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PC 성능 표기, 기준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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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구입한다면 사양부터 확인하게 된다. 물론 요즘에는 PC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예전처럼 성능에 덜 민감하다. 하지만 스펙(Spec), 사양은 PC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큰 구입 포인트인 건 분명하다.

이렇다 보니 예전에는 제조사마다 PC 사양을 표기할 때 자사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서로 다른 기준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노트북을 예로 들면 국내나 미국 같은 제조사 제품이라면 보통 모바일마크 2007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JEITA 측정 기준을 따른다. 똑같이 7시간이라고 표기해도 일본과 한국 제품의 실제 배터리 연속 사용시간은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양만 보고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데스크톱 PC도 예외는 아니다. PC 성능을 측정할 때에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사용해 성능을 수치화해서 표기한다. 그런데 일괄적인 비교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탓에 성능 비교가 어려운 것.

이런 문제는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정부기관 같은 곳에서도 필요한 PC를 확보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종합전자 조달 체계를 위해 나라장터, KONEPS(Korea ON-line E-Procurement System)를 운영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공기관이 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곳이다.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에 대한 입찰공고를 올리면 납품하려는 업체가 해당 물품을 올려 입찰하는 것이다.

이곳에 올라와 판매 중인 제품은 공공기관이 선택하기 위한 공통 기준에 따라 측정 결과를 올리지 않는다. 제조사마다 제각각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올려놓는 것이다. 당연히 공공기관 입장에선 같은 상황에서 성능을 비교할 수 없고 결국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가 공공기관 같은 기업 혹은 정부 소비자 모두에게 PC 성능 비교에 대한 공정한 비교 방식이나 표준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PC마크8. 간단한 테스트에는 좋다. 다만 액셀러레이티드 모드가 아니면 오픈CL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실제 SW가 아닌 오픈소스로 가상 실행한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PC마크8. 간단한 테스트에는 좋다. 다만 액셀러레이티드 모드가 아니면 오픈CL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실제 SW가 아닌 오픈소스로 가상 실행한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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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마크2014의 가장 큰 장점은 MS 오피스와 어도비 등 실제 오피스 환경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PC마크8 vs 시스마크2014 뭐가 달라?=그렇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앞서 예를 든 노트북 배터리의 경우 요즘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배터리마크 2007에서 2014 버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최근 소비자의 PC 이용 행태나 사용 소프트웨어를 반영해 최대한 실제와 가까운 비교를 하기 위한 것이다.

PC에서 마찬가지로 사용 중인 대표적인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는 PC마크8(PCMark 8)과 시스마크2014(Sysmark 2014)가 있다. 이들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PC 성능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인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똑같은 i5-4590에서 벤치마크를 진행해봤다.

결과는 보면 먼저 PC마크8. 홈컨벤셔널(Home conventional)은 2,883점, 홈 엑셀러레이티드(Home accelerated) 2,878점, 워크 컨벤셔널(Work conventional) 3,253점, 워크 액셀러레이티드(Work accelerated)는 3,982점이다. 반면 시스마크 2014는 오피스 프로덕티비티(Office Productivity) 1,165점, 미디어 크리에이션(Media Creation) 1,377점, 데이터/파이낸셜 애널리시스(Data/Finacial Analysis) 1,681점, 전체 점수는 1,392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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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놓고 보면 뭔지 잘 알 수가 없다. 같은 시스템이라도 PC마크8이나 시스마크 2014 점수 중 하나를 택해 올리면 뭐가 더 좋은지 혹은 나쁜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PC마크8을 보면 홈 컨벤셔널이나 워크 컨벤셔널은 각각 일반적인 홈 컴퓨팅, 간단한 업무 생산성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진행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이들 테스트에서 항목으로 진행하는 건 오피스를 예로 들면 실제 오피스가 아니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가상 테스트인 것. 또 같은 홈과 워크 테스트라도 엑셀러레이티드만 오픈CL이 포함된 것이며 가장 많이 진행하는 컨벤셔널 테스트에는 오픈CL이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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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마크2014는 설치 용량만 10GB가 필요해 조금 의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오피스 프로덕티비티에는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 MS 오피스가, 미디어 크리에이션에는 디지털 사진과 영상 편집 부분 테스트를 위해 포토샵과 프리미어 등 실제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

또 데이터/파이낸셜 애널리시스에는 엑셀이나 윈집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 분석 관련 테스트를 진행한다. 쉽게 말하자면 시스마크 2014는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나리오를 구성, 벤치마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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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을 위한 간단한 테스트에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PC마크8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주로 업무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공공기관 같은 곳이나 기업이 성능 평가 기준을 찾는다면 시스마크 2014 쪽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시스마크 2014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코드를 이용해 직접 성능을 측정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를 위한 최적화가 될 수 없다는 점, 덕분에 공정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시스마크 2014에 들어간 실제 테스트 항목을 보면 오피스 생산성 부분에선 어도비 애크로뱃Ⅳ 프로, 구글 크롬, 엑셀 2013과 원노트 2013, 아웃룩 2013, 파워포인트 2013, 워드 2013, 윈집 프로 17.5를 이용한다. 미디어 크리에이션 항목에선 어도비 포토샵 CS6, 프리미어 프로 CS6, 프리미어 프로 CS4, 트림블 스케치업 프로 2013을, 데이터/파이낸셜 애널리시스에선 엑셀 2013과 윈집 프로 17.5를 이용한다. 실제 업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기준은 결국 합리적 선택 막는다=해외에서도 정부 입찰 등에는 공통 측정 기준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시스마크 2014의 경우에는 아르헨티나나 아르메니아, 호주 등 50개 정부 입찰에 사용되고 있다. 시스마크 2014를 개발한 BAPCo에는 삼성전자와 HP, 델,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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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통 측정 기준을 조달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이유는 독일연방정보기술미디어협회 BITKOM이 밝힌 조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불균형한 측정을 하지 않기 위해 개별 요소 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 성능 측정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일반 사무실 환경에 맞는 환경으로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는 점, 셋째 관련 제조사나 플랫폼을 표기하고 개발 과정도 독립적이면서 투명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은 균형 잡힌 공정한 성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폴란드 조달청을 보면 PC와 노트북 성능 측정에는 시스마크 2007, 배터리 수명 테스트에는 모바일마크2014 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국가 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같은 곳에 등록되어 있는 상품을 보면 이런 기준이 제각각이다. 객관적으로 성능을 동등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무기준은 합리적 선택을 막는 장애물이다.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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