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체계에 따른 소비자 유형화

김철민(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위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심리학 석, 박사)
이영철(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연구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심리학 석사)

본 연구에서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국내외 연구들을 고찰하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특징짓는 하위 차원들 가운데 하나이며 개인의 소비행동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변수인 개인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세분화(유형화)하고, 각 유형별로 소비행동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점검해봄으로써 소비자행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였다. 개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하위 영역별 주요인들을 바탕으로 하여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실시한 결과, 한국인을 여섯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각 유형들간의 인구통계적 특성, 의·식·주생활 패턴, 구매행동 패턴, 제품 소비행동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관은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세분화하는 데 유용한 변수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1. 서론

소비자행동이나 마케팅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한 측면은 소비자(고객)들을 제대로 이해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소통을 해야 할 대상인 소비자들이 '누구인가', 즉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인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이 의사소통을 해야 할 대상인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익숙한 기준은 나이, 성별, 가족수, 거주형태, 삶의 주기상 현 단계, 소득수준, 교육수준, 직업, 거주지역 등과 같은 인구통계적 지표(demograpic index)이다.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이 소비자를 파악하여 이해하는 데 인구통계적 지표를 이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지표들에 따라 여러 심리적 특성이나 소비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즉, 나이나 성별, 소득수준 등에 따라 넓게는 일반적인 욕구나 가치관, 의견, 관심사가 다를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제품(브랜드)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의사 결정, 태도형성과정, 구매행동, 구매후 만족/불만족 등이 달라질 것이라는 가정 이다.

인구통계적 지표에 따라 소비자행동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이 지표는 시장을 세분화(market segmentation)하거나 소비자들을 유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통계적 지표에 따라 여러 소비 행동이 달라지리라는 것은 직관적이고 선험적인 가정일 따름이다. 사실 요즈음처럼 복잡한 시장 환경 속에서 다원적인 심리적 특성들을 갖고 다양한 소비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소비자들을 인구통계적 프로파일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다시 말해서 인구통계적 프로파일이 의사소통 해야 할 소비자들의 확인가능한 외현적인 모습을 그리는 데 필수적인 자료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구통계적 지표들만으로 소비자를 포괄적으로 이해 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은 관심이나 초점을 둔 소비자들을 좀 더 심층적이며 풍요롭게 기술하기 위한 준거로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또는 '사이코그래픽스(psychographics)' 라는 구성개념(construct)을 소비자행동 연구에 도입하 였다(Lazer, 1963; Yankelovich, 1964; Alpert & Gatty, 1969; Plummer, 1974; Wells, 1974; 1975).

인구통계적 지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명칭을 소비자행동 연구에 처음 도입한 연구자는 Lazer(1963)였다. 그는 '전체 사회 속에서 특정 문화나 집단을 다른 문화나 집단과 뚜렷이 구분지을 수 있는 문화, 상징, 생활의식, 행동양식 등의 총화' 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규정하였다.

한편 Yankelovich(1964)는 그 당시까지 시장을 세분화하는 데 많이 이용되던 인구통계적 프로 파일이 아닌 소비자의 가치(Value), 민감성 정도 (degree of susceptibility), 구매 목적(purpose), 심미적 개념(aesthetic concept), 태도(attitudes), 개인적 욕구(individualized needs), 자기 확신감(self-confidence)과 같은 심리적 변수들을 중심으로 10가지 제품군의 전체 시장을 세분화하였다.

이렇듯 전체 사회나 집단의 수준에서 심리적 변수들을 중심으로 전체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세분화하거나 유형화하는 논리가 타당하려면, 개인 수준에서 동일한 심리적 변수의 수준이나 정도에 따라 소비행동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행동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 변수를 가지고 그 변수의 수준이나 정도에서 유사한 개인들을 묶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프스타일 연구의 출발점은 두가지 서로 다른 심리학적 연구전통을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Wells, 1975). 그 하나는 표준화된 성격 검사(standard personality inventory)를 사용 하여 얻은 점수와 소비행동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 한 Koponen(1960)의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Dichter(1964)의 소비자 동기 연구(motivation study)이다. 즉, 성격 검사의 객관성과 소비자의 동기에 관한 정성(qualitative) 연구의 풍부하고 기술적인 상세함이 통합되어 라이프스타일, 사이코그래픽스, 행동과 태도(activities and attitudes) 등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라이프스타일이나 사이코그래픽스란 소비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소비행동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심리적 변수들, 즉 심리적 구성개념들 (psychological constructs)의 집합이라 하겠다. 예컨대 Wells와 Tigers(1971), Plummer(1974) 는 라이프스타일을 '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과 돈의 사용패턴' 으로 정의하고,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하위 차원들로 A(activities) ,I(interests), O(opinion)를 제안하였다.

여기서 A(활동)는 소비자가 시간을 어떻게 소비 하는가에 관한 것이고, I(관심사)는 소비자가 주변의 환경이나 사건들 가운데 어떤 것에 중요성을 두는가에 대한 것이며, O(의견)는 소비자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견해와 관련한 것이다. 이들은 AIO에 관하여 수백개의 문항을 만들어 측정하고, 이를 인구통계적 지표와 결합함으로써 소비자에 대해 심층적이고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IO문항들을 요인분석 (factor analysis) 하고, 각 요인들을 이용하여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함으로써 시장세분화의 준거로 사용 하였다.

한편 Wells(1975)는 AIO 문항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성격 특성이나 욕구(needs), 가치 (values), 일반적인 태도(general attitude) 등 여러 심리적 구성개념들을 포괄하여 사이코그래픽(psychographic)이라 명명하였다. 따라서 사이코그래픽은 AIO 뿐 아니라 심리적 구성개념들을 포함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다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Pernica(1974), Wells (1975) 등은 사이코그래픽이라는 이름 하에 많은 심리적 구성개념들을 측정하여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였다.

