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콘텐츠+유료화] ‘투명드래곤’의 산실, ‘조아라’

콘텐츠는 여전히 미끼 상품이다.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끌어모은 사람에게 그 콘텐츠를 팔 수는 없다. 유료인 콘텐츠는 불법으로 강제 ‘무료화’ 당하기도 한다. 유료화를 시도하려면 기존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는다.

힘들게 만든 콘텐츠는 어떻게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콘텐츠 유료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는 업체를 만나 콘텐츠 유료화의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네 번째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웹소설 플랫폼 중 하나인 ‘조아라’다. 조아라는 110만명의 회원, 6~7만명 수준의 결제회원을 바탕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콘텐츠 수익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조아라를 만들고 이끌어온 이수희 조아라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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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조아라 대표, 사진 = 조아라

출판업계의 압박에 좌절된 첫 유료화

웹소설이 등장한 건 최근이지만, 그 역사는 따져보면 유구하다. PC통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재하던 팬픽, 판타지 류의 장르물이 그 시초다. 문학 교과서에도 실렸던 ‘드래곤 라자’가 대표적이다.

웹툰 산업이 형성된 이후 웹소설은 웹툰의 뒤를 잇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웹소설은 작가가 웹에 공개하고, 독자는 웹으로 소비하는 소설이다. 웹툰에 비해 몰아서 보는 이용자 유형이 많아 체류시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을 뿐, 대체로 웹툰과 큰 틀에서는 같다. 누구든 연재할 수 있고, 독자의 관심을 받게 되면 수익화의 길도 열린다. 종이책과 웹의 수익 배분이 다른 것도 작가들이 몰리는 이유다. 하지만 처음부터 웹소설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는 보통 광고모델로 자리를 잡잖아요. 근데 이걸로 사업하려고 보니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2004년도부터 방향을 틀어서 소설 자체를 상품화하자고 생각했죠. 사업모델이랑 특허, 편당 결제 이런거 준비해서 2006년에 시작한 게 ‘작가 키우기 프로젝트’예요.”

조아라의 작가 키우기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유료 모델이 들어가 있었다. 작가가 편당 금액을 정할 수 있었고, 유료 작품 중간에 미끼용으로 무료 콘텐츠를 끼울지 말지도 작가가 직접 결정했다. 이수희 대표는 “어지간한 유료 옵션은 다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런칭 이후 처음에는 작가들이 조금씩 등록하는 듯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조아라’라는 플랫폼은 출판시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기존 출판사들이 ‘조아라에 유료로 올리면 출판 안 해준다’ 이렇게 나오니까 올린 작가도 내리고, 조아라에 소설 올리려던 작가도 스톱하고, 그러니까 활성화가 안 됐죠.”

출판사들은 조아라를 일종의 모판처럼 사용하고자 했다. 모판에서 벼가 자라 쌀알을 맺는 일은 없다. 출판사들은 조아라로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종이책으로 출판해 이익을 보고자 했다. 출판업체들은 조아라와 작가가 조아라를 통해서 이익을 볼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조아라에서 출판사와 협력해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보려고도 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기껏해야 출판을 했을 때 수익을 떼주는 조건이 있는 게 전부였다. 당시만 해도 출판사들이 힘도 세고, 돈이 많을 때였다. 굳이 조아라와 온라인 유료 모델을 협의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사업의 확장 가능성은 닫히고,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며 자금줄이 말라갔다. 궁지에 몰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서비스가 지금의 ‘노블레스’다. 기존의 성인란을 개편해서 유료 연재 공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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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노블레스 화면 갈무리

비독점 유료화 정액제 서비스 ‘노블레스’

“기획하고 멋있게 나왔어야 했는데. (웃음) 그때 궁지에 몰렸어요. 직원들도 2명 빼고 다 나갔고. 제가 개발자라서 직접 개발하고, 공지 올리고 했죠. 유료로 바꾼다고 하니까 말이 많았죠. 여태까지 누가 해 본 모델도 아니고, 조아라가 신뢰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고요.”

노블레스는 시간 정액제다. 24시간 동안 노블레스란의 소설을 무제한으로 보는 데 얼마의 돈을 낸다. 처음엔 300원이었다. 꼼꼼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건 아니었다. 100원으로 하면 너무 싼 것 같고, 500원은 동전이 달라진다는 이유였다.

