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 CRM

고객의 숨소리까지 느낀다.

한국투자신탁의 드림스는 고객의 반응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를 영업환경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e비즈니스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활용하고 있는 드림스는 잇따른 금융권의 악재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 수 있다.

▶ 드림스 도입이후 영업점 직원들이 겪었던 변화
▶ 한국투신 드림스 도입시 문제점과 성공 배경
▶ 금융권 e비즈니스 도입 현황


금융권 CRM이 성공하기 위한몇가지 제언

▶ 경영자의 의지
▶ 개념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
▶ 기업내부 제도와의 일치성
▶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탄력성
▶ 지속적인 사용자 정보화 교육

드림스 도입이후 영업점 직원들이겪었던 변화

▶ 고객 데이터 공유로 상담 효과 상승
▶ 영업관련 장부, 팩스공문 등 종이문서의 소멸
▶ DM 및 TM 고객의 표본 추출로 인한 업무량 감소
▶ 전담 관리고객의 증가(우선순위 고객 손쉽게 식별가능)
▶ 고객 대상 이벤트 활성화


지난 해 여름, 한국투자신탁의 영업점에 한 고객이 친척의 심부름을 왔다면서 예금계좌의 인출을 신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지점의 고객이므로 별 의심은 없었다. 고객의 관리번호를 누르고 화면을 띄우던 영업점 직원은 순간 상담내역으로 눈을 옮겼다. ‘항상 혼자서 거래를 하는 분으로 마지막 거래일은 ○월 ○일’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것. 다시 한 번 심부름을 왔다는 사람을 보니 어쩐지 이상했다.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심부름꾼을 자칭하던 사람은 고객의 집에 침입한 도둑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런 일들은 그다지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영업점 직원의 ‘동물적 감각’으로만 의존했던 일들을 전사적 시스템을 이용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투자신탁의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인 ‘드림스’ 덕분이었다.

“수첩 속에서만 관리되던 고객정보를 모든 영업점에서 공유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드림스는 고객이 한국투신의 문을 두드렸을 때부터 최후 이탈까지 고객의 투자상황을 관리하는 고객 데이터 마이닝 시스템으로 97년 7월 실천에 투입되어 현재까지 만 3년째 사용중이다. 한국투자신탁 목동지점 박홍섭 지점장은 “고객의 성별, 연령별, 직업별 정보 뿐 아니라 정치적 성향, 지역정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대화까지 모두 저장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전국 84개 지점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한 지점에서 거래하던 고객이 이사를 해 다른 지점에서 상담을 받는다 하더라도 기존의 서비스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작지만 큰 변화

드림스가 한국투자신탁에 도입된 이후 영업 지점에서 이뤄지는 업무 형태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어왔다. 이전의 한국투신의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는 객장에서의 고객 상담과 상담업무를 위한 준비로 2분화되어 있었다. 따라서 기존고객관리를 위한 T/M이나 D/M 발송 등은 업무 외 시간으로 미뤄져 한달에 두세번은 직원 전체가 철야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림스 도입이후 상황은 180。변했다. 영업사원이 컴퓨터를 켜면 DM이 필요한 고객,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이한 이벤트 고객, 계좌가 만기되거나 이탈하려는 고객 등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의 대소사가 아침마다 정리되어 화면에 바로 뜬다. 일일이 챙겨야 하는 사안들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무작위로 발송하던 DM도 표본을 추출할 수 있어 DM비용도 줄어들었다. 섭외일지, 출납장 등 종이문서가 없어진 것도 커다란 변화다. 그러나 한투의 영업점 직원들이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전 지점이 고객의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도 서로 관리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지점간의 정보공유는 더더욱 어려웠다. 따라서 고객도 영업사원이 바뀌거나 거래하는 지점을 옮기면 모든 상담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지점의 고객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한투의 전직원이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서비스하게 된 것이다. 고객에 대한 세부정보의 추출이 가능해지면서 우량고객과 일반 고객을 선별하여 전문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사실 이전까지 영업직원이 전담 관리할 수 있는 고객의 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드림스 도입 이후 전담관리자가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고객이 50여 명에서 440명 정도로 늘어났다.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영업직원의 생산성이 CRM 시스템 도입을 통해 8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관리직원도 30% 이상 감소했다. 드림스 도입 후 지점은 30~40여 개가 늘어난 반면 직원은 평균 16명에서 12명으로 줄어 들었다.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자연퇴직은 늘어 인력수급도 원활히 맞춰졌다. 한투측에서는 드림스로 인해 대략 연간 70억원의 예산이 절감됐다고 말한다.