이후 이러한 연구경향은 일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연구라 불리며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연구는 소비자 개개 인에 관한 정보들을 포괄적으로 묻고 있어 한 개인이나 집단의 다양한 정보 (single source data)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학계와 실무 모두에서 많은 라이프스타일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 연구가 시장세분화와 결합함으로써, 즉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용하여 전체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유형화함으로써, 라이프스타일 연구는 소비자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광고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미국에서 발행 되는 학술잡지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명칭으로 발표된 연구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이미 오랜 기간동안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라이프스타일 연구를 통한 소비자행동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축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여러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하위 차원들을 살펴 보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명확하게 개념화할 수 있는 단일개념(unitary concept)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중반에 소개되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중앙일보, 1975; 김동기, 1977). 특히 김동기 (1977)는 상품 수명주기의 단축,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경쟁으로 인한 상품의 무개성화 등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마케팅 발상법으로서 라이프스타일을 고찰하였다. 이후 일부 사회 조사기관이나 광고회사들에서는 시장세분화, 광고 메시지 표현전략, 매체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유용성을 인정하여 매년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실무에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광범 위한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술지에 게재된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연구들만을 참조한다면, 여운승(1984)의 "우리나라 대학생의 생활양식 유형과 식품 소비행동의 특성연구"를 제외하고는 1980년대 말까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거의 없었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의 사회 조사기관이나 광고회사에서는 실무자들이 현업의 상황적 필요성에 따라 비체계적으로(ad hoc) 해오던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이론적 체계를 갖추어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체계화 하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였다(강이주, 박명희; 1990; 고경순, 1992; 이명식, 1992; 박찬욱, 박미혜, 송미영, 1992; 채서일, 1992; 윤만희, 1995; 이용학, 배수현, 1995; 박만석, 김동준, 1995; 조형오, 1996).

그렇지만 이러한 몇 편의 연구들만으로 마케팅 실무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연구에 대한 체계화 요구에 부응하기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여 연구하고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론틀(theoretical framework)이 없거나 모호하다는 것이다. 즉,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가 불일치하거나 모호한 것이다.

이렇듯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론적 틀이 불명확하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기존의 라이프스타일 연구들을 하나의 틀을 가지고 통합하여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후속연구를 하기 어렵다.

둘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일관된 이론틀이 없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을 특징짓는 하위 차 원들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자들마다 경험적으로 수많은 문항들을 표집하여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하위 차원들을 해석하여 설명하고(post hoc)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 연구는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이거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이명식, 1992).

셋째,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여러 차원들은 구체적인 여러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 (준거관련 타당화의 문제)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라이프스타일의 하위 차원들은 소비행동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설명력)이 점검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이나 경험적 직관에 의해 여전히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포함되어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라이프스타일의 하위 차원들 들은 소비자의 태도, 관심사, 의견, 활동, 욕구, 가치관, 성격 등 대부분이 심리적 변수, 즉 가설적 구성개념들(hypothetical constructs)이다. 이러한 가설적 구성개념들을 측정하여 소비자들의 소비행동 차이를 설명하고, 이들을 준거로 삼아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유형화(세분화) 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항들로 이루어진 각 구성개념의 신뢰도와 타당도 지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허구적 시장세분화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넷째, 현재 라이프스타일 연구에서는 여러 하위 차원들간의 관계를 정립하지 않은 채(구성타당화의 문제), 하위 차원들을 상호 독립적인 동일수준의 변수군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들 변수들을 준거로 삼아 군집분석을 실시한다면 변수들간의 중복성(redundancy)으로 인해 세분집단간 구분이 명료하지 않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즉 라이프 스타일의 하위 차원들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동질적인 집단들로 세분화하거나 인구통계적 변수를 기준으로 세분화한 시장을 기술하기 위해서, 또 이에 관한 연구를 학문적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는 먼저 라이프스타일의 하위 차원들인 심리적 변수들을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하위 차원들을 신뢰할 수 있으며(reliable) 타당한(valid) 도구들을 이용하여 계량화하고, 각각이 소비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라이프스타일 연구들에서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행동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널리 사용된 심리적 변수들 중 하나는 성격(personality)이다(김완석 , 1995 참조). 성격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 가운데 가장 안 정적이며 개인의 내면의 핵심에 존재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성격은 개인의 구체적인 행동을 안정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여러 이론에 근거하여 개인의 성격을 측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측정도구들도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격 측정도구들은 개인의 다양한 심리적 측면들을 많은 문항들로 측정하 고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대단위로 표본을 추출하여 검사를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활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과 실무자들은 여전히 개인의 소비행동을 설명하는 데 성격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간편한 도구들을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대홍기획, 1996; 박찬욱 등, 1992; 채서일, 1992등). 그런데 이러한 간편한 성격 측정도구들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한편, 라이프스타일 연구에서 성격 변수와 함께 널리 언급되고 있는 하위 차원들 중 하나는 개인의 가치관(values), 즉 가치체계(value system : 다음에서는 가치관과 가치체계라는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서술할 것임)이다. 개인의 가치체계는 수백년 동안 여러 학문분야에서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선행변수로 여겨져왔다. 현재 국내외의 라이프스타일 연구에서도 가치체계는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행동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차원으로, 시장을 세분화·유형화하는 데 중요한 준거로 간주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소비행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라이프스타일을 구성 하는 하나의 하위 차원 또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선행요인으로 간주되어 온 개인의 가치체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형화하고자 한다. 또 각 유형에 속한 소비자 집단들이 구체적인 소비행동, 즉 의·식·주생활 이나 구매행동 등에서 다른 집단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런데 개인의 가치관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동질적인 집단들로 유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기본적인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는 소비자로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개인행동에 대한 핵심적인 선행변수로서 가치관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확립하는 일이다. 둘째는 명확한 개념적 정의에 바탕한 신뢰할 수 있는 측정 도구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구체적인 소비행동에서 가치관의 영향력이 경험적으로 점검되고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2. 이론적 배경

지난 수백년 동안 서구의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인간과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행동을 이해하는 데 가치관이라는 개념의 중요성과 적절성에 대해 동의하고, 광범위한 연구들을 해왔다 (Kluckhorn, 1951; Levitine, 1968; Smith, 1969).

이에 비추어 볼 때, 소비자행동 연구분야에서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편이었다. 이는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이 소비행동을 설명하는데 가치관이라는 구성개념의 유용성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행동과학 분야 전반에서 가치관에 대한 개념적 논란으로 인해 지식의 축적과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Clawson & Vinson, 1975).

