은 원유운반선과 정유운반선으로 나뉩니다. 원유운반선은 유전이 있는 수출국 터미널에서 정유공장이 있는 수입국 터미널로 원유를 운송하죠. 정유운반선은 정유 과정을 거친  석유제품을 소비지로 운송합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셸 등 해외 우량거래처래처와 CVC를 맺고 있는데, 석유 수요 감소의 영향을 고스란히 입게 됐죠. 정확한 실적은 확인이 어렵습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등 장금상선 계열회사는 비상장기업으로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올해 6월부터 장금상선 등 계열회사에서 자금을 급하게 끌어온 걸 보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계열사로부터 16차례 자금을 차입했습니다. 차입 금액은 총 3135억원입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올해 계열회사에서 빌린 차입 내역.(자료=금융감독원)

올해 계열사에서 빌린 차입금을 모두 합하면 자기자본(3274억원)의 95.7%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장금상선에서 10차례에 걸쳐 1992억원을 빌렸고, 흥아라인에서 3차례 207억원을 차입했습니다. 시노코탱커에서 778억원을, 한성라인에서 158억원을 빌렸습니다. 사실상 전 계열사가 나서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유동성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유조선 4척을 4325억원에 SK해운에 양도했습니다. 석유 제품 운송 수요가 줄면서 보유 선박을 판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공시내용을 살펴보면 유동성이 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건전성 지표들을 살펴보면 유동성과 재무구조 모두 우려 수준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3.8%를 기록했습니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나타내는 비율로서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통상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봅니다.

유동비율은 52.3%를 기록했습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미만일 경우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봅니다. 두 재무지표는 2019년 재무상태표를 바탕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차입금의존도는 83.8%를 기록했습니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낸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 수록 금융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지난해 말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매출 4132억원, 영업이익 118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8.8%에 달했습니다. 글로벌 정유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해운사의 불황도 시노코페트로케미컬에게는 ‘남말’이었죠. 순이익률은 7.8%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외비용이 지나치게 커 순이익을 낮추는 요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이자비용으로 875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영업외비용(918억원) 중 95%를 이자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이자비용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연간 납입하는 이자비용은 중견해운사인 팬오션보다 많습니다. 이유는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선박 도입 구조 때문입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Bare Boat Charter Hire Purchase) 형태로 선박을 임대합니다. 해운사는 선박을 장기간 빌리기로 하고, 리스비용에 선박대금까지 포함해 지급합니다. 그리고 용선기간이 끝나면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는거죠.

선박 건조에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만큼 일종의 ‘장기 할부’로 선박을 갖는거죠.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셸과 액슨모빌의 물량을 장기간 운송하는 만큼 이 같은 방식으로 선박을 빌리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BBCHP는 중소조선소에서 주로 활용하는데 영업환경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영업환경은 이전보다 크게 악화됐습니다. 매출 규모는 물론 현금흐름도 이전보다 둔화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유동성 확보에 급급한 이유도 납득할 만 합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차입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말 기준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국적취득조건부 미지급금은 1조8235억원입니다. 이중 1143억원을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합니다. 여기에 단기차입금 2155억원을 올해까지 상환해야 합니다. 올해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미지급금 포함)은 3298억원입니다.

내년에도 미지급금 117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죠. 지난해 말 기준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의 현금성 자산은 271억원입니다. 영업현금흐름도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과 2016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흐름은 800억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현금흐름은 26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 크게 둔화된 모습이죠.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현금흐름이 둔화되면서 미지급금을 줄이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상환한 미지급금은 450억원에 그쳤습니다. 매년 800억원씩 상환해야 하는데, 미지급금을 ‘롤오버’시키면서 차곡차곡 쌓아둔거죠. 결국 상환해야 할 미지급금은 불어났는데, 현금흐름이 둔화되면서 유동성마저 부족해졌습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현금흐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해운사입니다. 정씨는 장금마리타임과 시노코탱커 등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장금상선 계열회사들은 해운업 불황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 또한 셸과 엑손모빌 등을 우량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하지만 현재 재무 상태를 보면 사실상 ‘빚’으로 성장한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장금상선그룹 지배구조.(자료=금융감독원)

시노코페트로케미칼이 유동성을 확보해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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