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100조 규모' 스토리 전쟁,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지디넷코리아]

실리콘밸리와 판교가 스토리를 판매하고 있다. '전통 강자' 할리우드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그 결과 우리에게 익숙했던 스토리 비즈니스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언뜻 들으면 잘 와닿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21세기 스토리 전쟁의 핵심을 잘 포착한 말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핵심 기업인 구글, 아마존, 애플이 할리우드를 위협하고 있다. 전통 강자인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압도하면서 스토리테크 전쟁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쿠팡, 네이버 등 한국 기술 기업들 역시 스토리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류현정의 ‘스토리테크 전쟁’은 이런 관점으로 21세기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을 파고 든다. 저자는 복잡한 현대 스토리 비즈니스 지형을 이해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로 할리우드 모델, 실리콘밸리 모델, K모델을 제시한다.

스토리테크 전쟁

이런 3가지 분석틀은 스토리테크 전쟁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술과 데이터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의 대공세와 전통 강자 할리우드 모델의 대응 전략이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최근 두드러지게 성장한 K모델도 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 스토리테크 전쟁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공세로 전통 강자인 할리우드 모델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콘텐츠는 천하 제일'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던 할리우드 모델은 왜 신흥 강자의 공세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실리콘밸리가 그 동안 익숙했던 스토리 전쟁의 문법을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토리테크 전쟁'의 중요한 키워드가 담겨 있다.

“실리콘밸리 모델의 위협은 차원이 다르다. 해외에서 드라마를 대규모로 제작해 오거나(넷플릭스), 프로페셔널 제작 인력이 아닌 아마추어를 대거 동원해 맞춤형으로 동영상을 제공하는(유튜브와 틱톡 등) 방법으로 할리우드 모델의 제작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87쪽)

잘 아는대로 실리콘밸리 모델을 형성하는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당장의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어텐션’ 즉 시간 장악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핵심 사업을 성장시키는 ‘플라이휠’이다. 콘텐츠로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할리우드 입장에선 경쟁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애플이나 아마존, 쿠팡은 스토리 제작에 투자하고도 바로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자본의 상식에 어긋나는 희한한 계산법으로 움직여 할리우드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87쪽)고 진단한다.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경쟁 문법을 갖고 있는 K모델의 강점은 웹툰, 웹소설 같은 풍부한 원천 스토리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에 누적된 10억 개 이상의 콘텐츠는 K모델의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다.

이런 요소만으로는 스토리테크 신흥 강자들의 부상을 온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 비어 있는 부분을 기술 발전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즉, 디지털,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토리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클라우드 기술에 주목한 부분이다. 저자는 “클라우드의 발전은 스토리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음악과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할리우드와 K모델의 핵심인 넷플릭스, 유튜브, 멜론, 스포티파이 같은 서비스는 제대로 꽃을 피우기 힘들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책의 제목이 ‘스토리 전쟁’이 아니라 ‘스토리테크 전쟁’인 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 심장하다. ‘스토리’만 바라봐선 21세기 콘텐츠 비즈니스 경쟁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20년간 IT 산업 최전방에서 혁신과 변화를 취재해 온 저자의 경험과 지식은 이 책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현장을 직접 취재한 경험은 실리콘밸리 모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톺아내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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