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실리콘밸리 혁신의 마중물, ‘다양성’

이 글은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4기 우승자 곽효원(khw33033@gmail.com) 님이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한겨레21>에도 게재됐습니다.

flickr.cc by.Patrick Nouhailler

‘엔지니어의 도시.’

실리콘밸리를 떠올리면 각종 최신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의 도시가 떠오른다. 역설적으로 첨단기술의 도시 실리콘밸리를 받치고 있는 가치관은 ‘다양성’이다. 고용에서부터 업무 환경, 회사 목표까지 다양성은 실리콘밸리의 판단 기준이다. 앞서가는 기술만큼 기업 문화 전반에 구성원을 위한 존중과 이해가 있었다.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2017 우승자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3월12-16일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을 탐방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와 인권 논의가 활발한 지금, 사람을 중심에 두는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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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블로터>와 <한겨레21>이 구글코리아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시대 미래 언론인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시태그 운동과 고용 다양성 보고서

실리콘밸리에서 다양성 문화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트위터는 도시 커뮤니티를 되살리기 위해 IT기업이 모여 있는 팔로알토 지역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마켓스트리트에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트위터가 도시 커뮤니티에 채우고 싶어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는 트위터 사옥 내 조형물이 답하고 있다.

트위터 각 층의 벽면에는 기억해야 할 해시태그(#) 운동이 조형물로 기록돼있다. 대표적으로 성 소수자 단합의 상징이자 동성혼 지지를 의미하는 ‘사랑은 사랑이다(#LOVEISLOVE)’운동 조형물이 있다. ‘사랑은 사랑이다(#LOVEISLOVE)’라는 문구를 수많은 실로 연결해 표현했다. 또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인권운동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ACKLIVESMATTER)’는 시간대별로 상징적인 트윗을 사진으로 담아뒀다. 하나의 공동체로서 성 소수자 커뮤니티와 흑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기억하고 포용하는 모습이다.

구글과 애플, 트위터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고용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고용 다양성 보고서란 기술직과 대표직 고용에서 여성과 인종 소수자에 대한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 내 백인 남성 중심문화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고용 현황은 평등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구글의 경우 기술직에서 여성 비율은 20%에 불과하며 애플 역시 흑인 고용이 11%다. 고용 다양성 보고서 공개는 각 기업이 추구하는 변화와 가치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구글과 애플의 다양성 보고서 현황은 해당 링크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혐오표현과 건강한 담론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 내부 모습

실리콘밸리 구성원 사이에서 다양성은 핵심 주제다. 성별, 성 소수자, 인종 등 소수자가 이야기돼야 더 나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개인의 업무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 덕분이다. IT기업을 중심으로 이용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봐도 다양성은 중요한 문제다. 블라인드에서는 실리콘밸리 내 남성문화(Bro Culture)를 해소하기 위한 #우먼인테크 (Woman in tech)가 화두다. 익명을 통해 어떤 기업이 여성이 근무하기 좋으며,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인 트위터는 다양성을 기업 가치로 두고 있다. 딕슨 서우 트위터 APAC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공론의 장은 유용한 담론보다 건강한 담론이 중요하다”라며 “건강한 담론을 위해 이용자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의 강점을 누구나 평등한 위치에서 자유로운 대화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오표현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성별·인종·종교 등에 대한 혐오표현은 신고를 기반으로 삭제되거나 해당 국가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혐오표현을 한 계정은 인증마크가 없어질 수 있다. 예시로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와 관련된 이미지가 혐오표현으로 신고돼 삭제된 적이 있다. 트위터에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것 역시 건강한 담론을 위해서다. 딕슨 서우 트위터 APAC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트위터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돼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누군가 당신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담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은 다양성에서 온다

프레데릭 페르트 구글 혁신 및 창의성 프로그램 총괄

다양성은 단순히 추구해야 할 교과서적인 가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의 기초다. 구글 혁신 및 창의성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프레데릭 페르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존재할 때 모든 사람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전 세계 사람의 목소리를 포용해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 페르트는 “2년 전 동영상 앱을 개시한 후에 동영상이 거꾸로 업로드되는 문제를 발견했다”라며 “오른손으로 촬영하고 업로드하면 제대로 되지만 왼손으로 촬영하면 거꾸로 업로드됐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모두 오른손잡이여서 생겨난 문제”라고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를 말했다. 특정한 다수가 모여 만든 제품은 소외되는 사람을 만들 수밖에 없다.

좋은 아이디어는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퍼져있다는 게 구글의 생각이다. 따라서 성별, 인종, 학력,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여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혁신적인 문화가 생겨나고 미래지향적인 기술이 등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의 근거가 되는 요소가 구글에서는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마이크 슈스터 구글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구글 번역에서 AI를 담당하는 마이크 슈스터는 “세상에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게 구글 번역의 미션”이라며 “누구나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정보를 접근 가능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다양성을 포함해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이용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해 소통하는 것이 구글 혁신의 기반인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다양성을 말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공동체가 개인의 삶도 바꾼다는 인식이 실리콘밸리 전반에 있었다. 단순히 추구할 가치를 넘어 일상에서, 혁신을 위해, 다양성은 더 많은 차원에서 고려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가 성장하는 이유다.

하비 밀크와 카스트로

카스트로 스트리트

실리콘밸리 안의 기업에서만 다양성이 존중되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성 소수자의 수도라고 불린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마켓스트리트의 상점 곳곳에는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다. 성 소수자를 당연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켓스트리트를 따라 몇 번의 언덕을 넘으면 성 소수자의 거리, 카스트로 스트리트가 나타난다. 샌프란시스코가 유독 ‘퀴어프렌들리’한 것은 하비 밀크의 영향이다. 하비 밀크는 미국 최초의 성 소수자 공직자였으며 카스트로 스트리트를 기반으로 활동했다.

하비 밀크

하비 밀크는 11개월 동안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동성애자 권리 조례를 제정했고 성 소수자가 사회에 나올 것을 강조했다. 성 소수자의 상징물(지금의 무지개 깃발)을 만드는 것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도 카스트로 스트리트 곳곳에는 하비 밀크의 흔적이 남아있다. 카스트로 스트리트 도입부에는 21m 크기의 대형 무지개 깃발과 하비 밀크를 기념하는 ‘하비 밀크 플라자’가 있다. 카스트로 스트리트 중심에 위치한 미국 최초의 GLBT 역사 박물관에서는 하비 밀크의 유품과 육성 녹음을 전시하고 있다. 하비 밀크가 시의원으로 활동하기 전 운영했던 카메라 상점은 인권 캠페인(Humans Right Campaign)기념관 및 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권 캠페인 기념관 및 상점에서는 생전 하비 밀크의 사진과 샌프란시스코 성 소수자 운동을 연대별로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퀴어 프라이드 축제가 매년 6월 개최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성 소수자를 비롯해 다양성을 포용하는 인권과 자유의 도시다.

글 | 곽효원·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2017 우승자(khw330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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