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이건희 신경영 30주년…"삼성, 새로운 준비와 전략 필요한 시점"

[지디넷코리아]

"고(故) 이건희 회장님의 신경영 선언 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겸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은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삼성 신경영 3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3주기(10월 25일)를 추모하고, '삼성 신경영' 30주년을 분석 및 미래 전략을 조망하는 자리다.

18일(수)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장단과 임직원을 불러모아 '신경영'을 선언하며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고 강도 높게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화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받는다.

환영사에서 김황식 이사장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도전을 시작한 한 기업가가 있었다. 바로 이건희 회장님이다"라고 시작하며 "그는 글로벌 일류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글로벌 초일류기업에 도전하자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이건희 회장은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공급하기에 급급했던 그들에게 '질'을 높이는 것만이 생존을 담보한다고 주장하고, 말로만 그치지 않고 모든 것을 바꾸어 보자며 손수 앞장서 나갔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은 각종 제도와 경영방식에 대대적 혁신을 단행한 결과 극심한 글로벌 환경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013년 신경영 2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앞으로 삼성은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또다시 위기의식에 기반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아울러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통해 기업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익활동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단지 시설을 설립하거나 기부금을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기존의 사회공헌 방식을 탈피해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저소득 계층의 빈곤 탈출을 돕고 동시에 국내 탁아사업의 획기적인 질적 향상을 이끈 삼성어린이집 사업 ▲생명존중 정신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 문화를 정착시킨 의료원 사업 ▲문화와 예술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품격을 제고한 미술관 등 문화 사업 ▲올해 30년을 맞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무상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며 "그리고 그 철학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 삼성 사회공헌활동의 근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신경영 선언 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자유무역기조가 무너지고, 자국우선주의와 블록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AI를 위시한 기술혁신이 숨막히게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산업 지형 역시 요동치며 급변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희 회장님의 경영철학과 신경영의 정신을 재조명하는 오늘의 행사가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삼성을 이끈 9659일, 그 누구도 가지 않은 혁신의 길을 걸으신 이건희 회장님을 추모하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 본 학술대회를 통해 신경영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의 미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토론과 논의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18일(수)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김재구 명지대 교수, 김상근 연세대 교수교수,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 스콧 스턴 MIT 교수,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뒷줄 왼쪽부터) 김보경 연세대 교수, 이승윤 홍익대 교수,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 김태환 카네기멜론대 교수,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 김효선 중앙대 교수, 김광현 고려대 교수(사진=삼성)

한편, 이날 학술대회 1부에서는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이건희 경영학 본질은 무엇인가'로,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 이건희와 KH 유산의 의의'란 주제로 각각 기조연설했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추모 공연을 펼쳤다.

오후에 진행되는 2부는 삼성의 미래와 도전이란 주제로 스콧 스턴 MIT 경영대 교수가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전략',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가 '비즈니스 대전환 시대의 성장 전략'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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