서구의 소비자행동 연구분야에서 연구자들이 소비행동의 선행변수로서 가치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Rokeach(1968; 1973)의 가치관 연구 이후부터라 할 것이다. Rokeach(1968; 1973)는 오랫동안 행동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져온 가치관에 대한 연구들을 고찰하여 여러가지 논란들을 개념적, 조작적 수준에서 새롭게 정립하였다.

Rokeach는 "가치 (value)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안의 것이나 반대의 것보다) 더 선호하는 이상적인 행동양식 (mode of conduct)이나 존재의 목적 상태(end-state of existence)에 관련 한 하나의 지속적인 신념 (an enduring belief)"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의 집합 (set of values)이 가치체계(value system)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개인의 가치체계는 기본적 분석단위가 신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의 전체적인 인지체계(cognitive system)의 일부분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체계는 그 개인의 삶의 지침(guiding principle)으로서 중요한 정도에 따라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hierarchically organized) 있다고 전제하였다. 개인의 가치체계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정은 개인 안에서 일어나는 가치 갈등(value conflict)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화라 할 수 있다.

또 Rokeach는 가치관이라는 구성개념을 정의하면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목적 상태와 행동양식으로 구분함으로써 가치관의 내용 영역 (content domain)을 명확하게 하였다. 그는 목적 상태에 해당하는 가치들을 궁극적 가치관 (terminal values)이라 하고, 행동양식에 해당하는 가치들을 도구적 가치관(instrumental values)이라 이름붙였다.

그는 또 가치관과 태도의 관계를 분명하게 규정 했다. 개인의 가치체계는 태도형성에 영향을 미친 다고 보았다. 가치관과 태도는 모두 개인의 신념 들의 집합이지만, 전체 신념체계의 가장 핵심 (innermost core)에 있는 것이 자기 개념(self-concepts)에 관련한 신념군이고, 그 주변에 있는 신념들의 집합이 가치체계와 태도라고 보았다. 그래서 개인의 가치체계는 자기 개념을 유지하고 고양하는 작용을 하며, 가치체계는 태도와 달리 어떤 하나의 대상(object)이나 상황(situation)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Rokeach, 1973). 또한 그러므로 가치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신념들은 수십개에 지나지 않지만, 태도에 해당하는 신념들은 매우 많을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Rokeach, 1979).

Rokeach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가치관 측정도구(Rokeach Value Survey; 이후에는 RVS로 줄여 쓸 것임)를 만들었다. 기존의 가치관 연구 문헌들을 참조하여 궁극적 가치관 목록을 만들고, 555개의 성격 특성 형용사 가운데 도구적 가치관 목록을 만들어 대단위 표집조사 연구를 통해 각기 18개씩 36개의 가치관 척도를 개발하였다(Anderson, 1968 참조).

이후 서구의 행동과학분야에서 가치관 연구자들 대부분은 그의 이론을 수용했을 뿐 아니라 RVS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다(Vinson, Munson, & Nakanishi, 1977; Braithwaite & Law, 1985; Feather, 1986; Crosby, Bitner, & Gill, 1990; Schwartz & Bilsky, 1987, 1990; Schwartz, 1992).

Rokeach의 가치관 연구는 소비자행동 연구자들로 하여금 소비행동에서 가치관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군의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은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이 상표나 제품에 대한 태도, 구매 의도,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자체를 검증하고자 했다(Boote, 1975, 1981; Carman, 1977; Howard, 1977; Vinson, Scott, & Lamont, 1977; Becker & Connor, 1981; Pitts & Woodside, 1983, 1984; Howard & Woodside, 1984). 이들의 연구결과는 개인의 가치관이 상표나 제품의 선택, 또는 구매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용한 변수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Kahle(1983)는 Rokeach의 RVS에서 궁극적 가치관에 해당하는 가치요소들 중 9개를 뽑아 실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 측정도구인 List of Value(LOV)를 제작하고, 개인의 가치관이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행동 패턴이나 매체이용 패턴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검하였다.

한편 Mitchell(1983)은 Maslow(1954)의 욕구 위계이론과 Reisman, Glazer, Denney(1950)의 사회적 특성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가치관 측정 도구, 즉 Value and Life Style(VALS)을 제작하였고, VALS를 바탕으로 미국의 성인 남녀를 9개의 유형, 즉 생존자형, 생계유지형, 소속지향형, 경쟁형, 성취지향형, I-AM-ME형, 경험지향형, 시회사업가형, 통합형으로 나누어 마케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몇몇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연구자들은 RVS, LOV, VALS로 개인의 가치관을 측정하여 개인의 소비 및 구매행동에 미치는 설명량을 살펴 봄으로써, 시장세분화 변수로서 개인의 가치관의 유용성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Beatty, Kahle, Homer, & Misra, 1985; Kahle, Beatty, & Homer, 1986; Homer & Kahle, 1988; Novak & MacEvoy, 1990; Kamakura & Mazzon, 1991; Kamakura & Novak, 1992). 이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가치관 측정도구나 준거변수인 소비행동의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및 사용행동에서 개인의 가치관의 설명량은 대략 0.1 ∼ 20%였다.

한국에서 라이프스타일 연구자들도 개인의 소비행동에 대한 설명변수로서 가치관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특징지워주는 여러 차원들 가운데 한 차원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측정하고 있다(강이주, 박명희, 1992; 고경순, 1992; 박찬욱, 박미혜, 송미영, 1992; 채서일, 1992; 조형오, 1996).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라이프스타일 조사나 연구에서 개인의 가치관 측정은 다음의 두 방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국외에서 이루어진 가치관에 관한 이론과 그에 바탕하여 만들어진 가치관 척도를 그대로 수용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경순(1992)은 개인의 가치관을 측정하기 위하여 Kahle(1983)이 제작한 LOV를 그대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강이주와 박명희(1992)는 Mitchell(1983)이 제작한 VALS를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관 연구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한 문화나 나라에서 도출된 독특한 가치요소들이나 범주들을 다른 문화에 보편적 범주로 삼아 적용(pseudoetic approach)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비교문화 연구(cross-cultural study)들에서는 가치관을 구성하는 내용들은 나라나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Triandis, 1972; Bond, 1988등 참조).

