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CRM 구축법 - #1 뜨내기, 단골, 최고고객 가려서 접근하라

효과적인 CRM 구축법 - #1 뜨내기, 단골, 최고고객 가려서 접근하라

지난 시절 고객 관계에 대한 바바라 분드의 각종 조사 결과들은 기업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모든 고객이 그런 다가섬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객에게 가까이”는 현재의 고객관계관리(CRM) 시대에 모든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주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촉구했던 분위기를 조성했던 사람중 한 명이었음을 고백한다.그러나 지금 나는 이런 고객 친밀도가 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모든 고객과 일대일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그리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이런 친밀성을 통해 고객은 몇 가지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것을 불이익으로 생각하거나 더 나가 위험하다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고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고객은 그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른다.

기업이 고객에게 다가설 때, 왜 고객이 주저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가 고객들이 그런 친밀성을 왜 그처럼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1980년대, 나는 고객을 1회 고객(transaction customers, 거래만 하고 가격이나 특정 제품 기능에 따라 쉽게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는 고객)과 단골 고객(relationship customers, 실제 비용과 위험에 너무나 얽혀 있기 때문에 공급업체를 거의 바꾸지 않는 고객)으로 구별했다. 당시 나는 밀접한 관계가 더 나으며, 이런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에 기반해 일하고 있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전문가들도 내 생각에 동의했었다.

그러나 다양하고 광범위한 업계에서 15년간 일해본 후, 나는 이런 초창기의 시각이 너무나 단순화된 것이었음을 확신하게 됐다. 확실히 공급업체는 단골 고객이란 생각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밀접한 관계에 따라 공급업체를 교체하는 비용이 높게 되면, 고객은 덫에 걸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될 수 있다.(사실 메인프레임 사용자들이 1980년대에 더 많은 표준, 네트워킹, 개방성을 요구한 것은 이들 공급업체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 같은 덫에 걸린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반면 고객들은 1회 고객이 되어 공급업체들의 기능이나 가격, 서비스 등을 비교, 구매하는 데 따른 파워와 자유를 더 좋아한다. 간단히 말하면, 공급업체가 고객과의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갈망하면서 그것을 위해 보여주는 강렬한 모습은 고객에겐 포로인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 관계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원칙은 당신 고객이 원하는 상호작용이 어떤 종류인가에 대해 현실적이 되라는 것이다. 일부 고객은 긴밀한 관계가 주는 이점이 아주 클 경우, 1회 고객이 되는 데 따른 파워와 자유를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당신이 풀어야 할 과제는 고객을 더 충성스럽게 만들어 주는 실질적인 이익을 충분히 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당신 회사를 위한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되는 그런 경우에만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점검은 고객 충성도를 약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소규모의 마케팅 노력들을 평가할 때 유용하다. 지난해 여름 미국을 강타한 가뭄 동안, 나는 매사추세츠 주 홉킨튼 소재의 웨스톤 묘목社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는 감명을 받았다.(나는 이곳에서 1999년 가을 몇 그루의 관목을 샀었다.) 이 편지는 나의 새 관목이 물이 없으면 말라죽을 것(관목은 잔디와 달리 휴면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소생하지 않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려주었다. 또 이 편지는 많은 도시가 물공급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새 화초나 관목에 대해 손으로 물을 주는 것은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물을 주라고 조언했다.이 편지로 인해 1회 구매와 단골 구매 사이의 경계에서 내 태도는 다소 변했다. 그 묘목회사에 완전한 충성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그곳이 우리 집에서 너무 멀기 때문도 한 이유), 나는 적절한 시점에 내게 유용한 조언이 되는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는 그 회사의 태도를 좋게 생각한다. 따라서 대량 구매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1회성 구매든, 나는 다시 그 묘목회사를 찾을 것 같다.


잘못된 마케팅

반면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의류와 스키를 구매했던 엘.엘. 빈社로부터도 카드를 받았는데, 이 카드엔 그 회사에 있는 내 친구들이 모두 쓴 연말연시 인사말이 담겨져 있었다. 엘.엘. 빈 같은 우편판매 회사들이 거의 자동으로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나를 개인적으로 다루는 일은 별로 달갑지 않다. 또한 나는 이 회사의 이번 관계 구축 노력에 감동을 받지 못했는데, 그것은 이 인사말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카드는 내 마음과 이 회사를 통한 나의 미래 구매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국 내게 이 카드는 다소 잘못된 마케팅처럼 보였다.

한편 현실 점검은 큰 마케팅 작업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 일례로 델社는 고객을 1회 고객과 단골 고객으로 나눈다. 이 회사는 각 고객 유형에 대한 정보를 유지하지만, 고객 유형에 따라 이 정보를 사용하고 상호작용을 구축하는 법은 달리하고 있다. 1회 고객의 경우, 델은 적절하게 1회의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고객들은 전화나 델의 범용 웹 사이트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이들은 신용카드 등 몇 가지 제한된 방식으로만 지불해야 한다. 델은 이 고객들의 과거 구매 내역을 유지해 이들이 미래의 구매시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델은 이 고객들에게는 이밖의 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델에 묶여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골 고객의 경우, 델은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델은 자사 웹 사이트에서 단골 고객들에게 ‘프리미어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사의 직원들은 이 페이지를 통해 자기 회사가 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한 제품들과 구성품들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델은 일부 최고 고객들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일례로 컴퓨터의 배달과 설치 업무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고객사의 구매나 IT 부서들은 델에서 PC를 가져와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전자주소를 설정하고, 신분증을 만든 후, 이 시스템을 최종사용자에게 배달해야 했다.(델은 이 과정에서 컴퓨터 1대당 200∼300 달러의 비용이 기업에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지금 델은 고객사를 위해 대신 최종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미리 깔고, 전자주소를 설정하며, 신분증을 만든 후, 그들에게 배달해 줌으로써 이 과정을 대신 처리해 준다. 그리고 그 서비스 비용으로 아주 저렴한(대당 15∼20 달러)만 청구하고 있다.

반면 고객은 더 자유로운 고객 관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례로 대형 B2B 고객들을 위한 부품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경매를 주관하는 프리마켓츠(FreeMarkets)社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잠재 공급업체를 평가하고 구매의향서를 작성하며, 경매를 주관한다. 이를 통해 이 회사의 고객들은 서로 다른 공급업체들을 다루면서도 이 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따른 자유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기업은 일반적으로 더 밀접한 관계를 원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양쪽을 모두 얼마씩 갖게 된다. 따라서 관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전에, 마케팅 담당자들은 단골 고객이 되고 싶어하는 고객과 1회 고객이 되고 싶어하는 고객을 구별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파악해야만 한다. 일례로 백스터 헬쓰케어社 같은 회사는 단골 고객이 되는데 따른 특별 대접을 받기 원하는 고객에게는 서면 동의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밀접한 고객 관계는 때때로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종종 공급업체는 고객들이 자사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자사가 얼마나 쉽게 고객들에게 이런 관계에 대해 납득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자랑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를 수 있다. 델이 1회 고객에게 하는 것처럼, 때때로 고객이 원하는 더 느슨한 관계를 수용하는 편이 훨씬 더 사려깊은 행동이 될 것이다.

[출처] CIO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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