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렇게 하더니 망하더라' 유형 꼽아봤더니
[재계 인사이드-173] 최근 매경이코노미에서는 스페셜리포트로 '실패를 넘어 성공한 기업들- 위기를 기회로 삼는 新경영전략'을 내보냈습니다. 실패의 유형, 재기한 기업들의 원동력 등을 찬찬히 들여다봤는데요. 워낙 다양한 기업 사례를 기사화하다 보니 초기 창업기업, 즉 스타트업에 투자를 전문으로 해온 현장 전문가 의견을 미처 지면에 다 다루지 못했답니다.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후속 기사로 투자 전문가들이 꼽은 '스타트업, 이렇게 하더니 망하더라' 유형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경고: 이 글을 읽고 혹시 예비 창업자 중 '엇?! 나네?'라며 상처받아 창업 안 하면 곤란합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1. 서로 잘 안다고 동업도 잘하는 건 아니다
'가족끼리도 동업하지 마라.'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기성세대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동업은 해도 좋답니다. 다만 동업의 방식, 교통 정리를 잘 못하면 팀도 깨지고 사람도 잃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은 "대학 친구들이 모여서 졸업 직후 창업한 회사가 있었다. 안타까운 건 창업 후 팀 내에서의 관계 설정이 잘못돼 팀이 깨졌다. 의외로 그런 케이스가 많았다. 대표이사와 팀원들 간의 사업 방향 설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생각이 달라 결국 함께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접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사업을 할 경우라도 사업 시작 전에는 서로의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해 명확하게 기대치를 맞추는 게 중요하며,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팀원들이 모여 있을 경우 조직 운영, 리더십에 대해 믿을 만한 멘토를 통해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생각도 비슷합니다. 김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지분을 똑같이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보통 친분이 앞서서 그러는데 의도는 나쁘진 않지만 회사는 의사결정 시스템, 책임 소재 등도 중요해 공동 소유 지분은 이상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정회계법인 전무 출신으로 카카오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재무전문가 조민식 이사는 "공동창업 시 초기 배분된 지분에 대한 주주간 계약서 등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문제시된 사례가 많다"며 지금 동업 형태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라면 "창업자의 지분은 같이 일하는 동안의 미래 역할에 대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공동창업자 간 이견이 생겨도 회사의 타격이 덜할 수 있다. 중도 퇴사한 창업자 지분을 나머지 팀원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되돌려줄 수 있을지 미리 짜두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후에 가보면 상당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2. "왜 몰라주지?" 전문가의 함정
세계 최초, ○○분야 최고 기술…
스타트업 사업보고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기술, 사업모델을 개발했는데 왜 회사를 접었을까요. 이들 스타트업 대표들은 폐업 후에도 "시대를 너무 앞섰다" "사람들이 너무 몰라준다" 등등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를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다름과 같이 설명합니다.
"특히 기술 분야의 창업자들은 흔히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아전인수'격 접근이 돼버린다. 실제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내가 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상상 속 문제를 푸는 오류를 범하는 이가 많다. 이를 전문가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자칫 기술 우위에 빠져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문제와 해답 속에서 시장과 거리가 멀어지면 안 된다."
베스트셀러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의 저자 박종윤 경영코치는 '왜 몰라주지?' 유형의 실패 이유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고객의 언어로 얘기하는 법을 간과해서"라고 얘기합니다. 고객의 가려운 곳, 숨은 니즈(욕구)에 주목하기보다 자기만의 언어만 관철시키려 하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죠. 차라리 이럴 시간에 동종 업계 비슷한 상품의 후기, 관련 서비스에서의 불편에 더욱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또 상품 상세페이지를 꾸밀 때도 자기만 아는 단어가 아니라 고객이 이해할 만한 언어,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해결해줘야 상품이 하나라도 더 팔릴 수 있다고 하네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내 아이디어가 진짜일까? 내가 틀릴 가능성이 90%가 넘는데 어떻게 내 아이디어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업은 끊임없는 고객 탐색의 연속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너무 뛰어난데 남이 몰라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3. 모르겠으면 제발 물어봐라
그래도 사업이 난항에 빠지고 모르겠으면 어떻게 할까요? 망하는 스타트업을 보면 대부분 본인이 해결하려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기가 만든 서비스, 제품의 문제를 물론 몰입해서 개선하는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중간 점검을 할 필요도 있지요.
