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5살 생활코딩, 비영리단체로 거듭납니다”

생활코딩‘은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웹사이트다. HTML, 자바스크립트, 리눅스, 자바까지 다양한 프로그래밍 강의와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코딩을 이끄는 운영자는 ‘이고잉’으로, 경력이 10년이 넘는 전직 개발자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필명으로만 활동한다. 지난 5년 동안 생활코딩을 운영한 그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오픈튜토리얼스‘가 있다.

오픈튜토리얼스란?

생활코딩에서 제작된 모든 강의는 오픈튜토리얼스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픈튜토리얼스를 단순히 생활코딩의 웹사이트 주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생활코딩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랬다. 생활코딩을 만든 이고잉 운영자는 동영상 강의를 보다 잘 정리하기 위해서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도메인 주소를 오픈튜토리얼스로 정했다. 초창기에는 웹사이트에 이고잉 운영자만 강의를 올렸지만 점점 참여자가 많아졌고, 오픈튜토리얼스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전환됐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밍 관련 글만 올라왔지만 향후에는 요리법, 개발자영어, 육아정보 등 주제도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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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튜토리얼스 홈페이지

오픈튜토리얼스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처럼 누구나 가입하면 글을 올릴 수 있는 편집기다. 동시에 누구나 글을 보고 댓글을 달면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 덕에 현재 오픈튜토리얼스에는 2천여개 수업이 올라와 있고, 작성된 글을 1만2천개가 넘었다. 월 방문자는 45만명, 페이지뷰는 월 130만건 정도다. 오픈튜토리얼스에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퍼블릭라이선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같은 오픈 라이선스를 적용한 콘텐츠만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콘텐츠는 무료로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자유롭게 재생산, 재배포되고 있다.

비영리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는 생태계 꿈꾸다

오픈튜토리얼스는 현재 이고잉 운영자 외에 ‘리체’라는 필명을 가진 운영자가 함께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두 사람은 프리랜서 활동가로 일하면서 오픈튜토리얼스를 유지 보수했다. 사실 그동안 오픈튜토리얼스는 오픈 라이선스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별도의 수익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비영리 활동처럼 운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얼마 전 오픈튜토리얼스라는 이름으로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2가지라고 한다.

먼저 오픈튜토리얼스에 올라온 콘텐츠에 공공재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함께 만든 콘텐츠인 만큼 한 명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콘텐츠를 함부로 사고 팔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더 좋은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고잉 운영자는 “콘텐츠 제작은 다양한 동기로 시작할 수 있다”라며 “그 중 어떤 사람은 공공성이라는 가치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 동참한다”라고 설명했다.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위키피디아가 특정 영리기업의 플랫폼이라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힘들 수도 있다. 오픈튜토리얼스는 비영리 플랫폼이라는 성격을 강화해 생활코딩처럼 비영리 콘텐츠를 지향하는 콘텐츠가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장기적인 목표를 추가했다. 비영리 콘텐츠 생산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분들은 많습니다. 문제는 비영리 콘텐츠의 경우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만들기가 쉽진 않습니다. 특히 재정 문제에 많이 부딪히죠. 오픈튜토리얼스가 단순히 개인들의 활동이 아닌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익을 만들고 콘텐츠 생산자분들께 그 수익을 나눌 수 있을 거라고 보았습니다. 저는 이 세상이 상업적인 콘텐츠 혹은 재미있는 콘텐츠로만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상업적인 콘텐츠도 의미와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콘텐츠 혹은 무거운 지식들에 의해서도 세상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픈튜토리얼스는 진지하고 공공성이 강한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오픈튜토리얼스는 비영리단체 설립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는 끝내고,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짜고 있다. 초기에는 홈페이지 개편 및 단체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 출판, 교육,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고잉 운영자는 “수익모델을 좀 더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큰 틀에선 콘텐츠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을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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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코딩과 소프트웨어 교육

오픈튜토리얼스에 올라온 글 중 약 20%는 이고잉 운영자가 직접 만들었다. 특히 생활코딩에 올라온 프로그래밍 강의가 많다. 이고잉 운영자는 강의를 준비하기까지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는 “내 강의를 봐주시는 분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생활코딩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었다”라며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많이 했으며, 어떤 사정으로 마무리 못하는 강의가 있을 때는 마음에 짐이 크다”라고 말했다. 피드백도 e메일과 댓글로 꾸준히 오고 있다고 한다. 이고잉 운영자는 “장애를 가진 분, 군인 분들이 생활코딩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특히 많은 보람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고잉 운영자는 조만간 노드JS, 신흥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강의 등을 기획해서 제공할 예정이다. 웹의 역사를 살펴보거나 과거 만들었던 강의를 다시 업데이트 하는 과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최근 정부 정책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논란의 가운데 있다. 개발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한 입장에서 그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고잉 운영자는 “더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배웠으면 좋겠다”라며 “단, 강제하거나 필수로 가르쳐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저는 요즘은 기계를 다루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봐요. 마치 과거에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가르쳤고, 지금은 누구나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것처럼요. 프로그래밍은 과거보다 고도화된 활용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일러, 자동차, 출입문이 다 인터넷에 연결되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시대가 요구하는 게 소프트웨어라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대신 그것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하는가, 어떤 과목을 제거하고 SW 교육을 넣느냐,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느냐는 별도로 따져봐야 하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냐는 것도 중요하고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프로그래머 입문자가 가장 처음에 하는 고민이 바로 ‘어떤 언어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이다. 이고잉 운영자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먼저 찾고 이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이고잉 운영자가 생활코딩에 올린 강의를 보면 생활코딩 웹사이트 개발을 위해서 공부했던 내용들이다. 이고잉 운영자는 “프로그래밍 공부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정하고 그에 알맞는 기술을 공부하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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