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위기의 K-OTT...법적 지위 얻었지만 '생존' 고민

[지디넷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끝나며 올 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은 유례 없는 격변을 겪었다. 핵심은 '생존'이다. 국내 OTT 기업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선보였다. 다른 OTT와 합병하거나, 해외 OTT와 손을 잡는 식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국회에서는 올해 OTT에 대한 법적인 지위를 마련했다. 이에 그동안 OTT 업계에서 주장했던 자체등급제 도입과 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도 가능해졌다. 다만 콘텐츠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높아지는 콘텐츠 제작비로 인한 적자폭 증가는 OTT 업계의 숙제로 남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진행 중인 음악저작권 관련 소송도 내년에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는 내년에는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국내 OTT 지형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CJ ENM의 OTT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협력을 강화했으며, KT 시즌과 합병을 마쳤다. 웨이브는 HBO와 재계약을 통해 HBO맥스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왓챠는 투자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LG유플러스와 매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티빙은 지난 1일 시즌과 1대 1.5737519 비율로 합병했다. 시즌의 모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티빙의 3대 주주에 올랐다. 업계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CJ ENM이 KT와 다양한 제휴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CJ ENM는 KT의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가입자를 잠재적인 시청자로 끌어모을 수 있고, KT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웨이브는 HBO와의 협력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다. 웨이브는 최근 내부에서 HBO는 물론 HBO의 OTT인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계약으로 웨이브는 '왕좌의 게임'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 인기작을 대거 독점으로 유치했다.

최근 웨이브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웨이브가 SK스퀘어가 지분투자한 웨이브 아메리카와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웨이브 아메리카는 북미 등에서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는 OTT 코코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웨이브 관계자는 "아직 가시화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왓챠는 최근 LG유플러스와 매각을 논의 중이다. LG유플러스가 왓챠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지난 7월 왓챠는 1천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준비하던 중 시중 금리가 급등하며 투자 유치에 제동이 걸렸다.

손익분기점(BEP)을 맞춰달라는 투자사들의 요청으로 왓챠는 추진하던 신사업을 중단했으며,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기업들과 인수·합병을 논의해왔다.

올해 OTT는 법적인 제도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다. 그동안 업계는 콘텐츠 제작비와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 자체등급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외쳤으나 법적인 정의가 없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국회는 지난 5월 OTT를 전자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세법개정안에 OTT 콘텐츠 제작비도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업계는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작비에 대한 세제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출연진, 작가, 제작진과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한다. OTT의 경우 외주제작사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도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OTT 자체등급제 도입을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체부는 지난달 시행령 초안을 선보였으며, 이를 토대로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그동안 OTT 업계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사전틍급분류절차를 거쳐야 했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자체등급제 도입은 업계의 숙원처럼 여겨졌다.

자체등급제 사업자 지위는 지정제로 3년간 시행하게 됐다. 이후 제도 안정화와 부작용 등을 평가해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추가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자체등급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문체부가 지난달 공개한 시행령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지정과 재지정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OTT 사업자는 청소년 및 이용자 보호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적자폭 개선은 과제로 남았다. 콘텐츠 제작비는 매년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OTT 업계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 왓챠는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고 있어, 업계는 앞으로의 적자폭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OTT가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소송도 내년에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티빙, 웨이브, 왓챠가 참여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는 문체부와 음악저작물 사용료 요율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20년 문체부는 음악저작물 사용료 요율을 2021년 1.5%로 설정하고 2026년까지 1.9995%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음악저작권협회의 개정안을 수정 승인했다. OTT음대협은 이 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체부가 OTT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차별적인 요율을 부과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케이블TV와 IPTV는 각각 0.5%, 1.2%, 방송물은 0.625%의 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했던 KT·LG유플러스가가 1심에서 패소하며, OTT음대협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OTT음대협은 만약 패소할 경우 항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법적 공방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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