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브랜딩에 진심인 디자이너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브랜딩하는 법

어느 순간부터 ‘브랜딩(Branding)’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치·이미지 등 심어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브랜딩은 모든 브랜드가 수행해야 하는 과제다. 이름에 진행형(ing)이 포함됐듯 브랜딩에는 끝이 없고, 언제나 진행 중이다. 브랜딩의 교과서라 불리는 애플·코카콜라·나이키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지난 6월 30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브랜딩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블록체인 스타트업 ‘수호아이오’의 브랜드 선포데이를 진행했다.

디자인.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신주희 기자
& 수호아이오 제공

브랜딩에 진심인 디자이너

주지호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브랜드 디자이너 ‘주지호’입니다. 수호아이오의 브랜딩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지호 브랜드 디자이너

요즘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브랜딩이라는 단어 안에 많은 활동이 내제돼 있어요.

맞아요. 대부분 로고 디자인이나 굿즈 등 브랜드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는 작업을 브랜딩이라 생각해요. 맞는 말이지만, 이는 브랜딩의 일부분이에요. 시각적인 요소는 ‘One of them’으로 디자이너가 다뤄야 할 영역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딩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파악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총체적인 과정이죠. 소비자와 어느 지점에서 만나고, 가장 특별한 브랜드로 인지할 수 있는 차별점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채널과 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어떻게 느끼도록 할지도 고민해야 해요. 즉, 자신을 규정하고 표현해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정체성·철학·가치 등 브랜드 메시지가 명확하고 소비자가 이에 공감할 수 있다면, 진실된 관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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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관계?

좋은 브랜딩은 훌륭한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에만 집중해선 안 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립하지 않고,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면 브랜딩의 본질은 흐려지기 쉬워요. 당장 수치로 보이는 성과는 없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딩을 진행해야 합니다. 일관된 메시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브랜딩을 진행하지 않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견고한 브랜딩을 위해서는 내부 브랜딩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BX팀이지만, 조직 운영팀으로 들어왔어요.

디자이너가 조직 운영팀?

브랜딩의 영역은 넓지만, 저는 좀 더 넓게 바라보려고 해요. 브랜드에 모인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직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했고, 공통된 목표와 가치를 파악했죠. 회사가 바라보는 것조직원이 바라보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BX팀으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내부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이너로서 더욱 수월하고 효과적으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수호아이오의 기존 로고

수호아이오와 리브랜딩

회사와 조직원의 공통된 가치?

‘높은 자율성은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입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율성이 주는 리스크를 먼저 걱정하잖아요? 하지만 수호아이오는 자율성이 지닌 잠재력에 주목했죠. 그리고 자율성을 퍼포먼스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수호자로 채용했어요. 저희는 모두 공통된 가치를 믿고 있습니다.

어떠한 자율성이 있나요?

자율 출퇴근&원격 근무’입니다.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가 다르잖아요? 업무에 지장 없다면 굳이 시간·장소에 구애될 필요가 없죠. 결국 업무 성과로 증명하면 되는 거죠. 이는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 생각해 별다른 규제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가이드라인 없는 법인카드’입니다. 1인당 1개의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세세한 사용 항목이나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물론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모든 팀원에게 투명하게 공유됩니다. 문제가 있을 경우, 사후 검토(Post Mortem)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 번째는 ‘Self-Managing 업무’입니다. 각 스쿼드 내에서 목표를 공유하고 포지션별 역할만 정해요. 모든 수호자는 본인의 포지션과 능력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설계하고 실행합니다. 프로젝트나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죠.



수호와 수호자의 목표가 일치한다면
무엇을 하든 저는 상관없어요

박지수 수호아이오 CEO


많은 기업이 수평적 조직이라 말하는데…
수호아이오는 진심인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선 신뢰’가 있으니까요. 수호자를 믿으니 채용했고, 수호아이오를 믿으니 입사한 거죠. 앞선 믿음과 존경을 바탕으로 수호만의 문화를 일관성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해 다같이 토론하고 노력합니다. 라운지에 있는 소파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매할 때도 합리적인지 수호다운지 농담반 진담반으로 토론했던 때도 있어요.

이렇게 브랜딩에 진심인 회사가 있다니…
수호아이오는 어떤 회사죠?

수호는 웹 3.0 비즈니스를 위한 맞춤형 DeFi 솔루션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입니다. 2018년 설립돼 삼성 SDS·LG CNS·SK C&C 등 여러 기업이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감사를 했으며, 금융보안원 및 TTA와 협업을 진행했죠. 수호는 C2CC라는 고유 기술을 활용해 Bridge Layer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한, 게임과 블록체인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인 위메이드(WeMade)와 함께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 ‘Kleva’를 론칭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요?

계약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프로그램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에러가 있을 경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호는 고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스마트 컨트랙트 안정성을 재고합니다.

※ 블록체인 메인넷이 활성화 되기 위한 필수 요건

Bridge LayerDeFi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통로다. Bridge Layer를 활용해 다른 메인넷에 있는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다.DeFi는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수호는 다양한 기업의 니즈에 맞는 DeFi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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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회사라면 기술 개발과 성장에 집중하는 시기인데, 수호아이오는 이와 더불어 브랜딩도 놓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서로 누구인지 알아가는 단계를 거치잖아요? 수호아이오가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쉽게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죠. 리브랜딩 이전에는 수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브랜드가 말하는 것브랜드가 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시작으로, 가치·비전·미션·에센스·슬로건 등을 정의하고 구현하고 있습니다. 수호아이오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진행될 거예요.