따라서 개인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소비행동을 설명하고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형화하기 위해 외국의 척도를 번역하여 사용할 때는 구체적인 가치요소들의 문화간 의미차이를 엄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연구에서 가치관 연구의 또 한 방향은 가치관에 대해 이론적·조작적 수준에서 엄밀하게 고찰하지 않고 한국인의 가치요소 들을 직관적으로 도출하여 간편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채서일(1992)은 사회적 가치관이라는 차원에서 개인의 가치관을 측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문항들을 살펴보면 '대상 - 구체적인 태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1) 그리고 박찬욱, 박미혜와 송미영 (1992)은 가정관, 결혼관, 자녀관, 인간관계관, 현세주의, 직업관 등의 이름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측정하고 있으나, 각 문항들은 단편적인 태도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2)

이러한 단편적인 가치관 측정에서 문제는 측정 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인의 가치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추출하여 문항으로 구성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김철민 (1996)은 국내외의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진 가치 관 연구들을 포괄적으로 고찰하여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개념적 조작적 수준에서 여러 논란들을 정리하여 개념 정의, 즉 '개인이 삶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갖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바에 관한 궁극적인 신념들의 집합'을 도출하고, 정성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가치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추출하였다.

그는 한국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가치요소들은 '개인이 삶에서 추구하는 목적상태에 관한 것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과 '어떻게 삶을 살아 갈 것인가에 관한 것(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의 두 가지 하위영역으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이렇게 추출한 가치요소들을 척도화하여 한국인의 가치관을 계량화할 수 있는 신뢰도(하위 요인별 검사; 재검사 신뢰도(r=.69 ∼.83)와 내적 합치도(cronbach α= .75 ∼.87))와 타당도를 갖춘 가치관 측정도구를 제작하였다.

그는 특히 한국인에게 독특한 가치요소들과 문화 보편적인 가치요소들을 규명하고, 외국의 측정척도를 번역하여 사용할 때의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며, 개인의 여러 소비행동 수준에서 가치관과 소비행동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그의 가치관 척도의 타당성(설명력: 0.3 ∼11%)을 확보하였다. 즉, 가치관이 개인의 전반적인 소비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안정적이며 효용성 있는 예측변수임을 입증 하였다.

3. 연구목적

본 연구에서는 먼저 김철민(1996)이 제작한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의 신뢰도와 요인구조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다음으로 이 척도를 이용하여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사한 가치관 프로파일에 따라 유형화한 후, 각 유형별로 전반적인 소비행동들, 즉 의·식·주생활 패턴, 구매행동 패턴, 제품사용행동, 매체이용행동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 지를 체계적으로 점검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소비자의 가치관에 따른 유형별 소비행동 차이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예측변수인 개인의 가치관과 준거변수인 소비행동들의 이론적인 관계성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론적 배경에서 언급했듯이, 가치관은 개인의 인지 체계 또는 신념체계에서도 가장 핵심에 존재하는 신념들의 집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관이라는 구성개념은 개념의 추상성 수준이 매우 높다. 즉, 가치관이라는 개념은 의미상 포괄성이 높고, 명확성이 덜하다.

반면 본 연구에서 준거변수인 소비행동들은 전체적으로는 가치관보다 추상성 수준이 낮아 구체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다. 다시 말해서 의·식·주생활 패턴이나 구매행동패턴은 '특정한 상품을 얼마나 구매하여 사용하는가' 라는 구체적인 제품구매나 매체이용행동보다는 추상적이며, 덜 구체적인 행동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자를 유형화하고 유형별 소비 행동 차이를 검증한다면, 준거변수인 소비행동이 개념적 또는 조작적 측정 수준에서 더 추상적일수록 유의미한 차이가 있고 설명력이 클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즉, 예측변수와 준거변수의 관계 검증에서 두 변수간 개념의 수준이 서로 상응할수록 이론적으로 가정할 수 있는 최대상관이 커지리라 볼 수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준거로 하여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유형화하는 방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제품(군)이나 서비스 시장에 초점을 두고 그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을 가치관 프로파일에 따라 유형화하는 '제품 - 특정적 접근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제품군(또는 서비스)에나 적용될 수 있도록 유형화하는 '총체적 또는 일반적 접근방법' 이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가치관이 개인의 소비 행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가치관에 따른 유형화를 전반적인 소비시장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 접근방법을 취할 것이다.

4. 연구방법

1) 표본추출 및 자료수집

본 연구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여러 관련변수들에 대한 자료수집은 대홍기획의 1996년 전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조사에 포함되어 이루어졌다. 대홍기획의 전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조사는 전국 5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거주하는 만 13 ∼ 59세의 개인들을 대상으로 층화할당표집방법(stratified quota sampling)에 의해 무선적으로 선정된 6천명에게 실시되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개인의 가치관은 개인의 궁극적인 바람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신념들의 집합이므로,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가치관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내재화하거나 정립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또 사례별 가치관 척도에 대한 런 검증(run test)을 통해 불성실하게 응답한 응답자를 제외하여 총 4천203명을 최종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2) 개인의 가치관 측정방법

개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가치요소들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가치관에 대한 개념적 조작적 정의와 관련이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의 가치관 연구자들은 등위법 (ranking)이나 평정법 (rating)을 사용해왔으며, 여러 연구자들이 등위 측정이 나은가 평정측정이 나은가에 대해 논란을 거듭해왔다(Clawson & Vinson, 1977; Munson & McIntyre, 1979; Munson, 1984).

그런데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측정방법에서 논란은 단순히 통계적 문제나 측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론적 배경에서 언급했듯이, Rokeach는 개인의 가치체계가 직선위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론적으로 전제했기 때문에, 도구적 가치관과 궁극적 가치관 각각에 대해 등위측정방법을 사용했다. 또 그는 가치관 측정척도의 실시상 편리성이나 경제성 때문에 등위법을 이용하였다. 그렇지만 Rokeach 이후 연구자들은 등위자료의 여러가지 통계적 문제점들을 지적하였고, 대상자들이 실제로 응답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하였다(Braithwaite & Law, 1985; Munson, 1984).

