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팀 쿡의 재도전…'4인치 아이폰5SE' 성공할까?

[미디어잇 최재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이후 두 번째 '4인치 보급형 아이폰' 카드를 꺼내 든다. 애플은 지난 2013년 9월 '아이폰5C'를 통해 보급형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만 집중해왔다. 때문에 애플이 2년 6개월 만에 '4인치 보급형 아이폰'을 내놓기로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폰5SE,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애플의 신형 4인치 모델 '아이폰5SE' 공개가 임박하면서 제품 사양, 디자인, 가격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품명에 붙은 'SE'는 특별판(Special Edition)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애플인사이더 등 외신은 IT기기 리뷰 사이트 언더케이지(underkg)를 인용, 애플이 오는 3월 22일 미디어 이벤트에서 '아이폰5SE'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알려진 신제품 발표일은 3월 15일이었는데, 이보다 1주일이 늦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아이폰5SE' 사양을 살펴보면, 4인치 디스플레이, A9 칩셋, M9 모션 보조 프로세서, 1200만 화소 후면카메라, 500만 화소 전면카메라, 1642mAh 배터리 탑재가 예상된다. 또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반의 애플페이 기능을 지원하고, 내장메모리 용량은 16GB와 64GB로 구분될 전망이다.

제품 색상은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핫핑크 등 3종이 유력한데, 이중 '핫핑크'는 7세대 아이팟 나노와 6세대 아이팟 터치의 색상처럼 진한 색상이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아이폰6S'에 채용됐던 3D 터치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틴 하젝은 지금까지 공개된 '아이폰5SE' 콘셉트 이미지 종합본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독일 테크 전문지 커브드(Curved.de)가 만든 '아이폰5SE' 콘셉트 이미지는 '아이폰6'와 거의 흡사하며, 유명 트위터리안 에반 블래스(@noleaks)의 콘셉트 이미지는 측면의 전원, 음량 버튼과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현상)가 사라진 점을 빼곤 '아이폰6'와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반면, 애플 기기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이 예상한 모습은 '아이폰5S'를 연상케 한다.

애플전문 분석가 밍치궈 KGI 증권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아이폰5SE' 출고가는 400~500달러(약 50만~62만원)다. 제품 출시는 애플이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 한 오는 3월 25일이 될 것이며, 예약 주문은 미리 받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팀 쿡 CEO는 왜 '4인치 보급형 아이폰' 카드를 꺼내 드나

외신 및 업계의 예상대로 오는 3월 22일 '아이폰5SE'가 발표된다면, '아이폰5C'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4인치 보급형 아이폰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애플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팀 쿡 CEO는 지난 2013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폰5C 판매가 부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제품 흥행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1차례 실패에도 불구하고 팀 쿡 CEO가 다시 한 번 '4인치 보급형' 카드를 꺼내는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7152만대를 기록했다. 분기별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역시 20.4%에서 2.7% 포인트(p) 줄어든 17.7%로, 2위를 차지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점유율 20.7%(8343만대)를 기록하며 작년 애플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했고, 3위를 차지한 중국 화웨이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3%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멈출 줄 몰랐던 애플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결과다.

이에 안슐 굽타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신흥시장에서 중국과 현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채택하면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즉, 애플이 부진한 수익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브라질·인도·필리핀·태국·러시아 등 신흥국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데, 1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아이폰 라인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급형 아이폰' 출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아이폰5SE’가 애플 수익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RBC의 애널리스트인 아미트 데리야나니(Amit Daryanan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5SE'가 올해 10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며, 이로 인해 애플이 총 55억 달러(6조 7400억원)의 판매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의 휴대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4인치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애플 브랜드 충성도까지 더해진다면 '아이폰5SE'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인치 '아이폰5SE', 우리나라에서는 通할까?

'아이폰5SE' 공개 소식이 들려오면서 신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우리나라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폰5SE'의 국내 출시는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아이폰5C'의 경우, 한국이 2차 출시국에 포함되면서 신제품 발표 후 약 45일 뒤에 국내 출시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에도 전파인증, 망 연동 테스트 등 단말기 출시를 위한 단계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차 출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아이폰5SE'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4인치 화면에 대한 적은 수요 ▲50만~60만원대 애매한 가격 등이 이유로 꼽힌다.

애플은 2014년부터 두 번에 걸쳐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내 통신사 약정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7인치 또는 5.5인치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4인치 아이폰 사용자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큰 화면에 적응된 소비자들이 작은 화면으로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대다수는 4.5~5.5인치 크기 제품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4인치 아이폰을 택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아이폰5SE'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제품 가격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이폰5SE' 출고가는 50만~60만원대로 점쳐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인기를 끈 보급형 단말기들은 주로 30만~40만원 대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 보급형 시장에서 50만~60만원 대는 애매한 포지션에 걸쳐 있다"면서 "조금 더 주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택하느냐, 조금 아끼고 30만~40만원대 제품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폰5SE' 가격 책정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판가름 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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