근본적인 단계부터 브랜딩이 진행되고 있네요.
로고 변화도 눈에 띄어요.

기존 로고 심볼(∞)은 수호만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라데이션으로 인해 3가지 이상의 컬러가 있어 일관성 확보가 쉽지 않았어요. 또한 로고 가이드가 존재했지만,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죠. 이를 개선하고자 로고를 리뉴얼했습니다. 수호자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수호가 지향하는 가치를 디자인으로 연결해 차별적인 정체성을 만들고자 했어요. 아직은 수호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기에 더욱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뒀죠.

로고의 크기별 모양, 폰트도 바뀌었죠?

맞아요. 오프라인, PC,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섬세하게 작업했죠. 수호의 가치를 표현면서도 직관적인 디자인을 담아낸 로고를 만들고자 했죠. 이러한 로고 가이드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최적화된 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겁니다. 또한 로고와 함께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브랜드 개성을 대변할 수 있는 폰트 찾았습니다. 활동성이 크고 개성이 강한 수호아이오의 아이덴티티와 부합하는 드룩(Druk) 폰트를 선택했어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개성을 강조해 수호만의 위트를 표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글과 외국어의 비율이 조정된 프리텐다드(Pretendard) 폰트도 같이 활용해 가독성·범용성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색상도 인상깊어요.

수호의 브랜드 컬러는 민트 기반 그라데이션 컬러였죠. 민트가 지닌 특징과 그라데이션의 특성상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실제로 지정해 놓은 컬러가 의도대로 표현되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그래서 ‘민트가 수호를 대변하는 최선의 색상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수호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조화’ ‘안정’ ‘보안’ ‘신뢰’ ‘책임’ ‘사람 중심’입니다. 어떤 색상이 떠오르나요?

파란색이나 초록색 계열이 아닐까요?

블루 계열은 믿음을 주고, 사람 간의 관계는 그린 계열이 잘 어울리죠. 그렇기에 기존 브랜드 컬러인 민트를 유지하면서 개선하기로 했어요. 채도와 명도를 조정하고, 메인 컬러가 아닌 포인트 컬러로 포지션을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로고·폰트·색상 등 브랜드 관련 가이드를 설정했어요. 모든 곳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수호를 각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차별성을 만드는 브랜딩

제가 취재했던 브랜딩 중 가장 범위가 넓어요.

브랜딩은 모든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미션이죠. 상대방에게 브랜드를 전달해야 하고, 오래 기억된다면 좋겠죠? ‘건강한 브랜딩이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많은 브랜드와 기업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이에 집중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브랜딩을 위해서는 설득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다른 분야는 가시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브랜딩은 지출하는 분야라고 오해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호에서는 브랜딩과 관련해 박지수 대표님이 저와 생각이 같았어요. 그래서 설득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됐고, 근본적인 브랜딩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여기서도 ‘선 신뢰’가 이루어졌네요.

건강…한 브랜딩?

‘내부 브랜딩을 통해 수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 건강한 브랜딩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지 않은 채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만을 설정해 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수호가 누구이고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는지 잘 정의하고 이러한 모습을 먼저 전달한다면 상대방 마음에도 더욱 와닿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달하는 모습이 수호가 추구하는 모습과 같다면 성공이겠죠.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거죠. 이를 시작으로 더 나아가 내재화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전파한다면, 공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구성원이 수호의 팬이 된다면, 제가 생각하는 내부 브랜딩의 좋은 출발이라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저도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하나가 수호는 엄브렐라 브랜딩(Umbrella Branding)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주지호 디자이너의 뒷모습

엄브렐라 브랜딩? 우산이요?

우산을 펼치면 꼭지점을 중심으로 우산살이 사방으로 펼쳐지죠. 이처럼 상위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사한 성격의 브랜드를 연결하면서도 차이를 두는 브랜딩 방식입니다. 이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수호를 위해 이 구조를 선택했어요. 수호라는 이름 아래 여러 서비스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좋은 서비스라 할지라도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진행된다면, 모래 지반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서비스라 할지라도 ‘수호다움’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고, 이를 전달할 수 있다면 5년, 10년 등 후에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기존 수호를 알고 있는 고객이라면, 수호의 다른 서비스를 접하더라도 기존의 경험을 떠올릴 겁니다.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딩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좋은 브랜드라는 것은 규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딩이라는 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히 존재해야 하고,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도록 상대방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 브랜딩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디자이너만의 과업이라고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의 모든 구성원은 브랜드 에셋이기도 하기에, 이를 수호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내재화하려 노력 하고 있죠. 앞으로도 ‘수호다움’을 명확히 구축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거예요.

브랜딩에 진심인 주지호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딩은 멋진 로고, 신박한 굿즈 등 브랜드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는 작업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브랜딩은 브랜드라는 결과를 멋지게 포장해 전달하는 작업이다. 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는 과정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좋은 브랜딩을 위해 모두가 답을 찾는 요즘, 브랜딩에 중요성을 아는 브랜드와 브랜드에 진심인 디자이너가 만났다.

그 결과, 주지호 디자이너는 디자인팀이 아닌 조직 운영팀으로 들어갔다. 브랜딩의 시작은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구성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생각을 파악했고, 그들의 나아가 야 할 방향을 찾았다. 그에게 각 잡고 브랜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미지의 영역인 블록체인 기술을 서비스하는 수호아이오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어디서든 우리에게 ‘신뢰’를 전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이것이 수호아이오가 끝까지 수호하고자 하는 그들의 가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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