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기업들을 위한 CRM 기초 강좌

고객 관계 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는 요즘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템이다. 마치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CRM.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CRM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들에게 더 필수적인 전략 품목이 될 것이다. 실제로 올해만 벌써 CRM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0억 달러가 소비됐으며, 2003년까지 CRM을 위한 비용은 46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CRM 프로그램을 팔아 장사를 하는 이들에겐 굉장한 희소식이다. 그리고, 만일 이 CRM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둔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마케터와 같이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CRM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그간 고객 관리 시스템이 별다른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CRM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된다는 것은 기업들의 고객 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는 마케터들이 지금껏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해 왔고, 고객들의 입장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고객의 입장을 최 우선으로 삼는 기업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예로 들면, 사이트를 제작할 때 고객이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최 우선으로 삼는 것이 고객 관리의 기본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수의 기업들은 이 전자 상거래 시스템을 더 많은 물건을 팔고 더 많은 수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보 제공 사이트도 사용자의 정보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위신을 드높이기 위한 겉치레로 가득한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들은 사이트를 방문할 때 기업이 이 사이트를 통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금방 눈치 채기 마련이다. 화려하게 춤을 추며 돌아가는 그래픽이나, 기업을 칭송하는 오만 방자한 문구들, 회사의 거대한 빌딩 사진과 임원들의 거대한 얼굴 사진, 그리고 “시너지,” “핵심 역량,” “실증적 단계” 등 알아들을 수 없는 문구들을 남발하는 오만 방자한 사이트는 고객들이 먼저 알아보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고객 정보도 마련해 놓지 않고, 내비게이션도 어렵고, 진짜 사람과 연락을 취할 방법도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는 고객 관리를 포기한, 소비자로부터 완전 유리된 사이트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일 기업이 지금까지의 오만함을 버리고 진정으로 고객의 곁에 다가가고 싶다면 다음의 CRM 기초 지식을 잘 새겨 두기 바란다.


  1. 이웃집 아저씨를 데려다 사용자 테스트를 해본다.

    웹 사이트로 장사를 하고 싶다면 먼저 웹에 대해 제일 무지한 사람을 데려다 사이트를 테스트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마우스 버튼이나 간신히 누를 줄 아는 형편없는 컴맹을 데려다가, 그들이 사이트 이용에 어떤 불편을 겪는지, 불만은 무엇인지 모두 새겨듣도록 해야 한다.


  2. 포커스 그룹을 조심하라.

    많은 수의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일명, 소비자 포커스 그룹을 만들어 마케팅 프로그램 및 상품 테스트에 활용하곤 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둘 때도 많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정해 놓은 포커스 그룹은 흔히, 그들을 ‘고용한’ 기업이 좋아할 만한 결과를 내놓거나, 혹은 서로 ‘단합해’ 실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영 다른 의견을 내놓곤 한다. 포커스 그룹을 정할 때는 반드시 그들과는 성격이 다른 구성원을 한명 포함시켜 그(녀)가 회사에 대해 느낀 불만과 어려움을 집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피드백을 받으면 움직여라.

    앞서 언급한 테스트 과정은 항상 어딘가 빈틈이 생기기 마련. 사업을 할 때에는 반드시 수많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화가 나고 흥분한 상태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을 맞이할 때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객들을 “울보” “미친놈” 취급하다간 굉장한 화를 당하는 수가 있다.
    감히 주장하지만, 우리들은 누구나 “울보” “돌아이” 기질을 조금씩 갖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근원적 기질을 감수하지 못하는 기업은 현실과 유리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대학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상아탑과는 다르다. 현실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성가시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마케터로서의 기본 자질이 없다고 하겠다. 과거 어느 수학 교수가 인텔이 개발한 최신형 칩에 오류가 있다고 회사측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인텔은 이것이 지극히 사소한 오류라며 교수의 말을 일축 해 버렸고, 교수는 칩의 오류에 대한 글을 인터넷 토론 방과 게시판에 잔뜩 배포해 버렸다. 결국 이 사실은 뉴스에 대서특필됐고, 이는 ‘펜티엄 칩 연산 오류’라는 유명한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이 때문에 인텔이 말할 수 없이 수많은 곤욕을 치룬 것은 물론이다.


  4.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인터넷 컨설턴트로부터 기업의 웹 솔루션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측정해 보도록 하라. 사이트의 콘텐츠나 디자인, 기능성, 문장, 유저빌러티, 구성 등을 철저하게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라.


  5. 일대일 대면이 없으면 CRM도 없다.

    사이트가 아무리 고객 중심 주의로 ‘완벽하게’ 설계됐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는 항상 기업의 진짜 직원과의 연락을 원한다. 회사에는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항상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회사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도록, 고객을 가장 친절하게 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우 중요한 수칙이 하나 더 있다. 가끔씩 회사의 컴퓨터 앞을 벗어나 실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라. 아마도 진짜 고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저렴한 CRM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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