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플랫폼 상생안, 국토부의 ‘택시’ 활용법

국토교통부가 택시산업과 모빌리티업계 간 교통정리에 나선다. 택시를 감차한 만큼 신규 사업면허를 새로 발급해,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여객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택시운송가맹사업, 택시 호출 중개 등 규제를 완화해줌으로써 택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11일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모빌리티업계는 상생안에 ‘일단’ 찬성하는 분위기다.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판을 주무부처가 직접 나서서 깔아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택시를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은 국토부의 복안을 반기는 눈치다.

하지만 택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인 ‘타다(운영사 VCNC)’가 상생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타다와 논의를 계속해 합의점을 찾고, 제도권 안으로 타다를 흡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택시’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상생안은 3개 유형으로 나뉜다. 모빌리티업체는 ▲(유형1)플랫폼사업면허를 취득해 기여금을 납부하고 여객운송을 하거나 ▲(유형2)택시운송가맹사업 또는 ▲(유형3)택시 호출 중개 등을 통해 택시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여객운송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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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는 첫 번째 유형이다. 국토부는 전국 택시면허 총량(25만대) 안에서 여객운송 사업을 관리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매년 1천대씩 택시를 감차하고, 감차 대수 만큼 새로운 사업면허를 발급할 예정이다. 면허 관리는 제3기관이 담당하며 모빌리티업체는 사업면허를 취득하고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국토부는 업체가 일정량 이상의 사업면허를 필요로 할 경우 택시면허 매입비용을 ‘일시불’로 지급하게끔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택시면허는 감차로 소멸하게 된다. 모빌리티 사업자는 새로운 사업면허 아래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며, 부제 운행 등 기존 택시를 옭아매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몇 가지 조건은 있다. 일례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운전자는 ‘택시운전자격시험’을 보고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차를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빌리티 업체들에게 ‘사용료’ 개념으로 비용을 받기로 했다”라며 “초과수요에 대해서는 개인택시 면허가 매년 5900개 정도 팔리고 있는데 권리금이 7천만원 선이다. 이를 일시불로 주면 면허 총량 안에서 증차를 지원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유형은 택시운송가맹사업이다. 택시운송가맹사업은 운송가맹사업자가 운송가맹점으로 가입한 법인 및 개인택시를 통해 택시운송과 여객 특성에 따른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계로, 일종의 ‘택시 프랜차이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바로배차 택시 ‘웨이고 블루’를 선보이고 있는 타고솔루션즈가 대표적인 택시운송사맹가업자다. ‘마카롱 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도 유휴택시면허 매입 또는 임대, 가맹회원 ‘마카롱파트너스’ 모집 등의 방식으로 운행차량을 확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택시운송가맹사업의 자격 요건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택시운송가맹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 번째 유형은 ‘카카오T 택시’, ‘티맵택시’ 등과 같은 택시 호출 중개다. 신생업체인 코나투스가 준비하고 있는 ‘반반택시’도 여기에 속한다. 반반택시는 동승을 원하는 승객을 연결해, 택시를 호출해주는 서비스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형1은 플랫폼 기업이 ‘플레이어’다. 본인들이 차량을 마련하고 기사를 고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고, 유형2와 3은 택시사업자가 주체가 되면서 앱이 ‘파트너’로 들어가게 되는 개념”이라며 “원하면 여러 유형을 선택해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생안은 상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는 거고요, 틀 안에서 다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겁니다. 유형1에 대해서도 요금이나 외관 자율화, 앱미터기 설치 같은 것을 논의해야 합니다. 기여금도 예시로 든 수준이라 앞으로 구체화해야죠. 그리고 기업들도 정부에 원하는 게 있겠죠”라고 덧붙였다.

틀 안의 혁신, 타다에겐 날벼락

일각에서는 ‘플랫폼사업면허’가 신설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 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TNC는 앱으로 승객과 개인차량 운전자를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우버·리프트 등 기업을 지칭한다. 미국은 주법에 TNC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이들의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TNC는 기존 여객운송 시장의 진입장벽을 우버 등에 해소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국토부가 마련한 상생안은 ‘택시면허’ 틀 안에서 여객운송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것으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TNC라는 말이 잘못 쓰이고 있다. TNC의 대전제는 우버 같은 개인차량을 사용해 여객운송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상생안은) 상생에 갇혀버린 꼴이다. 모빌리티가 아니라 스타트업 전체의 규제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사례인데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상생안의 핵심 사업자인 VCNC는 국토부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 2월 택시 관계자들은 쏘카 이재웅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렌터카로 불법택시 영업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VCNC는 타다 베이직은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대응해왔다. VCNC가 상생안에 참여할 경우, 기존 운영하던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기여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VCNC가 국토부의 상생안에 응할 이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다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존속이 어렵다. 합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타다는) 무한 증차가 가능해지고 여기에 경쟁업체까지 난립할 텐데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타다의) 상생안 거부는 인정할 수 없다. 다른 기업은 기여금을 내며 참여하는데 특정 기업만 진입비용 없이 사업하면 불공평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타다를 풀어주면 택시를 자유업으로 풀어야 한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다를 사실상 택시로 보고 있다”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택시든 아니든 편하면 상관이 없으나 (정부 입장에서는) 공정성에 위배돼 인정해주기 어렵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국토부는 타다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타다를 택시 제도권 안에 흡수해 갈등을 줄여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또 “타다가 (상생안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일부 있지만 합의점을 지속적으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가 국토부 상생안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타다가 영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도 (타다의) 상생안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표 던진 스타트업, 국토부에게 남은 숙제

타다는 외로운 싸움 중이다. 타다를 제외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상생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몇 차례 만나 논의하면서 회원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더 논의해야 하나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면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 다수의 의견으로 큰 틀에서 환영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빌리티업계는 상생안의 ‘디테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객운송 시장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만 뛰어들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차량호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월 40만원 분담금은 우버가 TNC로 내는 비용보다 높은 것으로 안다. 힘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서야 국토부가 내놓는 안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상생안이 나오면 세부적인 규칙이 관건이 될 거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규제 완화 범위부터 사용료를 지불할 역량이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되는지, 유형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지, 사용자성과 노동자성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 논의할 내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별로 사업면허 100개, 1천개를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형평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같은 대목을 지적했다. “상생안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룰이 중요하다”라며 “자본을 갖춘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이 면허를 왕창 사들이려고 할 수 있지 않나. 국토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하겠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목숨 걸고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안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종합대책이 발표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국토부가 잡은 감차 대수(1천대) 등을 볼 때 수요, 예측 등 정책 타당성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며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 ‘후려치기’한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또 “전문가 간담회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공청회나 시민 의견을 듣지 않고 무조건 (상생안을) 진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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