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 '삼성전자'…미래는 평택에

[지디넷코리아]

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1987년 8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맨 오른쪽)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3라인 착공식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를 제치고 가장 먼저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제품을 양산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등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나노시티 평택캠퍼스를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공장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과시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1974년 경기 부천시에서 시작한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사업장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흥과 화성, 평택, 온양·천안으로 규모를 넓혔다. 6만명 넘는 임직원이 세계 최초·최고·최대 기록을 썼다. 삼성전자 성과가 곧 한국 반도체 산업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 세계 석유 파동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부가가치 높은 첨단 기술 산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1974년 12월 6일 삼성전자는 공장을 짓다가 파산에 몰린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미국과 일본보다 27년 늦은 출발이었다.

1974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한국반도체(사진=삼성전자)

자체 기술 없는 반도체 사업은 어려웠다. 자본금을 모두 잠식했다. 1983년 2월 8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3년 안에 실패한다’거나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무슨 반도체냐’는 비웃음이 뒤따랐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삼성전자는 부천사업장을 미국 전력 반도체 회사 페어차일드에 팔고 메모리 반도체 선택과 집중을 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 용인과 화성, 평택에서 메모리 반도체 왕좌에 앉았다. 삼성전자 부천사업장을 이어 받은 페어차일드는 온세미컨덕터로 넘어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3년 12월 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64K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83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을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지로 찍었다. 기흥 지역 공기가 깨끗하고 산업용수가 풍부하며 소음과 진동은 없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운영하기 좋다고 봤다. 1983년 기공식을 열고 1984년 3월 생산 1라인을 깔았다. 1984년 5월 준공식을 개최하고 고집적반도체(VLSI)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인 1983년 12월 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일본과 10년 넘게 벌어진 반도체 기술 격차를 4년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2~3년 걸리는 반도체 공장 건설 공사를 6개월 만에 끝냈다. 64K D램 호황이 끝나기 전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설계와 시공 등 모든 작업을 동시에 추진했다. 1988년에는 세계 최초 복층 구조로 4라인과 5라인을 건설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반도체 사업 초기는 기술 확보 싸움이었다”며 “일본 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 될 만한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왼쪽부터)이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 공사 시작을 알리고 있다.(사진=삼성전자)

1990년 삼성전자는 200㎜(8인치) 웨이퍼에 선행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1993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200㎜ 웨이퍼 전용 5라인을 건설했다. 16M D램을 월 300만개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1992년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서 64M D램을 개발해 D램 세계 1위를 달성했다.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 일본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1994년 256M D램, 1996년 1G D램을 세계 최초로 연달아 개발하면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삼성전자)

2005년에는 시스템고밀도집적회로(LSI) 전용 300㎜(12인치) 웨이퍼 라인(S1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고객사에 90나노 제품을 공급했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구동칩 DDI(Display Driver IC)는 2002년 세계 1위에 올랐다.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2006년, 스마트카드 집적회로(IC)는 2007년 1등이 됐다.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는 298만㎡(약 90만평)에 이른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복합 반도체 단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태동지라 할 수 있는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첫 삽을 떴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를 10만㎡(약 3만3천평) 규모로 건설한다. 2025년 중순 가동 계획이다.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20조원을 투자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네 번째) 등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사진=삼성전자=뉴시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 시장이 불황을 맞았을 때 300㎜ 웨이퍼 선행 투자를 결정했다. 1999년 7월 경기 화성시 반월동에 두 번째 반도체 생산 기지를 짓기 시작했고 2001년 10월 화성 11라인을 가동했다. 화성 11라인에서는 2002년 2월부터 업계에서 처음으로 300㎜ 웨이퍼를 양산했다. 300㎜ 라인은 200㎜ 라인보다 생산량이 2.5배 늘어 제품 원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사진=유혜진 기자)

2000년대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위까지 올라서는 발판이 됐다. 삼성전자 본사는 수원에 있지만 반도체 사업 본진은 화성이 됐다. 얼마 전 기자가 직접 찾아갔을 때에도 각종 연구·생산동 신·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이후 공정 청사진을 발표했다. 2018년 2월 화성캠퍼스에 EUV 전용 라인 건설을 착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30일 화성캠퍼스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파운드리 3나노 제품을 양산했다. 7월 25일에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V1라인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경쟁사인 대만 TSMC는 하반기 3나노를 양산하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16라인 가동식에서 양산된 반도체 제품을 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뉴시스)

삼성전자는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평택캠퍼스를 찾았을 때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소개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3나노 시제품에 서명했다.

2015년 5월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를 합친 넓이인 288만㎡(87만평) 규모로 경기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에 자리잡았다. 2017년 가동을 시작했다.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은 길이 518m, 폭 201m, 높이 83m로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웨이퍼 3나노 시제품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최첨단 제품인 3차원(3D) V낸드를 생산하며 급증하는 플래시메모리 수요에 대응했다. 2018년 7월에는 5세대 V낸드를 양산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6공장까지 짓기로 했다. 올해 말 3공장이 완공된다. 최근 4공장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에 43조6천억원어치 투자했다. 대부분 평택캠퍼스 건설에 쏟아 부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EUV 노광 장비로 14나노 D램과 5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2021년 1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충남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에 있는 삼성전자 온양·천안캠퍼스는 1991년 반도체를 조립하고 검사하는 라인으로 처음 설립됐다. 1990년 착공해 1991년 5월 1라인을 시작으로 1995년 3라인까지 연이어 준공하며 다품종 생산·포장(패키징) 공정에 나섰다. 2002년 3월 D램 한 달 생산량 1억개를 돌파했다. 2005년 4라인까지 가동하며 반도체 제품을 제때 출하하는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

스마트폰부터 컴퓨터, 데이터센터 서버까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온양·천안캠퍼스에서 용도에 맞게 포장돼 해외로 보내진다. 이른 새벽 삼성전자 온양·천안캠퍼스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반도체는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다. 고객에게 빠르게 전하고자 모두 비행기로만 운송된다. 반도체 ‘새벽배송’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온양·천안캠퍼스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검사·포장 과정이 깐깐해져서다. 삼성전자는 로직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하나로 묶는 2.5D 포장 기술 ‘아이큐브’, 칩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는 3D 포장 기술 ‘엑스큐브’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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