그런데 가치체계에 대한 등위측정을 반박하고 평정측정을 채택했던 연구자들은 가치관이라는 구성개념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개인의 가치체계가 엄밀한 우선순위에 따라 위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제한다면 등위측정은 타당할 수 밖에 없고, 이때 등위측정은 개인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에서 가치항목들 사이의 가치 비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체계가 직선적 위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할 수 없다면 등위측정은 인위적인 등위 자료만을 산출할 것이다. 개인의 가치 체계가 엄밀한 직선적 위계에 따라 구성되어 있고 안정적이라면 개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치갈등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지만, 개인은 여러 상황에서 가치갈등을 경험하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체계가 엄밀한 직선적 위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상정하기 보다는 동시적 우선순위를 갖는 상대적 위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위측정방법보다는 평정측정방법이 나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김철민(1996)이 도출한 64개의 한국인의 가치 항목들, 즉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 40문항,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24문항에 대해 Likert형 5점척도로 측정하였다. 개별 가치항목은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바에 해당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의 5점척도(0: 중요하지 않다 ∼ 4: 매우 중요하다)로 측정하였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분류된 유형별 소비행동 차이검증에 이용할 소비자의 전반적인 소비행동 들은 1996년 대홍기획의 전국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측정된 내용을 영역별로 일부분씩 추출하여 분석에 이용하였다.3)

3)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석과정을 거쳐서 한국인의 가치관과 소비행동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첫째, 예비분석과정으로서 김철민이 제작한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 즉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 (40문항),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24문항)에 대해 하위영역별 상관행렬표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항분석을 실시하여 문항을 축소하였다. 또한 축소한 문항들에 대해 하위영역별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주요인들을 추출하고, 요인구조의 안정성과 요인별 신뢰도 계수를 산출하였다.

둘째, 개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하위영역별 주 요인들을 바탕으로 하여 전체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실시하여 동질적인 집단들로 유형화하였다. 그런데 개인의 가치관을 준거로 하여 소비자들을 유형화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유형화한 각 집단이 실제로 존재하는 중요하고 유용한 하나의 동질적인 시장일 것인가 이다.

이를 점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소비자 유형화의 준거로 이용한 가치관 측정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엄밀하게 점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연구대상 표본에서 예비표본(holdout sample)을 구성하여, 표본에 따라 유형화한 집단들의 크기를 비교해보는 것이다(Wells, 1975). 만약 연구대상 표본에서 나타난 유형들에 비해 예비표본에서 각 유형들의 크기가 극적으로 변한다면, 각 유형들이 실제로 존재 한다는 전제는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체 응답자들을 층화할당표집시의 각 셀에서 무선적으로 1/3(1천203명)을 추출하여 예비표본을 만들고, 연구대상표본(나머지 3천명)과 함께 군집분석을 실시하여 두 표본 간 유형별 크기를 비교하였다.

셋째, 군집분석 결과 나타난 각 유형에 대해 가치관 프로파일을 산출하여 각 유형들을 해석하고, 각 유형별로 인구통계적 특성, 의·식·주생활 패턴, 구매행동 패턴, 제품사용행동, 매체이용행동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였다. 그리고 준거변수인 소비행동의 추상성 수준에 따라 설명력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넷째,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학문적 의의와 마케팅 관리 및 광고실무에서 시사점들을 논의하였다.

5. 분석결과

1) 한국인의 가치관의 요인구조와 요인별 신뢰도

김철민(1996)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할당표집을 통해 표본을 추출하여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를 제작하였다. 하지만 한국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요인구조의 일반화 가능성과 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표본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김철민은 정성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가치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추출하고, 문항분석을 통해 축소하여 64문항으로 이루어진 척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도 지적하였듯이 64문항 각각은 의미상 중복이 있어 상호독립적인 문항들이라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가치관의 영역별로 상관행렬표를 산출하여 다른 문항과 중복적으로 상관이 매우 높으면서(.60 이상) 의미상 중복되는 문항들을 제외하였다. 즉, 목적상태에 해당하는 가치요소들 가운데 '편안한 가정',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마음의 안정', '편안한 생활', '안정된 노후', '배우자의 성공', '책임감'등 7문항과 생활 방식에 해당하는 가치요소들 가운데 '긍정적인 사고방식', '예의바름', '여가생활등 3문항을 제외 하였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 33문항과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21문항을 이용하여 직각회전(varimax rotation)에 의한 주축요인분석 (principal axis factor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스크리테스트 결과에 따라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의 요인은 4개로,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의 요인은 2개로 확정하였는데(<표 1>, <표 2> 참조), 가치관의 영역별 요인구조나 각 요인에 해당 하는 문항들은 김철민의 연구(1996)와 거의 일치 하였기 때문에, 각 요인에 대한 명칭도 동일하게 사용하였다.

<표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은 4개의 요인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제 1 요인은 개인이 주로 가족관계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치요소들이기 때문에 '가족지향성'이라 명명하였고, 제2요인은 개인 자신을 지향하는 가치 요소들이기 때문에 '개인지향성'이라 명명하였다. 제3요인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에 관련한 가치요소들로서 '물질지향성'이라 할 수 있으며, 제4요인은 개인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추구 하는 가치요소들로서 '사회지향성' 이라 명명하였다.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의 4개 요인의 신뢰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81∼.87).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은 2개의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표 2> 참조), 제 1요인은 개인이 삶에서 자신의 욕망이나 충동을 안으로 갈무리하며 살아가는 측면과 관련한 가치요소들로서 '절제성'이라 명명하였고, 제 2요인은 개인의 내적 욕망이나 충동을 자유롭고 비교적 즉각적으로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과 관련한 가치요소들이기 때문에 '활동성'요인으로 명명하였다.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을 구성하는 두 요인의 신뢰도는 .91과 .86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가치관의 요인구조는 매우 안정적임을 시사한다.

2) 가치관에 따른 소비자 유형 분류 및 특징

전체 응답자들을 연구대상표본과 예비표본으로 나누고, 각 표본을 대상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하위영역별 주요인들을 바탕으로 하여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실시하여 동질적인 집단들로 유형화하였다.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 도출된 6개의 요인을 대표하는 항목 들의 요인점수가 아닌 평균점수를 이용하여 군집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는 한국인의 가치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며, 또 개별 항목의 요인점수는 표본 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반면, 각 요인을 구성하는 대표 항목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었다(Richins & Dawson, 1992).