초기 문제점

드림스는 ‘고객과의 친밀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전사적 시스템과 고객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고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영업사원이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고객데이터를 입력한다면 문제는 없을 듯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영업역량이 다른 사원들끼리 정보공유를 한다는 것이 사원들간에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 것. 한국투자신탁의 드림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터넷 마케팅팀 차장은 “자신의 정보는 숨기고 싶고 남의 정보를 알고 싶은 직원들의 심리를 변화시켜 기업 마인드로 재전환 시키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신탁은 대대적인 업무 재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1년 여에 걸친 토론 끝에 영업점과 본사의 괴리감 제거, 세일즈 채널 선정 등의 문제점을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95년 11월부터 작업에 들어간 드림스는 97년 7월에야 가동될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문제점은 발생했다. 사원들에게는 컴퓨터 자격증을 필수로 취득하게 했지만 영업점 지점장이 문제였다. 시스템 사용이 서툰 지점장들이 영업사원들에게 이중 섭외일지를 작성토록 해 사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고장을 발송하고 불시에 영업점을 검문하는 등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본사에서는 현장과의 지속적인 대화, 정기적인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지점장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했다. 한국투자신탁 목동점 박홍섭 지점장은 “이제 드림스가 없으면 한국투자신탁의 영업점은 마비상태에 이른다. 현재 직원 1인당 1일 평균 250회씩 드림스를 사용한다. 2분당 1건씩 사용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IT가 할 수 없는 일

드림스가 구축되기까지에는 많은 노력이 뒤따랐다. 현업부서와 IT부서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드림스 관계자들은 경영진의 추진력이 가장 큰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제 개편, 채널 선정, 정보화 교육 등 IT담당자가 아닌 경영진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마케팅 팀의 권봉주 부장은 “시스템이 영업의 기본 속성인 친밀도, 대면성으로 알 수 있는 목소리, 느낌까지는 대신할 수는 없다”며 기존고객과의 스킨십은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한다. 고객 개인마다 차별화 된 서비스로 일반적인 서비스는 IT로 대신하고 우량고객에게는 고급서비스를 적절하게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드림스가 영업사원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한투 측은 “우량고객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초 한국투자신탁은 드림스를 기반으로 온라인 종합자산관리 사이트 한투탐스닷컴(www.hantutams.com)을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동시에 투신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증권업무까지 포괄하는 종합자산 관리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CRM에서 e비즈니스로

현재 한국투자신탁의 e비즈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서준희 상무는 “앞으로 온라인의 역량이 확대될 것이며 그 동안 축적된 드림스의 고객 데이터와 전국 84개의 영업조직이 e비즈니스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가 80∼90%로 점유율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투탐스닷컴은 국내 260만명의 기존 수익증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로 모든 투자 관련 정보를 고객 개개인에 맞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투의 고객은 이 서비스를 통해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보유주식이나 펀드에 관련된 정보를 이용하고 담당자와의 상담이나 금융스케줄 등을 관리받을 수 있다. 실시간 화상채팅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국내 투신사로서는 최초로 오프라인상의 투신상품을 판매하고 다른 투신사의 상품비교도 가능하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더욱 줄어들 게 될 것”을 예상하는 한투는 오는 12월까지 증권전산의 프로그램을 통해 홈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부터 자체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다운로드
의견 2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