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세르게이 브린 '파격 행보'

트레이닝복 입고 강남역 돌아다녀… 호텔 복도서 선 채로 대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지난 12일 처음으로 방한(訪韓)한 세르게이 브린(Brin) 구글 공동창업자는 한국에 머무르는 이틀간 시종일관 소탈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약 41조원의 재산으로 세계 13위 부자인 브린은 이틀간의 모든 일정을 트레이닝복과 패딩 차림으로 소화했다. 대국 관전을 마친 뒤에는 서울 강남역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입국 첫날 대국장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 등장한 브린은 모자가 달린 회색 '후드 집업(zip-up)' 트레이닝복 상의에 검은색 패딩을 걸쳐입은 모습이었다. 신발은 보라색 끈을 묶은 검은색 아식스 러닝화였다. 무대에 오를 땐 패딩과 트레이닝복을 벗고,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이튿날에도 같은 복장에 티셔츠만 붉은색으로 갈아입었다. 구글이 개최한 제품 공개행사 무대에도 맨발에 빨간색 '크록스' 샌들만 신고 올라올 정도였다. 그는 이틀 내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서울 강남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주말 강남의 분위기를 만끽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린은 호텔 복도에서 만난 국내외 기자들의 질문에 격의 없이 서서 10여분간 대화를 나눌 만큼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대학원생 때 바둑에 빠지는 바람에 구글 창업을 못하는 게 아니냐고 래리 페이지(공동 창업자)에게 핀잔을 들었을 만큼 바둑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세돌 9단과 인사할 때는 양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는 겸손한 '동양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당초 브린은 4국을 보지 않고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13일 저녁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승리하자 출국 일정을 미루고 대국장으로 돌아와 이 9단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기자회견장에도 깜짝 등장해 "흥미진진한 대국을 치러 기쁘다"면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마지막 대국을 볼 테니 여러분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

 

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