군집분석 절차는 연구대상표본과 예비표본 각 각에 대해 K-평균 군집분석(k-means clustering)을 실시하였다(Punj & Stewart, 1983). K-평균 군집분석에서는 미리 군집의 수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군집분석 과정에서 집단 수의 결정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설정된 원칙은 없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군집 수의 결정은 투입한 변수(요인)의 수와 이를 기준으로 도출한 각 군집의 크기,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 등에 달려 있다.

본 연구에서 군집분석에 투입한 변수는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 4요인과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2요인이다. 확률적으로 가능한 최대 군집수는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인 4개 요인의 순열(24가지)에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인 2개 요인을 곱한 48개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의 하위요인 중 가족지향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가족지향성과 절제성의 상관, 개인지향성과 사회지향성, 그리고 활동성의 상관이 매우 유의미하게 높기 때문에(김철민, 1996). 본 연구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의 군집수는 8 개일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연구대상표본과 예비표본 각각에 대해 군집 수를 5, 6, 7, 8개로 고정시키고 군집분석을 실시하여 두 표본에서 나타난 각 군집의 크기 (비율)와 가치관 프로파일을 비교한 결과, 6개의 군집이 가장 안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전체 표본(연구대상표본 + 예비표본)을 대상으로 군집의 수를 6개로 설정하여 군집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림 1>은 집단별 가치관의 하위요인 평균값과 프로파일로, 여섯집단 모두에서 '가족지향성'이 가장 두드러진 하위 가치차원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이 가족중심적이라는 여러 분야 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실증적 자료일 것이다. 그렇지만 군집분석 결과 나타난 모든 군집에서 가족지향성이 가장 특출한 가치관의 하위요인이었기 때문에, 가치관의 하위요인 평균값과 프로파일을 중심으로 각 군집의 특징을 해석하여 명명할 때 가족지 향성은 배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제 <그림 1>에 제시한 집단별 가치관의 하위 요인 평균값과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각 집단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집단 1은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 중에서 가족지향성과 물질지향성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고,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가운데서는 절제성보다는 활동성을 훨씬 더 중요시하는 집단으로서 '비절제적 물질추구형'이라 이름 붙였다.

집단 2는 가족지향성과 개인지향성, 활동성 요인을 중시하는 집단으로서 '적극적 물질지향형'이라 명명하였다.

집단 3은 사회나 물질지향성보다는 가족지향성과 개인지향성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하고, 활동성보다는 절제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집단이기에 '절제적 자아몰입형', 또는 '전통적 현실안주형' 이라 명명하였다.

집단 4는 가족지향성만을 비교적 중시할 뿐 대체로 모든 가치관 차원을 낮게 평정한 집단으로서 '몰소신형', 또는 '무기력한 회의적 가족지향형'이라 할 수 있다.

집단 5는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의 모든 하위 요인들을 중시하고, 절제성보다는 활동성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하는 집단이므로 '적극적 소신추구형'이라 할 수 있으며,

집단 6은 물질지향성보다는 사회지향성을, 사회지향성보다는 개인지향성과 가족지향성을, 활동성보다는 절제성을 중시하는 집단으로서 '절제적 자아충족형'이라 명명하였다.

이상의 여섯집단을 가치체계의 프로파일 형태 (shape)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이 U형이고,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 중 활동성 요인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집단 1과 2는 집단 5와 더불어 상당히 유사하지만, 집단 1은 집단 2에 비해 절제성과 개인지향성 요인이 현격하게 낮았다. 따라서 집단 1은 물질 자체를 중시하고 드러내려 한다는 측면에서 궁극적 물질주의(terminal materialism)에 가깝고, 집단 2는 물질을 매개로 하여 개인적 성취를 발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수단적 물질주의 (instrumental materialism)에 가깝다(Belk & Pollay, 1985).

또 집단 3과 6은 가족지향성, 개인지향성, 사회지향성, 그리고 물질지향성 요인이 점강형이고 활동성보다 절제성 요인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체계에 근접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집단 3 은 집단 6에 비해 사회지향성이 함몰한 형태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가치요인들을 덜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지향성을 배제한다면, 집단 3은 집단 6에 비해 비사회적이며 개인지향성에 몰입해 있는 절제형이라 할 것이다.

한편, 집단 4와 집단 6은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루는 가치체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집단 4는 가치관의 모든 하위요인들을 덜 중요시하는 무기력한 회의형이라 할 수 있지만, 집단 6은 모든 가치요인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신념형이라 하겠다.

3) 가치관에 따른 소비자 유형별 인구통계적 특징

가치관에 따라 분류된 소비자 유형들의 특징을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먼저 각 유형별, 유형간 인구통계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분석하였다. <표 3>에 제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각 유형간 연령, 교육수준, 가구의 소득수준, 그리고 직업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유형별, 유형간 남녀의 성차는 없었다.

각 유형별로 자세하게 살펴보면, 비절제적 물질 추구형의 경우, 연령대는 20∼30대가 주류였으며, 교육수준은 대졸 이상이고, 가구 소득수준은 100∼200만원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업은 학생, 영업직, 판매직, 그리고 주부가 많았다.

적극적 물질지향형의 경우는 모든 연령층에 걸쳐 있으나, 다른 유형들에 비해 20대가 가장 많았다. 교육수준은 대졸 이상이었고, 가구 소득수준 은 300만원대 이상의 고소득 집단이었다. 직업은 경영직, 관리직, 사무직, 그리고 학생이 많았다.

절제적 자아몰입형은 40∼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교육수준은 중졸 이하와 고졸이 주류였으며, 가구 소득수준은 100만원 이하와 100∼300만원대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고, 직업도 판매직, 노무직 등 다양하였다.

몰소신형의 연령대는 주로 40∼50대 이상이었고, 교육수준은 고졸 이하였으며, 가구 소득수준은 100만원대 이하였고, 노무직, 기술직, 판매직이 많았다.