“세상에 그렇게 돈이 벌릴 줄은 몰랐죠. 시작과 동시에 돈이 쭉 올라갔습니다. 독자들이 돈을 낸거죠. 하루에 30~40만원 정도가 들어왔습니다. 대략 1천명쯤 되는 거죠.”

작가들에게 첫 정산이 이뤄진 후 또 ‘난리’가 났다. ‘정말로 조아라에서 돈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이 팽배했는데 입금이 확인된 거다. 수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떠났다가 돌아온 작가들도 생겼다. 노블레스는 몇 번의 업데이트와 가격 조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노블레스는 정액제로 운영된다. 정산은 월별로 내부 정산지수에 따라 이뤄진다. 그 안에서도 많이 본 작품의 작가는 더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정액제의 특성상 1명의 이용자가 여러 소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 비교적 고르게 돌아간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정산 비율은 매출의 35%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다소 낮지만, 조아라는 비독점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다소 적절하진 않다. 조아라 측은 “한 플랫폼에서 좋은 조건으로 독점 연재하는 것보다, 동시 연재해서 플랫폼별로 정산받는 게 작가 입장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물론 다른 플랫폼이 대부분 독점을 선택하면 조아라의 취지는 많이 옅어질 수 있다. 비독점이 별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close했다.

‘프리미엄’은 조금 다르다. 프리미엄은 편당 결제를 바탕으로 하는 유료 콘텐츠다. 프리미엄은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을 보길 원하는 독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아무나 연재할 수 있는 노블레스와 달리, 편 단위로 구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당연히 연재 중단이 있어도 안 되고, 꼬박꼬박 연재가 이뤄져야 한다. 내부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정산료도 높다.

프리미엄은 작가 간 차이가 크다. 잘 되는 작품은 높은 수익을 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거의 매출이 나지 않는다. 보통 무료로 연재하다가 노블레스로 진출하고, 이후 프리미엄까지 뻗어나가는 게 조아라에서 수익을 내는 작가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매출 비율은 노블레스가 75%, 프리미엄이 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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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2015년 지표, 사진 = 조아라

지금의 조아라를 예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회원수는 110만명이고, 유료 결제는 6-7만명 수준이다. 조아라는 2015년 기준 연 매출 125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여기에는 스마트폰의 보급과도 맞물렸다는 시기상 운도 따랐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대형 플레이어의 등장도 웹소설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역할을 했다.

보통 출판을 하면 웹 연재분은 삭제하는 게 관례였으나, 최근에는 웹 연재분을 유지한다. 수익이 그만큼 난다는 의미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짖었다
투명드래곤은 졸라짱쎄서 드래곤중에서 최강이엇다
신이나 마족도 이겼따 다덤벼도 이겼따 투명드래곤은
새상에서 하나였다 어쨌든 걔가 울부짖었다

“으악 제기랄 도망가자”

발록들이 도망갔다 투명드래곤이 짱이었따
그래서 발록들은 도망간 것이다

꼐속

– 투명드래곤 제1화, 뒤치닥

조아라는 ‘투명드래곤’이라는 판타지 소설계의 역작(‘투명드래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무위키 참조.)이 탄생한 플랫폼이다. ‘쓰레기 양성소’라는 비난도 있고, 흔해빠진 형식의 판타지 소설만 범람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조아라는 그만큼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노블레스 연재도 쉬워서 작가들이 쉽게 유료화를 시도할 수 있다. 비독점이라 다른 플랫폼에 연재할 수도 있다. 글쓰기로의 쉬운 접근, 손쉬운 유료화 방안이 지금의 조아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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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아라 페이스북 페이지

물론 조아라가 성공적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안착시켰다고 해서, 모든 창작자가 조아라를 통하기만 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조아라와 작가들의 관계는 여타 콘텐츠 유료화가 가능한 플랫폼과 유사한 수준의 느슨한 계약 관계이지 고용이 아니다. 다만 조아라는 상위 100명에게 최소한 100만원을 지원하는 ‘100-100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업작가 수를 늘리는 환경을 조금씩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2016년에는 지원 대상을 120명으로 확대했다.

“무조건 조아라에서 버는 돈으로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장담 못 합니다. 작가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전업작가 수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겁니다. 그런 사회적인 기반을 갖춰가면 점점 더 체계가 잡히고, 더 좋은 작품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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