"성공하는 기업의 비결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성공한 창업가를 보면 내성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성실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의 진단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요. 이 대표의 조언은 '성공한 창업가에게 멘토링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입니다.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의 성공 비결은 '되물림(Pay it forward) 문화'입니다. 성공한 기업가가 후배 기업가에게 인맥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다시 그 후배 기업가가 성공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성공한 기업가로부터 양질의 멘토링을 받으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일단 거래액부터 늘려라?
network effect(네트워크 효과).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 1922~1994)이 소개한 개념인데요.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입니다. 즉 사람이 많이 몰리면 거기서 다양한 영향력, 힘이 생긴다고 볼 수 있죠. 플랫폼, e커머스 분야에서 적자 무시, 거래액을 늘렸다가 결국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아마존 사례를 보며 이를 따라하겠다는 국내 스타트업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상당수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기대했던 수익성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망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홍일 센터장은 "커머스의 경우 초기부터 수익모델 설계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열악한 수익모델로 시작하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지는 수익모델을 설계하면 거의 필패였다. 매출이 생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경우 회사 재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고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져서다"라고 진단합니다.
커머스의 경우 초기부터 원가, 비용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답니다.
5. 지나친 낙관주의자는 경계 대상 1호
창업자는 꿈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만 그 꿈이 너무 허황되거나 극단적 낙관주의자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너무 긍정적 전망에 의존하다 사업을 접은 이들이 의외로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많다고 합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매일같이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하기 마련인데, 본인이 희망하는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만을 생각하며 사업을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작은 문제가 터져도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휘청댄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만 생각하다 보니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을 할 때도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고려하지 못해, 실제 필요한 자금에 훨씬 못 미치는 너무 적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 지분 희석만을 너무 염려해 정작 충분치 못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이 필요한 단계에 자본이 부족해 주저앉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다. 그 외에도 초기 단계 펀드레이징 때 회사의 밸류(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서, 단기간 내에 그 밸류에 맞는 KPI(성과목표)를 성취해내지 못해 위기에 처하는 사례도 많았다."
스파크랩 김유진 대표의 설명입니다.
지나친 '자뻑형' 대표도 경계대상이랍니다.
"창업자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간과한 것이 실패의 큰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속담에 있는 '우물 안 개구리'가 비유하기에 딱 맞는 예인 것 같은데요. 투자를 받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자신감을 넘어선 착각(일명 자뻑)에 빠진 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투자 거절 또는 제휴 거절 등 모든 거절에서 자신은 너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상대방이 몰라준다 생각하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 채 자금 부족에 허덕이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답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엔젤 투자해 유명해진 소성현 얼트루 대표의 관전평입니다.
조민식 이사는 "창업자가 높게 평가하는 디자인 등은 부수적인 역량일 때가 더 많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모델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역량인데 이를 본인만 모를 때 답답했다"고 말합니다.
이를 두고 권도균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합니다.
"너무 좋은 기능, 트렌드 기술을 너무 많이 가져다 붙이지 마세요. 부족한 자신감을 감추려는 듯해 급이 떨어져 보여요. 그중에 하나만 '진짜로 작동'하기만 해도 대박인 경우가 많아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짜를 만들려는 거지, 문서를 멋지게 꾸며서 펀딩받으려는 게 아니거든요."
자, 어떤가요.
현업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이 좀 도움이 됐나요?
기자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실패 얘기를 많이 접하게 하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열심히 사업하는 사람 앞에서 기를 꺾으려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 생생한 사례와 조언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면 글을 읽는 당신은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실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 말미는 이한주 대표의 말로 갈음합니다.
"성공의 비결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https://www.mk.co.kr/premium/behind-story/view/2019/07/26227/...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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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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