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CRM

최근 어느 소프트웨어 회사의 영업 팀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회사가 만든 영업용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교육이었다.

우리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는 온라인 설문 조사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 및 보고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즉, 설문 조사로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는 이때 모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업 사원들은 이 분석 정보를 이용해 판매 전략을 짤 수 있게 해 주는 식이었다. 물론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 교육이 진행되던 도중 어느 영업 사원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CRM 시스템도 이렇게 잘 돌아갔으면 좋겠네."


CRM은 죽지 않았다

최근 CRM에 대한 인식이 말도 못하게 나빠졌다. 최근 기사를 통해 봤듯이, CRM의 성공률이 1%에 불과하다거나, 이미 CRM은 모두 죽었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트너 그룹은, "모든 CRM 프로젝트 중에 50% 정도만이 고객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RM이 이렇게 높은 실패 확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업의 정책적 오류, 업체 선택의 잘못, CRM 프로그램의 설치 및 관리 실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 CRM은 아직 죽은 것이 아니다. 올해 초 주피터 미디어 메트릭스(Jupiter Media Metrix)가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2001년 한해 CRM에 들어간 투자는 약 97억 달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6년까지 CRM에 들어갈 비용은 165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말하자면, CRM은 아직 '유아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CRM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만 난무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CRM을 둘러싼 과장 광고가 CRM을 너무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CRM의 본뜻

어느 유명 CRM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는 CRM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모든 종류의 고객 정보를 한데 모으는 하나의 '창고'를 만드는 것. 다양한 판매 채널에 존재하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을 하며, 물건을 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함."

마치, 전세계 굶주린 아동들에게 식량을 주어야 한다는 국제 인권 단체의 구호처럼, CRM은 너무나 당연한, 훌륭한 아이디어다. 아무도 CRM의 본뜻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CRM으로 모든 사람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욕이었다.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대규모 CRM 프로젝트는 그 효과가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일반화된 CRM은 회사 각 부서에 특정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져 버렸고, CRM은 세일즈, 마케팅, 고객 서비스, 이 세가지 기본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곤란을 겪게 됐다.


CRM 버전 2.0

CRM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존의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각각 하나의 사업 목적을 만족시키려는 세분화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각 부서 조직에 맞도록 기획되고 운영되는 소규모 CRM, 이것이 우리가 새롭게 이해해야 할 CRM 버전 2.0의 모습이다.

메타 그룹(Meta Group)의 연구원인 아심 팔은 "CRM 프로세스의 시작: 현장으로부터의 실례(Starting the CRM Process: Examples From the Field)"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게릴라 CRM"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80%의 CRM 프로그램이 각 부서의 임시적 목적을 위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CRM은, 과거에 알려진 것처럼, 회사의 문화 전체를 바꿔 놓을 '변화'가 아니라, 보다 세분화된 소규모의 '전술적 프로그램'으로 묘사됐다.

아무도 이런 CRM의 변모된 모습이 이전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형태와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제일 처음에 언급된 세일즈 데이터베이스는 바로 이런 게릴라 CRM 프로그램의 좋은 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세일즈라는 오직 하나의 부서의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영업 사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고객들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에 참여하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이 설문 조사는 고객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각 개별적인 고객들에게 어떻게 판매 방식을 개인화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영업 사원들은 설문 조사의 결과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고객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근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거래가 이뤄지고, 수익이 생기면 이 프로그램은 거래에 참여한 기존 고객 정보와 새로운 고객 정보를 한데 합쳐 관리한다. 모든 데이터는 XML을 통해 어디서나 호환될 수 있는 형태로 저장된다.

설치하는 데만 12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리는, 대규모 CRM 프로젝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CRM과 같은 기술로부터 짧은 기간 내 빠른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일즈, 마케팅, 고객 서비스 부서는 대개 단기간의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게릴라 CRM이야 말로 이런 단기간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CRM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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