적극적 소신추구형의 경우 연령은 20∼30대였고, 교육수준은 대졸이상이었으며, 가구의 소득수준은 저소득에서 고소득까지 다양한 편이었고, 경영직, 영업직,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절제적 자아충족형의 주 연령층은 40대이나, 30대와 50대 이상도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었고, 교육수준은 고졸 이하였으며, 가구의 소득수준은 400만원대 이상과 200만원대가 많았다. 이들의 직업은 관리직과 전문직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4) 가치관에 따른 소비자 유형별 소비행동

가치관이 소비자의 전반적인 소비행동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가치관에 따라 분류된 각 집단별로 의·식·주생활 패턴, 구매행동 패턴, 제품소비행동에서 차이를 보이는지를 점검해보았다(<표 4>, <표 5>, <표 6> 참조).4)

유형별로 소비행동의 차이를 검증하기 전에 준거변수인 의·식·주생활 패턴과 구매행동 패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의·식·주생활 패턴은 AIO에 초점을 둔 라이프스타일 연구에서 A(행동)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차원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의·식·주생활을 측정 하는 59문항, 즉 의생활(25문항), 식생활(17문 항), 주생활(17문항)을 영역별로 요인분석하여 주 요인들을 추출하였다.

의생활에 관해서는 패션 중시경향과 유명브랜드 중시라고 명명할 수 있는 두 요인을 추출하였고, 식생활에 대해서는 건강저해요인 기피와 식도락 중시성향, 그리고 서구적 음식습관이라 할 수 있는 세 요인을 추출하였다. 주생활에 관해서는 현대식 주거환경 선호와 전원생활 추구경향이라 명명할 수 있는 두 개의 요인을 추출하였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행동 패턴에 관한 문항들(40 문항)을 요인분석한 결과, 알뜰·가격지향, 광고 의존도, 습관적 구매, 브랜드지향, 동조구매, 충동 구매, 외제 선호경향이라 부를 수 있는 7개의 요인을 추출하였다. 이러한 구매행동 패턴에 관한 요인들은 기존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들과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었다(채서일, 1992; 김철민, 1996; 조형오, 1996 등 참조). 그리하여 가치관에 따라 분류된 유형별로 의·식·주생활 패턴과 구매행동 패턴의 차이 검증에서는 이상에서 추출한 각 요인들에 해당하는 문항들의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유형별 구체적인 제품소비 행동 차이 검증에 이용한 제품들은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응답자 개인의 차원에서 구매하거나 사용 한다고 응답한 제품들 가운데 음료군에서 4개와 주류군에서 2개, 그리고 의류군에서 2개를 선택 하였다.

먼저 의·식·주생활 패턴에서 유형별 차이를 살펴보면(<표 4>참조), 비절제적 물질추구형은 패션 중시경향, 유명브랜드 중시, 식도락 중시, 그리고 서구적 음식습관에서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고, 적극적 물질지향형은 패션 중시경향, 유명브랜드 중시, 현대적 주거 선호 경향에서 높았으며, 절제적 자아몰입형은 건강 저해요인 기피와 전원생활 추구경향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적극적 소신추구형의 경우에는 의·식·주생활 패턴 전반에 걸쳐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응답하였으며, 절제적 자아충족형은 건강저해요인 기피와 전원생활 추구경향이 비교적 두드러졌으며, 마지막으로 몰소신형의 경우는 의·식·주생활 패턴 전반에 대해 낮게 평정하였다.

구매행동 패턴에서 유형별 차이를 살펴보면 (<표 5> 참조), 비절제적 물질추구형은 충동구매와 외제 선호경향이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했고, 적극적 물질지향형은 광고의존도, 충동구매, 그리고 외제 선호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적극적 소신추구형은 습관적 구매, 브랜드지향, 그리고 동조구매 경향이 다른 유형과 비교할 때 가장 높았다. 절제적 자아충족형의 경우에는 알뜰·가격지향 구매와 습관구매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유형별 구체적인 제품소비행동의 차이를 살펴 보면(<표 6> 참조), 8가지 제품중 스포츠음료, 맥주, 청바지, 그리고 T셔츠 소비행동에서만 유형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스포츠음료와 맥주, 그리고 청바지의 경우는 비절제적 물질추구형과 적극적 소신추구형이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하였고, T셔츠는 적극적 물질지향형과 적극적 소신추구형이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5) 가치관에 따른 소비자 유형별 매체이용 패턴

가치관에 따라 분류된 각 집단이 매체이용실태, 즉 선호하는 TV프로그램, 자주 보는 잡지, 그리고 신문면별 관심도에서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표 7> 참조), 비절제적 물질추구형은 다른 집단에 비해 TV프로그램 중 스포츠, 코미디와 애정·홈드라마를 가장 선호하였고, 잡지는 여성·가정지, 패션전문지, 스포츠지를 자주 보았으며, 신문의 여러면 가운데 특집·기획·심층면과 방송프로 안내, 그리고 방송프로 주말특집판을 관심 있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물질지향형의 경우, 쇼와 스포츠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선호하였고, 잡지는 종합시사지를 자주 보며, 신문에서는 종합면과 주식시세, 방송프로 안내와 방송프로 주말특집판을 더 많이 보았다.

절제적 자아몰입형은 다른 집단에 비해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더 선호하였고, 잡지는 일반교양지를, 신문에서는 지역뉴스란을 자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소신형은 TV프로그램 중에서는 애정·흠드라마를 더 좋아하고, 잡지는 여성·가정지와 스포츠지를 더 자주 보는 편이었다.

적극적 소신추구형은 쇼프로와 외국영화를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하였고, 잡지는 종합시사지를, 신문의 여러면 중 주식시세와 특집·기획·심층면, 그리고 독자투고란을 더 자주 관심 있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절제적 자아충족형은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가장 선호하였고, 잡지는 일반 교양지를, 신문에서는 종합면, 특집·기획·심층면, 그리고 지역뉴스를 상대적으로 관심있게 보는 집단이었다.

