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김태진의 Newtro]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

[지디넷코리아]

지난해 초부터 예고도 없이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많은 산업 분야가 영향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교육 현장이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워지자 교육당국은 유례가 없던 재택수업을 전면 실시하면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온라인클래스를 통한 화상수업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EBS가 제공하는 온라인클래스로 수업을 대체하면서 가정에서는 PC와 노트북, 태블릿PC 등의 판매량이 증가했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원활한 수업을 위해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이용하던 초고속인터넷도 속도를 기가급으로 올리고 와이파이 성능을 개선하는 등 인터넷 이용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투자를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EBS의 사정은 더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같이 엄청난 교육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보내야 해 ISP에 급하게 요청해 인터넷 전용회선과 네트워크 용량, IDC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수백억 원을 들여 몰려드는 트래픽에 대비했다.

이렇듯 EBS와 같이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하기 위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매년 초마다 전국이 홍역을 치르는 행사가 있다. 바로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은 국세청 사이트를 통해 진행된다.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내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연말정산 대상인데다 한정된 기간에 접속자가 몰리다보니 매년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한다.

국세청도 트래픽이 집중돼 국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금을 들여 망 이용대가로 지불하고 네트워크 자원을 확보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인터넷을 할인 받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언정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 저소득층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요금 감면을 받고 있지만 합당한 수준의 요금을 지불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 기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적은 자본과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기본적인 인터넷 요금제를 이용하다 사업이 활성화되고 규모가 점점 커지면 ISP의 B2B 상품을 거쳐 인터넷 전용회선, 더 나아가 IDC에 대규모 서버를 갖추고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어간다.

이렇듯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인터넷을 이용한다. 하지만 지금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막대한 협상력과 지배력으로 이러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해 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이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어떻게 될까. 학부모, EBS, 국세청, 스타트업 등 대한민국의 정부와 다양한 국민, 기업들이 넷플릭스 같은 거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면제받은 망 이용대가를 대신 내주는 역차별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인터넷은 ISP의 네트워크 플랫폼을 매개로 콘텐츠 사업자와 일반 이용자가 상호작용을 하며 동반성장 해왔다. 그동안 콘텐츠 사업자들이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고 인터넷을 이용한 덕분에 지금 일반 사용자들이 해외 대비 저렴한 요금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인터넷 생태계가 없었다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콘텐츠 기업들도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는데 콘텐츠 사업자한테 요금을 내라는 건 이중과금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어려운 얘기지만 인터넷 요금(기업은 망 이용대가)은 개인과 기업이 균형을 맞춰 대가를 지불토록 한 양면시장이다.

기업이 망 이용대가로 많은 돈을 내면 개인은 적게 내고, 반대로 개인이 많은 돈을 지불하면 기업은 적은 돈을 낸다. 인터넷 시장질서의 근본이 되는 접속료 개념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훨씬 더 느리고 품질이 좋지 않았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초기, 현재보다 요금을 많이 냈던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즉, 최근 3년 동안 30배가 늘어난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나 다른 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접속과 전송을 교묘히 구분해 일본에만 대가를 지불하는 넷플릭스의 주장과는 다르다. 우리나라만 인터넷이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지불하는 인터넷 요금은 네트워크 투자의 기반이 돼 지금의 인터넷 강국을 만들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대한민국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는 상식적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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