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시행 착오와 전문가의 역할 (4)

네번째, CRM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CRM을 도입하여 고객 지향적인 CRM 성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CRM은 솔루션의 도입 그 자체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 프로세스의 명확한 도입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CRM을 도입한 이후에도 과거의 관행대로 프로세스 관리, 조직 및 인력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CRM은 반드시 프로세스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CRM 프로젝트에서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프로세스의 변화다. 따라서 CRM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CEO나 COO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프로젝트 PM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꿀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시작해야 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CRM을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CRM System을 통해 고객에 대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에도 업무 관행은 그대로라면 이러한 CRM 프로젝트는 돈 낭비일 뿐이다. 고객 가치 및 니즈 세분화에 따른 차별화된 고객관리를 제공한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업무 프로세스가 내부적으로 CRM사상에 맞게 정비되어 있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다.

CRM프로젝트에 있어 CEO의 지원과 관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CRM 프로젝트는 CEO만의 프로젝트도 아니며 CRM 프로젝트 PM만의 프로젝트는 더구나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 관리자들의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의 중심에 서 있는 책임자들과 이를 총괄 책임지는 임원들이 프로젝트의 주인이 되어 자발적인 혁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각 현업에 있는 사람 중 10년이상 종사한 핵심 인력들을 프로젝트에 참가 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사람들은 프로젝트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면 현업에 바로 적용되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서 일을 추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양한 기능 부서의 구성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무 프로세스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고 때문에 서로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에는 경영진들이 임원회의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려주어야 한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질질 끌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RM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가 통합CRM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PI(Process Innovation) 부분의 진행이었다. IBM BCS를 주간사 파트너로 작업을 같이 하면서 경험 많고 유능한 컨설턴트 4~5명이 투입되어 서비스와 마케팅에 걸친 16개의 Process개선 방안이 마련되었지만 결국 현업과 경영진의 의지 부족으로 변변한 성과도 없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서비스와 마케팅 Process개선안은 반드시 조직적인 후원을 얻어 시행되어야 한다. 고객서비스 차별화 방안, One-Stop 서비스 방안, 효율적인 콜센타 운영방안 등 참으로 중요한 프로세스 개선방안 들이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낭비이고 발전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 개선안들이 CRM사상에 맞게 적용되어야 진정한 CRM이 될 수 있다. SAS Korea의 장동인 부사장은 “CRM은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전진해가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라고 강조한다. CRM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하여 완성될 수 있다.


다섯번째, CRM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고객정보가 통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 고객의 정보는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고객이 심한 민원을 갖고 있다면 이는 회사내 어떤 부서에서도 그 고객의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Contact Center의 고객정보에는 반드시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CSV( Customer Single View )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한 회사에서 같은 고객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고객을 하나의 가치로 보기 위해서는 고객과 관련된 시스템, 즉 고객의 정보가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채권관리부서에서 고객채무관리를 고객의 신용상태가 아닌 연체금의 유무만을 가지고 채무독촉을 하고 있고 고객지원부서에서는 자신을 일반고객으로 대우하고 마케팅부서에서는 우량고객으로 상대한다면 고객은 ‘이 회사는 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다. 결국 그 고객은 “내가 이 회사에 10년 넘게 이익을 주었는데 이럴 수 있는가!”라는 실망감으로 회사를 떠날 것이다.

많은 기업이 내부의 데이터만으로는 고객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초보적인 신용정보 채권정보 수익지수정보 거래정보만으로는 효과적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고객에게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정보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와 반영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정보제공업체 그리고 다른 기업 과 제휴를 통해 고객 데이터의 품질 수준을 증가시켜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여신협회의 복수카드사용자 정보를 많은 부분 활용하였다. 많은 카드 사용자들이 다중카드 사용자이므로 이 정보를 이용하여 급격한 카드 사용금액 증감이라던가 과다 채무 과다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이용의 정보를 신용도에 반영했다.

고객정보통합과 함께 채널통합도 CRM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대면/비대면 채널 등에 대한 다양한 환경에서 접촉되는 정보들이 통합되어 있어야 진정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것이다. 마케팅부서에서 DM을 보내고 난후 In-Bound 상담원이 고객이 이 DM에 대하여 문의할 때 보낸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거나, 설계사나 창구 직원에게 요구한 서비스 내용이 담당자나 또는 타 채널에서 공유하지 못해 발생되는 문제도 아주 심각 하다. 같은 고객에서 다른 부서에서 동시에 여러 개의 DM을 발송되는 것을 필자는 많이 보아 왔다. 이것은 낭비이고 고객의 로열티를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카드설계사에게 회원가입신청서를 접수 시켰는데 그 신청서가 언제 접수되었으며 현재 발급심사는 어느 정도이고 담당자는 누구이며 언제 카드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정보가 관리 되지 않는다면 CRM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기업의 최종적인 목적은 고객을 경쟁기업보다 더 만족시키고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생존과 성장을 추구하면서 이익을 내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CRM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CRM은 마케팅 전략의 수행 도구로서 기업이 비용이나 제품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지향의 관점을 가지고 장기적인 고객과의 채널을 형성하게 하여 주는 촉진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약이던 사용자와 체질에 따라 그 영향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아무리 좋은 산삼 녹용이라도 그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비싼 CRM System이 보약이 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보약으로 만들려면 CRM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수행만이 기업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 CRM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에 제일 필요한 것은 Client입장에서 CRM을 이해하는 전문가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CRM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는 대표적인 요인 다섯 가지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이는 필자가 Client 입장에서 체험한 내용들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항들이다. 그럼 이러한 예고된 실패 요인들이 반복하여 CRM 프로젝트를 실패하게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알면서도 CRM 도입에 실패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는 제일 큰 요인이 진정한 Client입장에서 경험한 CRM전문가가 없는 것이라고 본다.



능력 있는 CCO가 필요하다!

CRM 전문가들은 새로운 최고중역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은 최고고객중역(CCO: Chief Customer Officer)이다. 기업들이 고객을 추적하도록 고안된 CRM 소프트웨어에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계속 쏟아 붓고는 있지만, 이런 투자의 수익이 무엇인지를 평가할 시간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최근 캡 제미니 언스트 앤 영(CGE&Y)社가 250명의 고위 마케팅, 영업, 고객 서비스 중역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42%의 응답자가 그들의 CRM 투자수익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부 CRM 전문가들은 CRM 투자와 그 효과에 대해 분명한 그림을 얻기 위해서 기업은 ‘최고고객중역(Chief Customer Officer)’이란 새로운 최고고객중역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CCO를 임명하면 오늘날 CRM 투자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중 하나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리더십 부재다.”라고 가트너 리서치社의 이사인 웬디 클로즈는 말한다. CRM에 대한 투자 효과를 추적하는 외에, CCO는 경쟁 정보와 고객 만족도 조사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클로즈는 말한다. 메타 그룹의 분석가인 리쯔 샤남도 CCO 자리에는 비즈니스 경험과 ‘IT에 대한 진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CCO 보직을 지지한다. 아직까지 CCO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런 경향이 하나의 줄기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업들은 그들도 CRM에 대해 일부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샤남은 말한다. 그래서 기업은 CRM 프로그램 전담 사무실을 설립하고 CCO를 임명하는 등 CRM 프로젝트를 실패하지 않는 더 확실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고 샤남은 덧붙인다. ( CIO 메거진 2000년 1월호 “CRM의 진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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