6.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먼저 김철민(1996)이 제작한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를 간편화하고, 요인별 신뢰도와 요인구조의 안정성을 점검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방대한 자료 (만 20세 이상, 4천203명)에 바탕하여 문항간 상관이 높고 중복적인 문항들을 제외하고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를 요인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목적상태에 관한 가치관에 해당하는 4요인과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에 해당하는 2요인은 매우 안정적이며, 한국인의 가치관을 이루는 하위요인들의 신뢰도(내적 합치도=.81 이상)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가치관의 하위요인들을 이용하여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형화한 후, 각 유형별로 전반적인 소비행동들, 즉 의·식·주생활 패턴, 구매 행동 패턴, 제품사용행동, 매체이용행동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개인의 가치관을 이용한 소비자 유형화는 인구통계적 자료를 이용한 시장세분화나 이론적틀이 불명료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이용한 시장세분화보다 이론적으로 오히려 간명하고, 설명력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조형오, 1996 참조).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에서 사용한 한국인의 가치관 척도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몇몇 소비자라이프스타일 연구자들이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는 VALS나 LOV만큼이나 타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강이주, 박명희, 1990; 고경순, 1992; Kahle, 1983; Mitchell, 1983; Novak & MacEvoy, 1990; Kamakura & Mazzon, 1991; Kamakura & Novak, 1992 참조).

이러한 결과는 또한 개인의 가치관을 준거로 삼아, 제품 -특정적 세분화든 총체적 세분화든 시장을 세분화 할 때, 인구통계적 변수보다는 가치관의 하위요인들을 시장세분화의 초기자료로 사용 하는 것(top-down values approach to market segmentation)이 타당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Munson, 1984 참조).

그런데 연구목적에서 언급했듯이, 가치관에 따른 유형별 소비행동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예측변수인 개인의 가치관과 준거변수인 소비행동들의 이론적인 관계성을 먼저 고려 해야 한다. 가치관이라는 구성개념은 개념의 추상성 수준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준거변수인 소비행동들은 전체적으로는 가치관보다 추상성 수준이 낮아 구체적이긴 하나,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다. 즉, 의·식·주생활 패턴이나 구매행동 패턴은 일정 기간 내에 특정한 상품을 얼마나 구매하여 사용하는가 라는 구체적인 제품구매보다는 추상적이며, 덜 구체적인 행동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유형화한 집단별 소비행동의 차이를 검증한다면, 예측변수와 준거변수의 관계 검증에서 두 변수간 개념의 수준이 서로 맞을수록 이론적으로 가정할 수 있는 최대상관이 커질 것이라 예측했다.

분석결과 개인의 가치관이 의·식·주생활 패턴이나 구매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력은 평균 10%를 상회하였고, 구체적인 제품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좀 더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가치관을 통해 개인의 모든 소비·구매 행동들을 일관하여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개인의 가치관은 구체적인 제품들 가운데 특정한 일부 제품의 구매행동만을 예측할 수 있었다.

따라서 향후 가치관이나 성격과 같은 심리특성 변수를 이용하여 소비자의 여러가지 소비행동을 예측하고자 할 경우, 준거변수인 소비행동에 대해 이론적 측면에서 구성개념의 추상성, 즉 포괄성과 명료성 수준 뿐 아니라 측정 수준에서 구체적인 문항들의 추상성 정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구매행동 패턴에 관한 문항들에서는 "물건을 살 때 ‥‥‥ 한다"나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 한다" 등과 같이 불특정의 모든 제품에 대해 불명료한 시간동안 응답자가 어떻게 구매하는가 라는 행동의 집합을 묻고 있기 때문에, 측정 수준에서 추상성 수준이 높다. 또한 구체적인 제품구매행동을 측정하는 문항들을 살펴보면, 특정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구체적이고 명료하지만, "지난 1년동안(또는 한달동안) ‥‥‥ 을 얼마나 구매하는가"라고 질문한다는 점에서는 시간과 행동상 포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측정 수준에서 매우 구체적이라 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의 소비자들을 6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유형별·유형간 인구통계적 특징을 살펴보면, 남녀간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고, 동일한 연령대나 교육수준, 가구의 소득수준에서도 6가지 유형의 소비자들이 모두 상당한 정도로 분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인구통계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가치관과 같은 심리적 특성변수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 둘간에 부분적인 관련 성은 존재하나, 전면적인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Wells, 1974; 김동기, 1977).

한편, 가치관에 바탕하여 분류된 6개의 유형은 기존의 소비자 유형화에 관한 연구결과들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갖고 있다. 개인의 가치관 차원 중 생활방식에 관한 가치관의 하위요인인 절제성 요인은 전통적 또는 보수적 경향으로, 활동성 요인은 현대적 또는 진보적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도출한 소비자 유형 가운데 비절제적 물질추구형은 과거 라이프스타일 연구자들이 명명한 최신유행추구형 (이명식 , 1992). 진보적 유행추구형 (채서일, 1992), 그리고 감각지향적 자유분방형(조형오, 1996)과 유사하였다. 적극적 물질지향형은 소극적 개인주의형(이명식, 1992), 합리적 생활만족도형(채서일, 1992)과, 절제적 자아몰입형은 건전·성실형(이명식, 1992), 전통적 알뜰형(채서일, 1992), 전통지향적 현실순응형(조형오, 1996)과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 또한 몰소신형의 경우는 보수적 생활무관심형(채서일, 1992)이나 현실부정적 자아억제형 (조형오, 1996)과 유사한 인구통계적 특징과 소비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에서 가치관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유형화하는 것이 보편 타당하며, 개인의 가치관이 제품 - 특정적 시장세분화의 준거로서도 광고전략이나 매체기획 등에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한계 내에서만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관의 하위요인들을 이용하여 군집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집단 수를 규정할 때 연구대상표본과 예비표본을 구성하여 비교분석을 통해 집단 수를 결정하긴 하였으나, 각 표본 내에서 군집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치관에 관한 연구는 소비자행동 연구 분야에서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나 문화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Hofstede, 1980). 따라서 향후 가치관을 준거로 한 소비자 유형 분석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소비자의 가치체계가 단순히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치나 교육 제도, 시대적 사건 등과 같은 거시적 사회체제의 변화와는 밀접한 공변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가치관에 따른 유형내·유형간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장기적인 마케팅이나 광고전략을 수립하고 개발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또한 한국 소비자의 가치관에 관한 연구는 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그 나라의 소비자나 조직구성원(내부고객)을 이해하는 데 준거점(referent point)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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