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M에 대하여

세글자 신조어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로 CRM, SCM, ERP, DWH, PRM 등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 중에 employee relationship management 라는 것도 최근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Enterprise resource planning계의 SAP사가 매출급감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ERP업체로 더 이상 소개하기 보다는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업체로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Oracle사 역시 이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CRM의 선두 주자인 Siebel사는 최근 CRM뿐만 아니라 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웬 relationship management가 그리 많은지 911 테러사건이후에는 "terrorist relationship management"라는 말까지 만들어질 뻔했으니 말이다. Siebel Systems사의 Tom Siebel 사장이 백악관에 들어가서 테러 용의자 탐지 소프트웨어로서 자사의 CRM package를 쓸 수도 있다고 발표했던 일도 실제로 있기는 했다. 테러분자도 결국은 고객 중의 하나일 테니까 TRM은 분명히 CRM이 특수 경우일 테고 PRM은 아마도 supply chain management의 특수화 사례가 아닌가 본다.


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가 SCM의 부분집합일 것은 파트너기업 역시 업체사슬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거의 분명하다. SCM은 사실 제대로 해보려면 방대한 규모이다. SCM이 정작 가동되려면 기본적으로 분산처리가 잘 되어야만 한다. 기업 내 분산처리뿐만 아니라 기업간 분산처리도 해당된다. SCM 성공의 전제가 분산처리라고 한다면 오늘날 SCM을 과연 성사시킬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분산처리의 하부구조인 미들웨어 하나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 현실을 감안한다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아마도 AT&T나 Wal-Mart 같이 준비되어 있는 기업말고는 SCM을 기술적으로 수용하는 것 자체가 벅차리라고 본다. 최근에 Java 기술이나 .Net 기술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면서 분산처리 보편화의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는 있기 때문에 그리 비관적이지 만은 않지만 말이다.


무소부재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니 유목민형 컴퓨팅(nomadic computing)이니 장소불문 컴퓨팅(anywhere-to-anywhere computing)이니 군중형 컴퓨터(mass computing)이니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컴퓨팅(social computing)이라고 부르는 부류의 말은 모두 분산계산환경의 도래가 그리 멀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말들이다.
우리가 분산처리를 피부로 체감하는 날은 그러니까 Java기술이나 .Net에 젖어 살 미래를 가르킨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따라서 SCM은 아직 요원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일지 몰라도 시기상조라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SCM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참여기업관리라는 소폭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는 말도 일리있게 된다. 그래서 PRM이 당장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볼 수는 있다.

또 다른 말로 풀어본다면 SCM이나 PRM은 개념차원에서는 다르지 않고 거기서 거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ERM은 그런데 그냥 또 하나의 세글자 신조어로 취급하기에는 좀 다른 것 같다. 직원관계관리의 수위가 단순히 직원 간의 담당업무 연계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업무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수준으로 심층화된다면 ERM은 진정한 의미의 직무기술서를 제작해낼 수 있는 엄청난 도구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간의 연계파악에 머물러서는 BPR의 재판이 될 것이 분명시된다. 업무데이터 수준의 연계로 심화될 수 있다면 ERM은 기업 내 데이터 중복점검의 기회를 확실히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업무매뉴얼 같은 큰 덩어리의 지침이 담긴 편람 같은 것은 어느 기업에나 이미 있겠으나 신입사원이 신규 채용되어 들어와서 하루 이틀 자세히 들여다보기만 하더라도 회사 전체업무 파악이 금방 저절로 되는 직무기술서 총람을 갖고 있다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유감스럽게도 들어본 적이 없다. ERM이 이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된다면 대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지 ERM의 수위를 얄팍하게 했다간 아무 소득 없이 큰 코 다칠 뿐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 하나의 세글자 신조어로 평범한 수준에 머무르게 하느냐 아니냐는 ERM을 활용하는 기업 자체의 자세에 달려있다.

여기에 기업업무활동 생산성 극대화와 효율화에 지대한 공헌을 담당할 직무기술서의 위상도 다시 한 번 깨닫는 일도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수위조절을 담당하는 최고 수문장은 누구이어야 되겠느냐는 질문이다.

직원관계수준 관리이니까 인사담당 임원이어야 할까?
아니면 "Chief Data Officer"이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므로 독자 제현에게 맡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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