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에 대한 왜곡된 시각, 어디서 비롯됐나?

소위 CRM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기업의 CRM 전략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CRM으로 순식간에 돈을 벌어 들일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 기업들이 CRM으로 순식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1. 세일즈 자동 관리 시스템을 통해 영업 사원들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즉, 영업 사원들의 목표치를 높여 더 많은 매출을 뽑을 수 있다는 것.

  2. 고객과의 대화를 컴퓨터로 '기능화' 시켜 마진이 높은 '효자 상품'을 고객에게 더 많이 추천할 수 있다.

  3. 고객 자동 응답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 응대를 위한 인력을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업들은 CRM의 진짜 의미와 기능을 완전히 축소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을 확인하고, 기업에게 호감을 갖게 하며, 오랜 세월 기업과 함께 하도록 만드는 장기적인 전략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CRM 전문가들은 이런 일부 꽉 막힌 기업들을 비판한 처지가 못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CRM에 관한 이런 왜곡된 인식을 조장한 쪽은 원래 CRM 업계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CRM에 관한 CRM 업계의 기록

다음은 CRM 업계가 얼마나 왜곡된 고객 관리 전략을 갖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CRM 기술 판매 업체들은 기존의 시스템에 극히 한정된 기능만 부가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팔면서 이를 '고객 관계 증진 솔루션'이라 과대 포장한다.

실제로 물건을 파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CRM 소프트웨어들이 태반이다. CRM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기업 환경에 요구되는 다양한 변화와 필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CRM 소프트웨어의 극히 한정된 기능 때문에 실제로 기업이 CRM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컨설팅이나 IT 시스템 구축 업체와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 기업들 자신들도 CRM 시스템을 도입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말하자면, CRM 사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CRM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는 기업들을 무시할 처지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 도대체 CRM 업계가 구체적으로 잘못한 것이 뭐 길래 오늘날 이런 결과를 빚고 있는 것일까? 일대일 마케팅을 예로 들어 알아보자.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

언제가 맞춤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진정한 일대일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기 시작했다. 닷컴 사업이 큰 호황을 맞고 있을 때였다. 말인즉, 맞춤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구입하고 설치만 하면 바로 일대일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추적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고객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바로 일대일 마케팅의 엄청난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맞춤화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기업 고객들은 다음과 같은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맞춤화 솔루션은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클릭'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즉,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거나 '클릭'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는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웹사이트에서만 장사를 하는 닷컴 기업들에겐 유용한 솔루션이겠지만, 전화와 오프라인 상점을 함께 운영하는 기업들에겐 절름발이 솔루션일 수밖에 없었다.

웹사이트 방문자에 기반한 정보는 고객이 언제 사이트를 방문했고, 어디를 통해 들어왔으며, 어떤 내비게이션 경로를 이용했는지, 그리고 어떤 검색어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이런 정보로 어떻게 고객에게 접근하고, 어떻게 고객을 매출로 유도하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맞춤화 기술은 고객의 패턴을 파악해 고객의 종류를 구분하고 각각의 종류에 맞는 콘텐츠를 배급해 주는데 그친다. 이는 일대일 마케팅이 아닌 일대다 마케팅의 범주에 속한다.

맞춤화 기술도 인터넷 채널에 한정돼 있다는 단점을 갖는다. 게다가, 고객들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갖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계정을 빌려 주었을 때나, 다른 친구들을 위해 선물을 샀을 때, 맞춤화 소프트웨어는 이를 분간해 내지 못하고 엉뚱한 정보를 통해 엉뚱한 제품을 추천하곤 한다.

맞춤화 소프트웨어는 기존에 구축된 고객 정보와 제대로 결합되질 못한다. 즉, 현재 맞춤화 소프트웨어로는 한정된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장 정교한 추천 서비스 기술이라도 어딘가 억지스러운 자동 판매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직까지 "if/then" 논리 체계로 구축된 자동화 소프트웨어들은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다. 앞으로 보다 정교하고 진일보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으면, 이런 맞춤화 패키지 소프트웨어들은 고객의 매우 단순화된, 지극히 한정된 정보만 다룰 수밖에 없다.

맞춤화 CRM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계에 의해 모니터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즉,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CRM 업계는 이런 CRM 소프트웨어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보다는 고객이 우선이란 생각을 버려선 안 된다. 업체나 기업들은 어떤 기술이 놀랍도록 신기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그 기술에 대해 맹신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기술은 기능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항상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만일 새로운 맞춤 서비스를 마련해 놓았는데 고객이 그 서비스에 반발한다면 이 서비스는 더 이상 사용되지 못한다. 고객을 심중을 파악하는 기술을 도입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합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 점에 대해 알려라.

기업들이 CRM에 대해 잘못 이해한다고, 고객 관리에 대한 기초가 돼 있지 않다고 욕하지 말라. CRM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나온 것은 대부분 CRM 업계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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